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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larice Jul 19. 2019

[Day 1] 나리타를 거쳐 벤쿠버로 가는 긴 첫발

아침 6시 비행기는 새벽 3시 반 집에서 출발이라 아침이라고 하기가 애매하다. 그리고 미처 몰랐다. 제주항공은 체력과 인내심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천공항 제1터미널에 발렛을 하고 올라오니 맨 우측 A카운트 근처이나 제주항공 카운터는 좌측 맨 끝 N 카운터, 면세점은 우측 11게이트 근처이나 탑승게이트는 좌측 토끼 귀의 맨 끝인 37게이트... 진심 끝과 끝을 최선을 다해 달렸다. 2시간 후 도착한 나리타공항 터미널 3, 시간은 아침 9시반. 다시 버스 타고 1터미널로 가서 락카에 짐을 모두 넣고 집에서 출발한지 7시간만에 가벼운 걸음이 되어 20분 거리의 이온몰로 향했다.


나리타 공항 레이오버에 최적화된 이온몰

우리나라 스타필드 느낌의 이온몰은 이마트 같은 대형 마트도 있고 아기자기한 소품, 옷 등 둘러볼 거리가 많다. 특히나 캐릭터샵, 장난감 가게, 게임 등 아이들이 좋아할 거리들도 많아 어른팀과 아이팀이 나누어 각자 구경을 하고 점심시간에 모였다. 점심은 마트에서 초밥,  돈가스, 만두 등 이것저것 담아서 마트 입구 테이블에 자리잡고 먹은 후 나머지 쇼핑을 이어갔다.

역시나... 쇼핑은 힘든 일이다. 새벽부터 시작된 일정에 하루종일 걸어다녔더니 오후 3시 정도가 되자 기진맥진... 버스를 타고 다시 공항에 와서 짐을 찾아 체크인데스크에서 비행기로 보내고 게이트로 향했다. 세수에 양치까지 마치고 상쾌한 마음으로 탑승! 당일치기 일본여행으로 나리타공항까지 함께했던 친구와 정신없이 눈물의 이별을 하는 와중에 아이들은 서운하리만큼 담담하다. 살짝 예상은 했지만 우리가 아이들을 강하게 키운 걸로 이해하기로!


에어캐나다 

출국 일주일을 앞두고 비행기표를 알아보니 역시나 성수기라 표값이 어마어마했다. 평소 가격보다 1.5~2개는 되는 항공권 가격에 여행을 가야하나 말아야하나 며칠을 고민했었다. 대한항공은 너무 비싸고 아시아나는 취항을 안하고... 국적기에 대한 선택지가 없어서 결국 그나마 저렴한(?) 외항사 중 복편이 직항인 에어캐나다로 정했다.  

처음 타보는 에어캐나다... 키즈밀에 대한 평이 별로인데다 이미 성인 만큼 먹는 아이들이라 키즈밀 신청을 안했다. 후기를 보니 밥이 제육볶음, 불고기, 찜닭 등 한식이 너무 잘나오길래 한참 기대했었는데 아뿔사! 인천출발이 아닌 나리타출발이라... 일본음식이 나오는 걸 깜빡했다. 다행히 규동 느낌의 소고기와 밥이 있어서 맛있게 먹었다.

와인을 작은 병으로 주고 맥주캔을 따지 않고 주는 후한 인심에 감동이었으나 야간 간식이 작게 포장된 쿠키정도여서 국적기의 컵라면과 삼각김밥이 그리운 밤이었다. 기내 엔터테인먼트도 생각보다 알찼다. 다양한 언어를 고를 수 있어 한국어 영화도 꽤 있었고 무엇보다 수록된 영화와 드라마 수가 엄청났다. 국적기는 왕복으로 길게 다녀오면 왠만하게 볼거 다 보게되는데 에어캐나다는 무궁무진한 컨텐츠에 감동! 게임도 오목, 스도쿠 등 다양해서 심심할 겨를이 없었다. 아침은 흰죽과 오믈렛 중 선택이였는데 아쉽게도 흰죽이 동나서 우리 일행은 모두 오믈렛에 만족해야했다.


