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시브 인컴 늘려서 퇴사하기 프로젝트 v.1
친정 여동생과 나는 미술품 컬렉팅 친구다. 다른 면에서는 취향이 비슷하진 않아서 자매끼리 그 흔한 옷 쇼핑도 단 한번도 같이 간적이 없었다. 카톡도 거의 한달에 한번 할 정도로 공통 관심사도, 할 말이 없는 자매였다. 하지만 미술품 컬렉팅을 시작한 후로는 의외로 지름신의 측면에서 둘이 같은 핏줄임을 확인했달까. 미술품을 주제로 카톡도 매일 하고 정보도 서로 교환하기 시작했다. 결정적으로 NFT 투자를 함께 하기 시작한 다음부터는 새벽 1시, 2시까지도 연락하는 사이가 되었다.
처음에는 NFT 미술품 위주로 봤지만, 점차 시간이 지날수록 P2E*나 PFP** NFT가 더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래서 거의 매일 밤마다 친정 여동생과 카톡으로 연락하면서 NFT 민팅*** 정보도 얻고, 민팅에 참여해보기도 했다. 사실 민팅정보는 대부분 트위터나 디스코드, NFT 정보 오픈카톡방에서 얻게 된다. 거기서 열심히 채팅을 하다 보면 남들의 프로필사진이 자연스럽게 눈이 들어올 수밖에 없다. 유독 내 눈에는 메타콩즈 원숭이들이 유머러스하면서도 힙해보였다.
* P2E는 Play to Earn, 즉 게임을 하면서 돈을 번다는 뜻임
** PFP는 Photo for Profile, 바로 프로필사진이라는 뜻임
*** NFT를 창작자로부터 최초로 구매하는 행위로서 동전 주조의 민트mint에서 나온 단어, 청약과 비슷함
하지만 내 눈에 띄었을 당시에 300만원 정도로 초심자인 내가 선뜻 사기에는 부담스러웠다. 친정 여동생이 메타콩즈를 5백만원대에 사겠다고 했는데 안전제일, 보수주의적인 제부가 이혼하자고 할 것 같다고 내가 적극 말리기도 했었다. 하지만 메타콩즈는 우리 눈앞에서 1천만원을 훌쩍 넘어버렸다.(동생아... 미안하다~!)
그렇게 밤마다 민팅을 시도하면서 시드머니를 야금야금 늘려가던(또는... 갉아먹던?ㅎㅎ) 어느날.
반갑게도 메타콩즈 팀에서 뮤턴트 콩즈, 뮤턴트 g.rilla의 민팅일정을 발표했다. 세계관의 확장 컨셉으로서 메타콩즈들이 차원의 문을 넘어가면서 돌연변이 콩즈인 뮤턴트 콩즈가 되고, 이미 그 다른 차원에서 살고 있던 뮤턴트 g.rilla들을 만난다는 내용이었다.
우리 자매도 고릴라를 비교적 적은 돈으로 지갑*에 들일 반가운 기회를 얻게 된 것이다. 그치만 민팅에 실패하면 오픈시(opensea)**에서라도 하나 사고싶었는데, 몇백만원 정도는 들 것 같아 고민이 됐다. 출산할때 갖은 고생이 많았던 내게 남편이 원하는 것 하나는 사준다고 하면서 샤넬백을 제안했었는데, 나는 차라리 뮤턴트 g.rilla 민팅을 시도하여 부부 홀더가 되어보자고 했다.
* 메타마스크, 카이카스, 팬텀 지갑과 같이 NFT 거래시 사용되는 개인 전자지갑을 말한다.
** 세계에서 가장 큰 NFT 매매 플랫폼.
뮤턴트 g.rilla의 부부 홀더 탄생
민팅 결과는 어땠을까? 절반의 성공, 그리고 절반의 타협이었다.
일단 남편 지갑으로 세븐 NFT 7장을 사서 화이트리스트를 얻었다. 세븐 NFT 매수도 가격과 수수료를 생각하면 일반 퍼블릭 민팅보다는 훨씬 비싼 가격에 한마리를 들인 셈이다.
그리고 운이 좋게도 남편이 민팅에 2마리를 성공해서 시장가보다 훨씬 더 싼 가격에 g.rilla 두 마리를 지갑에 데려올 수 있었다. 한 마리는 남편이 자기 클레이튼으로 오픈시에서 사주었다. 얼마나 로맨틱한 용돈 소각처인가!
우리는 이제 뮤턴트 g.rilla의 부부 홀더다.
남편이 선물해준 내 뮤턴트 g.rilla!
아는 사람만 알아보는 스웩
g.rilla의 홀더가 되면서 당장 트위터 프로필, 디스코드 프로필을 내 귀염둥이 g.rilla로 바꿨다.
