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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larice Jul 19. 2019

[Day 3] Summer Camp 첫날

아침부터 아이들이 분주하다. 각자 도시락통을 꺼내서(책을 챙길 일이 없으니 도시락 가방에 집중하는 이 상황이란..) 사과 1개, 스트링치즈 1개, 럭키 참스 시리얼바 1개 씩을 넣고 도시락통에는 젤리 샌드위치(한 면은 피넛버터, 한 면은 포도잼), 물통에는 오렌지주스를 담았다. 스스로 도시락을 챙겨주니 아침이 훨씬 여유 있다.

오늘의 아침은 남은 쌀 다 털어서 지은 밥에 취향대로 고른 즉석국(미소된장국과 황태 미역국), 어제 남은 치킨을 고추장과 케첩에 버무려서 재탄생한 매운 치킨 볶음 그리고 김치! 다들 한 그릇 뚝딱 먹고 길을 나섰다.


St.Georges Junior & Senior School

원래는 남자학교인데 방학에만 섬머 캠프로 개방하는 곳이란다. 전통과 명문이라길래 무척 탐나는 학교라 캐나다에서 지내는 2주 동안 1주는 체험해보고 싶었다. 특히나 외국학교에 다니고 싶어 하는 딸들이 학교라는 공간을 경험하기에 딱 좋을 것 같아서 첫 주 일정으로 정했다. 5학년인 큰아이들은 시니어스쿨에서 Math&puzzle, 4학년과 2학년은 주니어 스쿨에서 각각 Performing Art와 Rydmic Gymnastics.  


문제는... 숙소에서 학교까지 20분 정도 걸리는데 아침에는 교통체증으로 약 30분 정도 소요되는 데다 학교 주변은 그야말로 인산인해였다. 학부모 차들이 엉키고 사람도 많고, 우리나라에서 보던 풍경을 여기서도 보게 될 줄이야... 결국 첫날 우아하게 손잡고 걸어가려던 목표를 접고 아이들을 내려주기에 급급했다. 주니어 스쿨에서 동생들을 내려주고 시니어스쿨에서 큰아이들을 내려준 후 골목으로 돌아 누군가의 집 앞에 슬쩍 주차를 해놓고 얼른 달려갔다.


주니어 스쿨 강당에 반별로 아이들을 모아놓고 출석을 확인한 다음 교실로 데려가느라 강당에 앉아서 기다리는 우리 아이들이 보였다.


강당에서 반별로 출석체크 후 교실로 이동한다. 파란티셔츠가 각 반별로 배정되어 인솔하는 자원봉사 청소년들

4학년 둘째 딸은 같은 반 아이들이 너무 어리다고 벌써부터 입이 나왔다. 그도 그게 늦은 생일 때문에 커트라인에 걸려 9살 반 신청을 했는데 나머지 아이들은 6,7세다 보니 훨씬 어려 보이긴 했다.


일단 대강 달래 놓고 막내에게 가보니 오히려 표정이 평온하다. 안 들리니 아예 들으려고 노력하지 않는 이 평온함이란...^^ 자원봉사자 학생들이 아이들을 인솔해서 교실로 향하는 모습을 보고 얼른 시니어 스쿨로 갔다.


운동장에 모였던 아이들은 이미 교실로 다 들어간 상황이었다. 사무실로 가서 교실 번호를 물어보자 마침 프로젝터 갖다 주는 길인데 같이 가잔다. 붉은 티셔츠를 입은 젊은 학생이라 티셔츠 색깔이 뭘 나타내는지 물어보니 4가지가 있고 남색이 선생님이고 본인은 사무실 직원이란다.


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교실 앞에 도착하고 문이 열리길래 얼른 들여다봤더니 큰아이 두 명은 얼굴이 정말 굳어있다. 나와 눈이 마주쳐도 반갑기는커녕 긴장된 표정으로 쓱 쳐다보고는 다시 칠판을 보고 있다. 목소리만 들리던 남자 선생님은 본인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늦은 속도로 마이나스, 플러스를 외치고 계시는 거 같던데 뭐가 그렇게 긴장되는지... 그 모습이 어찌나 우습던지 돌아서서 혼자서 한참을 웃었다.


오크리지센터(Oakridge Centre)

근처에서 대기해야 할 것 같아서 스타벅스를 찾다가 오크리지센터라는 쇼핑몰이 눈에 들어왔다. 12분 거리라 일단 출발! 그런데 가는 길이 너무 이쁘다.


2차선 도로 양옆으로 집들이 아기자기하게 들어서 있고 거리는 조용하고 우거진 가로수는 그림처럼 이쁘고... 그냥 운전하는 것만으로도 캐나다에 온 게 마냥 신이 나는 그런 길이다(운전하면서 핸드폰 사용하는 게 금지된 나라라 사진을 못 찍어서 손이 근질근질...)


