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곳은 717OP, 금강산전망대다. 적의 동태를 관측하는 관측 시설이다. 군사시설이지만 애초 92년 건립 당시 관광 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만들어져, 특정 기간에 제한적으로 민간인에게 개방해왔다. 이 곳에서부터 휴전선까지의 거리는 1.2km에 불과하다.
출처: 강원도민일보
휴전선(군사분계선)으로부터 각각 남북으로 2km 지점까지는 무장이 금지된 비무장지대, DMZ다. 남북 2km, 총 4km의 DMZ는 남북이 아닌 유엔군사령부가 관할해, 출입하려는 자는 유엔사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금강산전망대는 DMZ 내에 있기에, 특정 기간에만 하루 40명을 추첨하여, 유엔사가 승인한 후 출입한다.
출처: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금강산전망대에 오르면 절로 그 비경에 감탄하게 된다. 바다 위의 금강산해금강부터, 금강산 마지막 봉우리 구선봉, 그 구선봉을 비추는 감호.날이 맑으면 왼편 너머로 금강산 일만이천봉 봉우리까지 보인다. 상시 출입이 가능한 통일전망대보다, 내륙 쪽이고 지대가 훨씬 높아 경치가 훨씬 좋다. 괜히 선조들이 ‘이름도 아름다워 금강’이라 예찬했던 금강산이 아니란 생각마저 들게 된다.
대부분 관광 목적으로 방문해 잊는 사실이지만 이 곳은 엄연히 남북이 중화기로 무장해 대치 중인, 살벌한 곳이다. 처음 왔을 때는 금강산 절경에 취하여 보이지 않지만, 두번 세번부터는 금강산 절경 사이로 펄럭이는 빨간 인공기와 초소가 보인다. 바로 발 밑 지나는 촘촘한 GOP 철책 사이로, 서로를 절멸시키고도 남을 기관총과 포가 서로를 겨누고 있다. 그 때부터, DMZ 관광이 아닌, DMZ의 삶을 어렴풋이 엿보게 된다.
출처: 뉴스1, 금강산전망대에서 바라본 적(북한군) 초소
이렇게나 살벌한 공간은 관광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것 같은데, 지역 주민들은 지속적으로 관광을 요청한다. 올 가을, 북한이 NLL 이남으로 미사일을 쏘아 잠시 관광이 중지되었을 때도, 지역 주민들은 지역경제의 어려움을 이유로 통일전망대 재개방과 관광 재개를 청원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포화 속에서 고기를 낚던 어부의 사진이 떠오른다. 아무리 살벌한 곳에서도 삶은 이어지고 있다.
북한의 젊은 병사들은 먹을 것을 구하기 위해 초소 앞에다 밭을 일구고 호수에서 고기를 잡는다. 남한의 젊은 병사들은, 민통선 이북 산림에 무단으로 침입해 불법으로 약초와 더덕을 캐는 민간인들을 잡으러 다닌다. 바로 옆이 낭떠러지 절벽인, 잔도같은 GOP 도로에는 매일같이 민통선 GOP, DMZ GP 초소에 각종 물자를 보급하기 위한 트럭이 지나간다. 모두 지뢰가 무수히 깔려있는 땅 위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그 중 어떤 젊은이들은, 목숨까지 걸고 철조망을 넘었다.
높은 산 정상에 오르면 더 넓게, 더 멀리 볼 수 있다. 하지만 땅바닥은 개미처럼 작아 잘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대부분의 삶은, 산 중턱이 아닌 개미떼처럼 오가는 땅바닥에서 일어난다. 높은 산에 있는 이들이 땅바닥의 일을 개미떼처럼 여길 때, 땅바닥에 있는 이들은 더 많은 피를 흘리고, 다치고, 목숨을 잃었다. 산 정상에 오르려는 이들이, 산 정상만 쳐다보고 오르지 않고, 땅바닥이 선명히 보일 산 입구부터 그 모습을 똑똑히 기억하고 올랐으면 좋겠다.
출처: SBS, 4년 전 부대에서 있었던 북한군 귀순 뉴스 보도
P.S. "늙은이들이 전쟁을 선포하지만 싸우고 죽어야 하는 이들은 젊은이다." 전쟁이 대표적인 예지만, 전쟁에만 해당하는 말은 아닐 것이다. 땅바닥에 있는 이들이 다칠 때는 젊은이들부터 다쳤다. 산 정상에 있는 이들은 대부분 젊지 않다. 산 정상에 있는 이들이, 자신이 얻은 시야를 모두를 위해 쓰지 않고, 자신의 것을 놓지 않으려 책임을 회피하는 데에만 쓸 때, 땅바닥의 젊은이들이 가장 많이 죽고 다쳤다.
사실 이 격언은 미국 대통령 허버트 후버가 한 말이다. 미국에서도 저런 격언이 돌았다니, 사실 이건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그저 인간의 본성이 원래 그렇게 생겨먹었기 때문은 아닌지, 고민하게 된다. 이렇게 마무리짓자니 해답이 묘연하고 막막하다. 대부분의 문제는 파악하기는 쉽지만 풀기는 어렵다. 하지만 꿈조차 꾸지 못하라는 법은 없으니까.이것만큼은 당위여도 좋다.
출처: az quotes
주)
* 강원도 고성에서 22년 8월부터 1년간 인권장교로 복무하고 있습니다. 복무 중 사단 예하부대, GOP, GP 군법교육, 인권교육을 돌면서 들었던 생각을 간단히 정리한 글입니다. 참고하시면 좋겠습니다. 남은 복무기간 부지런히 최전방지역을 더 다녀보고, 잘 기억해두고 싶네요.
* 통일전망대는 출입가능시간대에 신고소에서 신고만 하면 별도 승인절차나 제한없이 자유롭게 관람 가능합니다. 입장료 인당 3천원과 주차료 약 5천원이 수수료로 붙습니다. 출입가능 시간이 짧아서 오전에 가시는 게 좋아요. 통일전망대는 바다 쪽에 붙어 있는데 이 곳도 해금강이 아주 잘 보입니다. 통일전망대 앞에는 DMZ 박물관이 크게 조성되어 있는데, 아이들 데리고 가기 좋습니다.
통일전망대에서 바라본 해금강
* 고성이 위치가 외지고, 최전방인 것만 빼면 휴양지로 참 좋습니다. 특히 바다가 참 예쁩니다. 바다 어디를 가든 대충 찍어도 인스타 각입니다. 날 풀리면 서핑하기도 좋습니다. 많이 놀러오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