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졸업을 앞둔 대학생의 넋두리
2개월간의 길고 무더운 방학이다. 대학 졸업을 앞두고 맞이하는 마지막 여름방학은 설렘으로 확 타오르다 이내 잠잠해졌다. 불꽃과도 같았다. 점화의 시점엔 한없이 반짝이고 타오르다 이내 그 스파크는 사라지고 없어졌다. 열심히 산다는 것에 표본으로 지내온 지난 수년이 애석할 정도로 지금은 고요함으로만 시간을 보내고 있다. 정확히 말하자면 무기력함이랄까.
무엇이든 이뤄낼 수 있을 것 같은 벅차오름으로 취업준비를 시작했다. 여러 가지 조건들을 따져보며 꽤 괜찮겠다 싶으면 지원을 해보았다. 하지만 이윽고 한 달 동안에 끊임없는 지원서와 서류 합격에서 바로 탈락해 버리는 씁쓸함을 연달아 경험해 보니 무엇도 이룰 수 없을 것 같은 자괴감이 몰려왔다. 나는 이루고 싶은 게 분명하고 그를 위한 열정과 노력만 있다면 반드시 해낼 수 있다 생각하며 살아온 사람이지만, 이 시기는 내게 너무 가혹하다. 하고픈 일이 분명하지만 이를 해내고 싶은 대단한 사람들도 많다는 게 피부로 느껴진다. 그 사람들과 동일 선상의 후보자로 놓고 봤을 땐 난 아무래도 확연히 부족한 무엇이 있나 보다.
그렇게 보면 나는 참 잘하는 게 없다고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중학생 때부터 지금까지 나는 뭐든 시키면 "너무 못한다"는 없었지만 "너무 잘한다"도 없었다. 하고 싶은 건 분명했는데 그걸 어떻게 나의 재능으로 이룰지는 잘 알지 못했다. 그래서 뭐든 조금씩 배워보며 찾아나갈 수 있는 자율전공학부로 진학을 했고, 거기서 별의별 수업을 들어가며 배운 건 난 경제학은 정말 안 맞는다라는 것뿐이다.
내가 신나서 공부할 수 있었던 분야는 나만 잘 살자고 하는 게 아니고 모두가 잘 살자고 하는 분야의 공부였고 (예를 들면 지속가능 목표, 개발도상국들 개발 계획, 소수인권, 등등) 특히 환경분야에선 늘 관심을 띄우던 나기에 관련수업은 내게 설렘을 안겨줬다. 다만 현실은 그런 설렘으로만 타협하는 것이 아니었고 취업시장은 더더욱 열정이라는 단어 하나뿐으로 잘 해낼 수 있다는 인상을 주기 힘들었다. 어찌 보면 지금까지의 경력과 경험들은 내가 잘해서가 아니고 운이 좋아서였겠다. 운이 좋게 많은 대외활동들을 통해 조금씩의 경험들을 쌓았고, 그렇게 운이 좋게 굉장히 좋은 곳에서 일 년간 소중한 경력을 쌓았다.
그렇게 나는 매일 집에서 한 발자국도 나가지 않은 채 몇 주를 보냈다. 처음엔 이 무료하고 적막한 일상이 좋았다. 뭐든 내가 이끌리는 데로 먹고 자고 놀고 또 해내야 하는 걸 할 수 있으니까. 다만 이러한 하루가 지속될수록 나의 체력은 바닥이 났고, 사람들과의 교류도 전혀 없어졌다. 게을러져서 하던 운동도 안 하니 낮에 잠깐 볼일을 보러 나갔다 오면 피곤함에 곯아떨어지고, 구태여 내가 먼저 다가가지 않으면 만날 수없는 사람들을 놓아버리니 만날 친구들도 없어졌다. 나는 나 혼자만의 격리를 시작해 버린 셈이다.
그렇게 내내 졸리기만 한 매일을 보내다 보니 내 청춘이 너무 아깝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해서 딱히 하고 있는 것도 없다. 그렇게 나는 그냥 이 시간을 흐리고 있다. 물을 흘려보내듯 흘려보내고 있다.
나는 아직 아무것도 할 줄 아는 게 없나 보다. 돈을 벌고 싶지만 나만의 무엇으로 돈을 버는 일을 할 줄 모르고, 변화를 만들고 싶지만 나만의 능력으로 시작을 할 줄 모른다..
다만 확실한 건 이건 아직일 뿐이다. 나는 아직 20대 초반이고 (이제 공식적으로 한국나이는 만나이니까), 비록 같은 나이에 이룬 게 너무 많아 보이는 주변친구들에 조급하기도 하지만, 아직은 내 때가 찾아오지 않았을 뿐이라고 되뇐다. 아직 난 아무것도 할 줄 모른다. 그래도 곧 언젠간 나도 뭐라도 할 줄 알지 않을까?
그때까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