15년만에 다시 온 벤쿠버 공항

8시간 반을 날아서 벤쿠버 공항에 도착했다. 내리면서 미리 깔아둔 eDeclarion 앱으로 입국심사 양식을 입력했는데.. 내꺼만 되고 동반 아이들 내용을 입력하는 페이지가 없었다. 뭔가 찜찜했지만 내리는 중이라 그냥 들어갔는데.. 역시나 아이들 내용도 별도로 제출을 해야해서 종이에 아이들 것만 따로 써야했다. 뭔가 스마트하게 들어가고 싶었는데 결국 앱에서 종이로 돌아왔다. 혹시 입국심사에서 남편 없이 아이들만 온 것, 친구네 아이 둘을 부모없이 데려온 것에 문제 제기를 할까봐 살짝 긴장했는데 다행히 별 질문없이 쉽게 통과했다.

예전 기억의 벤쿠버 공항은 중국공항인가 싶을 정도로 중국인도 많고 안내방송도 모두 중국말이었는데... 훨씬 커지고 세련되어진 느낌이다. 음식을 가져왔다고 체크했더니 어김없이 검역에서 걸렸고 출구 우측 수화물 검열하는 곳으로 이동했다. 미리 상황을 예상했던지라 음식을 캐리어 한 개에 몰아 넣어왔고 당당히 테이블에 올려놓았다. 모두 이마트에서 패킹된 제품들로 구입해서 설명이 필요한 사항은 없었는데 문제는 라면!!! 짜파게티와 신라면의 건더기 스프에 고기가 들어서 문제가 된다는 것! 라면을 놓고 갈 위기상황이 되자 아이들의 표정이 일제히 굳었다. 아이들의 반응을 봐서 였을까... 다행히 주의만 받고 무사히 밖으로 나왔다. 한고비를 넘긴 안도감에 잠시 숨을 고르고 렌터카를 찾으러 나섰다. 다행히 허츠사무실은 금방 걸어갈 수 있는 거리에 있었다.


230km 지프차로 업그레이드 되다  

허츠 사무실에 20명이 넘는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다. 혹시나 하고 둘러보니 GOLD 멤버 이상은 차량 픽업데스크로 바로 가라고 써있다. Nice!!!  주차장에 있는 픽업데스크에는 대기자가 없었다. 이름의 성만 이야기해도 예약을 금방 찾아준다. 혹시 업그레이드 가능하냐고 물었더니 지프랑 산타페 두 대가 있는데 뭐할거냐고 묻는다. 평소 지프에 1도 관심이 없었기에 어떤 차가 좋을지 추천해 달랬더니 지프로 하란다. 열쇠를 받아들고 나왔는데...

대박!!! 230km밖에 안탄 새차에 음청 크고 좋은거다. 게다가 카시트도 2개 서비스로 받았다. 역시 미주지역에서는 허츠가 갑이구나... 감탄하며 트렁크를 여는데!!! 문 여는 방식을 보고, 트렁크 사이즈를 보고 또 감동!

아이들과 물개박수를 치면서 짐을 실고 출발했다.

(물론 실제 출발까지는 한참 걸렸다. 설렘은 잠시... 낮선 곳에서 운전해야하는 부담감에 네비를 켜는데... 캐나다는 핸드폰을 보면 안된데서 옆좌석 큰딸에게 네비를 넘기고 아이들은 벨트 했는지 한번 더 점검하고 악셀레이터 밟기전 한번 더 숨고르고...)


첫 코스, Granville Market

체크인까지 3시간이 남아서 구경도 하고 먹을 것도 살겸 그랜빌 마켓으로 향했다. 그런데... 깜빡한거다. 도착한 날이 토요일이고 벤쿠버도 주말나들이에 교통체증이 심각하다는 것을. 우여곡절 끝에 마켓에 도착했는데 또 헐~! 주차공간이 없다. 몇바퀴를 돌다가 겨우 주차를 하고 기계에서 영수증을 뽑는데... 처음이라 소심한 마음에 1시간 주차로 결제를 했는데 나중에 후회했다. 넉넉히 할걸...

