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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럽다, '알아서 눈치껏'과 순간의 욕심이 부른 비극

by 부끄럽지 않게 Feb 08. 2025

짧은 교직 경력,

하지만 시작 직후 3년을 제외하고는

모두 부장교사로만 근무했다.


부장교사를 하기엔

경험도, 나이도 부족한 터라

먼저 헤아리고 더 많이 움직여

그 부족함을 채우고자 늘 노력했고

결과, 그만 넘겨집는 습관이 생기고 말았다.


출국 절차를 마치고

아내는 면세품을 찾으러 가며

아침으로 김치찌개 하나를 주문해 달라고 했다.

어제 먹은 저녁도 아직 소화되지 않았던 난,

아내의 메뉴 하나만 주문하기 위해

키오스크 앞으로 갔고

9,000원이라는 김치찌개 메뉴를 보았다.


'공항은 보통 더 비싼데,

김치찌개가 9,000원 밖에 안해?

너무 저렴한데, 내가 메뉴를 잘못 골랐나'


생각보다 저렴한 가격에 때 아닌 고민에 빠졌고

메뉴를 천천히 둘러 보던 난,

'+공기밥 1,000원'

이라는 문구를 보게 되었다.


'아, 밥은 포함하지 않고

찌개만 9,000원이구나.

밥 없이 찌개만 주문할 뻔 했네.

살펴보길 다행이다'


그렇게 공기밥 하나를 추가해

메뉴를 주문했고 자리에 앉아 음식을 기다리는데


'음식 나왔습니다'


찌개 하나와 공기밥 2개를 가져다 주시는 종업원 분.

9,000원은 공기밥까지 포함된 가격이었고

'+공기밥'은 말 그대로 공기밥 하나 더 추가였나 보다.


그런데

김칮지개와 공기밥 2개를 보니

불현듯 식욕이 동했다.


'아주 살짝 맛만 볼까' 하는 마음에

숟가락을 하나 더 가져 왔고

한 숟갈 뜨려는 찰나,


"손님, 너무 죄송해요.

저희 1인 1메뉴가 원칙이라

이렇게 메뉴 하나 시키시고 두 분이 드시면 안되세요.

죄송합니다"


어렵게 말을 꺼내시는 종업원 분께

감히 무어라 말씀 드리랴.


주문 과정에서 한번만 여쭸더라면

음식을 보고 한번이라도 식당의 상황을 생각했더라면

종업원 분도 마음 불편하실 일 없는 일인데.


"죄송합니다.

제가 실수했습니다.

저는 식사하지 않겠습니다.

죄송합니다!"


알아서 눈치껏,

때론 일도 수월하고 모두에게 좋을 수도 있을 습관이지만

지레 짐작하는 버릇은

누군가에게 의도치 않은 해가 될 수 있음을 안다.


지레 짐작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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