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취향은 내가 만든다
글 커버 그림은 전시회 갔다가 몸통은 새, 얼굴은 사람인 조합이 재미있어서 찍어왔던 것. 눈썹 정리 안 한 내 눈썹이랑 닮아서 괜히 한 번 더 들여다보게 된다ㅋㅋ
1편에 이어 어떤 작품들을 그렸는지 설명을 해보겠다.
민화는 무언가 바라는 욕망이 가장 잘 묻어나는 그림이다. 특히 책가도(책거리)는 주로 선비의 방이나 서당에 장식해놓고 책을 가까이 하자, 학문에 매진하자를 다짐하는 의미를 담았다고 한다. 나는 책궤 저 옆쪽에 붙은 매미인지 파리인지 모를 것에 잠시 집착하다가 가지는 왜 이 접시에 놓여 있을까 궁금해했던 것 같다. 가지는 장수나 성공을 의미한다는데 정말 이 그림 하나에 성공이나 학문적 덕망에 대한 욕구가 얼마나 가득한지. 주제는 나의 욕망과도 닿아 있지만 다른 그림에 비해 많이 등장하는 곧은 선들 때문에 곧 흥미를 잃고 재미없게 작업했던 기억이 난다. 만약에 내가 책가도를 다시 작업하게 된다면 요새 많이 보이는 엄청 큰 책가도를 그려보고 싶다. 숱한 직선들을 기꺼이 다 그려도 좋을 만큼 그림에 나타난 다양한 시점들을 따라가는 재미가 있을 것 같다.
그다음 못생겨서 별로 안 좋아하는 문자도다. 글자는 염(청렴), 위에 올라가 계신 분은 봉황이랑 흰 게다.
여기서부터는 내 애정을 반영하듯 앞선 작품들과 그림 사이즈가 다르다. 꽃은 보면 좋은 것이라고 생각하고 꽃무늬 소품이 은근히 있으며 철마다 내 마음에 드는 꽃이 무엇인지 이야기할 수 있는 정도? 딱 남들과 비슷한 정도의 관심만 있지 우와!! 꽃 정말 좋아!!! 까진 아니었다. 하지만 꽃을 그리기 시작하면서부터 사랑에 빠져버렸다.
<화접도>
색이 고운 모란은 원래 민화 단골 소재이고 부귀영화나 무병장수, 자손 번창 등 좋은 뜻은 다 가지고 있다. 나비는 문자 그대로 꿀 빠는 존재, 즐거움 그 자체로 여겨지며 남녀의 화합을 상징한다고 한다.
가지 끝 작은 꽃 봉오리조차도 귀엽고 아름답다.
<연화도>
연꽃은 청정함과 다산의 상징이라고 한다. 연꽃잎까지 마치 하나의 탐스러운 꽃다발 같아서 정말 좋아한다. 참고로 새는 물총새고 목덜미의 붉은빛이 제일 좋다.
궁모란도
모란을 원 없이 그려봤다. 그리면서 어.. 어쩌면 다른 건 몰라도 꽃만큼은 정말 잘 그리는 걸지도 모르겠다 생각했던 작품이다. 저 탐스러운 모란꽃들은 보고 또 봐도 질리지 않는다.
이렇게 궁모란도를 끝으로 민화 지도자격 2급에 합격을 하게 되었다. 자격증을 취득하는 것 자체는 그렇게 어려운 과정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림 그리는 과정과 결과물을 깔끔하게 포트폴리오로 만들어서 선생님이 어디론가 갖고 가면 자격증이 나온다. 성실하게 붙잡고 완성만 한다면 자격증을 하나 추가할 수 있는 것이다. 내가 여기서 더 노력해서 완성도 높은 그림들을 그려 나간다면 방과 후 지도나 문화센터 강사에 도전해볼 수 있는 최소한의 자격 정도. 내가 무슨 민화 '지도'야 복숭아나 그리고 싶다~ 했었는데 내가 운전을 잘한다고 운전면허증을 딴 것이 아니듯 이 과정을 무사히 마쳤다는 통과의례 증명서라고 생각하니 이 과정을 지나온 것이 더 값지게 느껴졌다.
하지만 이 자격증을 얻고 건강을 잃어버릴 위기에 처하는데....
(3부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