가는 길에 장난감 가게를 발견한 아이들이 30분 넘게 구경하는 바람에 10분 남겨놓고 마켓에 도착!

결국 그 곳의 맛있어보이는 다양한 음식들을 남겨두고 과일과 야채만 몇가지 사서 서둘러 차로 돌아왔다...ㅠ 분에 뒤로는 주차시 넉넉하게 결제하고 다니는 여유가 생겼다.


 Airbnb로 예약한 숙소, apartment

모던하면서도 깔끔하면서도 저렴한 숙소가 없을까... 내내 고민하며 둘러보다가 발견한 곳! 물론 저렴한 가격대신 위치가 도심이나 학교와 멀었다. 그래도 렌트카가 있으니 해볼만해서 선택했는데 외관부터 세련되고 깔끔해서 좋았다. 문제는... 2시반에 도착해서 집주인에게 메시지를 보냈는데 답이 없다... 차를 도로에 세워놓고 계속 메시지를 보내고 기다리는데 무소식이다. 아이들은 더운 날 차에서 기다리다보니 금새 잠이 들었고 30분이 지나자 서서히 불안해졌다. 이런게 airbnb 사기인건가... 어쩐지 신용카드 결제가 승인이 안나고 카드사에서 연락오고 하더니 이렇게 당하는건가... 환불은 가능한건지 당장에 새 숙소를 알아봐야 하는건지 불안한 마음에 한국에도 연락하고 에어비앤비 고객센터도 찾아보고 하는데 50분쯤 지났을때 전화가 왔다. 직원이 현관에 있으니 만나라고. 부랴부랴 현관에 가보니 중국인 아줌마가 핸드폰으로 연신 중국말을 하며 키를 들고 서계셨다. 한시간을 기다렸다는 내 말에 집주인도 직원도 한결같이 괜찮단다. 컥~ 기다린건 난데 왜 그들이 괜찮은걸까... 속으로 투덜거리며 따라 들어갔다. 집과 주차장, 분리수거장을 둘러보면서 열심히 설명을 들은 후에야 열쇠를 넘겨받고 차와 아이들을 데리고 주차장으로 입성했다. 주차장 게이트가 리모콘으로 열리는 걸 보고 아이들이 함성을 지른다. 숙소에 들어서자 한국에서 떠나온지 30시간만에 쉴 곳이 생겼다는 안도감 문인지 아이들이 나갈 생각을 안한다.

나 역시 짐 정리하고 늘어지느라 결국 3시간만에 근처 마트로 장을 보러 걸어 나섰다. 오후 6시도 대낮만큼이나 밝다.

걸어서 5분거리에 쇼핑몰이 있어서 좋아했는데 그곳에 있는 T&T마트는 아시안푸드 마켓이라 우리 취향이 아니었다. 무엇보다 특유의 향신료 냄새에 아이들이 나가자고 졸라서... 결국 다시 집으로 돌아와서 차를 몰고 근처 Safeway로 갔다.

시리얼에 음료수에 신나게 구경하고 먹고싶은 것 가득 실어서 집으로 향했다.    


한식을 더해 차분히 마무리하는 첫 밤

캐나다 역시 고기가 싸다. 소고기 볶음에 한국에서 가져온 김치, 김, 쌈장과 야채에 냄비로 지은 흰쌀밥! 일본에서도, 기내에서도 계속 식사를 했지만 역시나 한국밥이 들어가야 제대로 한끼를 한 포만감과 몸이 안정되는 느낌이다.

넥플릭스가 되는 숙소라 식사 후 TV앞에 모여 과자를 먹으며 블랙펜서를 봤다. 아쉽게도 자막이 영어라 기내에 이어 숙소에서도 아이들은 반강제적 영어환경에 적응해야했다. 

이렇게 캐나다에서의 첫밤이 흘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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