지프차 높이가 2.1미터는 될 것 같은데 주차장 높이가 2.3이라 혼자서 고개 숙이고 운전하면서 겨우 주차를 했다. 내가 고개 숙인다고 차가 낮아지는 것도 아닌데...ㅡㅡ


크고 깔끔한 쇼핑몰은 역시나 기분이 좋다. 푸드코트로 가니 스타벅스가 한가운데 자리 잡고 있다. 마침 브랙퍼스트 메뉴가 7월 15일부터 28일까지 기간 한정으로 있길래 왠지 나를 위한 메뉴인 것 같아 반갑게 주문했다. 주문을 받던 스타벅스 아주머니는.. 50대 동양인이었는데 상당히 친절했다. 내가 세트메뉴를 고르자 뒷줄의 사람들을 무시한 듯 엄청난 수다를 쏟아내셨다. 탁월한 선택이니 샌드위치도 너무 맛있는데 어떤 걸 좋아하냐며 하나하나 설명해주신다. 이야기를 듣는 동안 가방에 손을 넣고 지갑을 찾는데 한참을 헤매고 있자 아주머니는 괜찮다. 원래 찾으려고 하면 없는 법이다. 천천히 해라. 커피 가지러 갈 테니 찾으면 얘기해라. 그렇게 친절함에 감동받고 받아온 샌드위치와 커피는 너무 맛있었다. 한국 스타벅스에서는 에스프레소 커피 아니면 안 마셨는데 그냥 내린 커피도 이렇게 맛있을 줄이야. 기분 좋게 아침 겸 점심으로 먹으면서 오후 일정도 정리하고 숙소 예약도 마무리하고 다시 아이들을 픽업하러 학교로 향했다.  



혹여나 울면서 나오면 어쩌나... 다시는 안 간다고 떼쓰면 어쩌나 걱정하며 들어섰는데 전화기 너머로 어디냐고 물어보는 목소리가 한참이나 밝다. 일단 큰아이들을 주니어 스쿨로 걸어오라고 하고 주니어 스쿨 강당으로 갔다. 아침과 마찬가지로 오후에 수업 끝나고 데리러 갈 때도 강당에 모여서 출석표의 보호자를 확인한 후 인계를 해준다.


친구들이 어리다는 둘째는 역시나 수업도 유치하다고 투덜거리고 막내는 아까 그 표정 그대로 들리지 않아도 재밌었단다. 큰 아이들은 수학 수업인 줄 알았는데 오전에만 수학을 하고 오후는 도서관에서 보드 게임하고 산으로 산책도 가고 게임도 했단다. 아무튼 넷 다 무리 없이 적응하는 듯 보여 안심하며 준비된 방과후 코스로 출발했다.


Sea Bus 타고 가는 론즈데일 퀘이 마켓(Lonsdale quay Market)


원래 서스펜션 브릿지를 가기 전에 들러서 저녁을 먹고 싶은 마켓이었는데 차로는 50분 정도 걸린다. 다른 루트를 찾다 보니 배 타고 마켓을 가는 것도 재밌을 것 같아서 워터프런트 역(Waterfront station)으로 향했다.

문제는... 워터프런트 역 주변 주차장을 못 찾아서... 결국 역 공영주차장에 세우고 배를 타러 갔다.  


가볍게 도착한 론즈데일 역은 마켓과 바로 연결되어 있었다.  입구 노천 바에서 바다를 바라보며 맥주 마시는 사람들이 부럽다는 생각이 들던 그 순간! 텔레파시가 통했는지 아이들끼리 구경을 다니겠다길래 냉큼 20불을 쥐어주고 노천 바에 자리 잡았다.



어떤 남자가 와인에 음식을 가지고 노천 바에 빈자리도 많은데 유독 내 옆에 앉는다. 라자냐와 소시지 같아 보이는 냄새가 너무나 훌륭한 음식을 먹으며 와인을 마시는데 갑자기 너무 배가 고팠다. 어디서 샀냐고 웃으며 묻고 싶었지만 일단 맥주 한잔 놓고 여유 있게 바다를 바라보는 센한 여성 콘셉트를 유지하고 싶었다.

여행 3일 만에 칮아온 혼자만의 시간을 온전히 즐기고 싶은 마음에! 그렇게 보는 사람 없어도 혼자 우아하게 한 모금씩 넘기고 있는데!!!  

아이들이 밖에서 소리 지르며 부른다. 배고픈데 먼저 밥 먹어도 되냐고..ㅡ.ㅡ  여기저기 여러 명의 동양인 아이들이 소리치며 맥주집에 앉은 엄마를 부르는 광경이란... 결국 옆의 남자도 재밌는지 웃는다. 이미지 메이킹은 온전히 망했다. 아껴마시던 반잔의 맥주를 완샷 하고 일어서는데 옆 남자가 미소 지으며 "enjoy!"란다. 나도 우아하게 미소 지으며  "You, too"라고 하고는 후다닥 나와버렸다. 이왕 이렇게 된 거 그 맛있어 보이던 소시지 집이나 물어볼 걸 그랬나...


아이들이 어딨나 두리번거리면서 쇼핑몰 여기저기를 그제야 둘러봤다. 평일이라 비교적 한산했고 7시가 폐점이라 그런지 하나둘 정리를 시작하고 있었다.

한참 구경하면서 코너를 돌다가 순간 빵 터졌다. 너무 자연스럽게 넷이서 바에 앉아 뭔가를 먹고 있었다. 슬그머니 다가가 보니 손바닥 반만 한 파이를 하나 시켜서 여러 등 분로 조각내서 먹고 있다.


재밌기도 하고 짠하기도 해서 얼른 데리고 저녁거리를 사러 이동했다.


피시 앤 칩스, 중식 볶음면 세트, 난과 버터 치킨 이렇게 세 개를 시켜서 나눠먹고 다시 배(Sea Bus)를 타러 갔다. 돌아가는 티켓은 저녁 6시 이후라 존 1(zone 1) 가격으로 할인되어 있어 은근 기분이 좋았다.


하루의 마무리, 라면

역에 주차한 차를 찾아서 집에 왔는데 아무래도 출출하다. 짜파게티와 불닭볶음면에 체리를 곁들여 야식으로 먹고 일기를 쓰면서 밴쿠버에서의 또 하루를 정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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