사실 사람들이 그 쓰잘데가 없는 사진을 뭐할라고 몇백을 주고 사냐, 많이들 비난한다. 하지만 NFT 투자자들한테는 이 사진만큼 큰 스웩이 없다. 예를 들어 트위터나 디스코드에 누가 있는데 그 사람의 프로필이 크립토펑크이거나 BAYC(Bored Ape Yacht Club)라면 그 사람은 소위 "그 프로필 사진 한 장"에 몇 억을 쓸 수 있는 초 부자인 셈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블록체인의 특성상 그 사람의 NFT 컬렉션 번호를 알면 그 사람 지갑을 오픈시 등에서 클릭해서 볼 수 있다. 알음알음 어떻게 보게 되었는데 그 사람 지갑에 BAYC가 10개 있다면, 그 사람은 이미 BAYC로만 27억이 있는 셈이다. 굳이 인스타그램에서 차키를 슬쩍 보여주거나, 시계와 브레이슬렛이 살짝 보이게 핸들 앞에서 네일아트 사진을 찍을 필요가 전혀 없다. 프로필 사진 한장으로 이미 모든 게임은 끝난 셈.
또 지금까지는 프로필사진을 내가 직접 오픈시에서 저장해서 트위터나 디스코드에 직접 올려야 했다. 하지만 트위터에서는 앞으로 자신의 지갑을 연동해서 프로필 사진으로 보여줄 수 있는 기능을 개발중이라고 한다. 이렇게 되면 정말 블록체인이 인증해준 찐 부자 스웩인 것이다.
요새 당장 나만 해도 디스코드나 오픈카톡방에서 같은 NFT 프로젝트 홀더들이랑 대화를 나누는 시간이 친한 친구랑 연락하는 시간보다 훨씬 길어졌다. 솔직히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끼리 끼리끼리 부담없이 어울리기에는 디스코드 제너럴 챗방만한 곳이 없는 것 같다. 그러다보니 요새 나는 밖으로 나갈 때 입을 옷이나 구두보다 트위터나 디스코드의 프로필사진이 더 갖고 싶었다. 아마도 메타버스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게 된다는 미래에는 더하지 않을까 싶다.
내가 샤넬백 대신 뮤턴트 g.rilla를 산 이유?
일단 샤넬백은 살 당시의 한계효용이 제일 크다고 생각한다. 샤넬 매장에서 사서 들고 나올때의 그 짜릿한 쾌감. 나도 샤넬백을 처음 샀을 때는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여자가 나 같았다. 아파트 청약 당첨때보다도 더 기쁨이 컸다.
그렇지만 지금 아기를 낳고 육아휴직을 한 상태에서 나에게는 샤넬백의 효용이 적다. 일단 샤넬백은 내가 패키징을 풀고, 처음 들고 다가는 순간 감가상각이 되버린다. 그리고 육아휴직중이고 오미크론이 창궐하는 2022년 2월 현재, 나는 샤넬백을 들고 나갈 곳이 없다. 가끔 만나는 친구들은 모두 소박하게 하고 나오는데, 나 혼자 샤넬백을 들고 나가는 것도 우스운 일이고.. 현실은집에서 동생과 카톡 하고, 디스코드나 트위터에서 NFT 에어드랍*, 화이트리스트 정보나 찾고 있는데 무슨 샤넬백을 사겠나.
* NFT를 공짜로 주는 것
반면 뮤턴트 g.rilla는 지금 당장 나에게는 샤넬백보다 큰 효용이 있다. 트위터, 디스코드에 당당하게 내 프로필로 걸어두고 "나 이런 귀여운 고릴라 주인이요~!" 자랑할 수가 있다. 왠지 채팅을 할때도 누군가 나에게 뮤턴트 홀더냐고 물어보면 수줍게 "네...^^" 하고 대답할 수 있을 것 같다.
그치만 무엇보다도 패시브인컴을 늘린다는 측면이 컸다. 패시브 인컴, 즉 소극적 소득이란 내가 일하지 않고도 매달 들어오는 돈을 뜻한다. 보통 패시브인컴을 늘리고자 하는 사람들은 월세, 배당주를 많이 투자하곤 했다. 하지만 월세나 배당주는 보통 정말 큰 돈을 넣어야 생활할 수 있는 수준의 현금흐름이 발생한다. 나는 과거에 신축 아파트 20평을 월세를 준 적이 있다. 그 아파트 가격이 10억이 넘었지만, 월세는 1억 보증금에 140만원을 받았다. 신축이어서 그래도 140만원이지, 구축은 훨씬 더 낮은 금액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내가 30억을 투입해야 420만원을 벌 수 있다니, 자본의 투입효율이 너무 떨어지는 장사인 것이다. 그리고 그 전체 금액이 모두 가격하락의 리스크에 노출된다는 사실 역시 간과할 수 없다.
주식 역시 마찬가지로서 5% 정도의 배당수익을 얻기 위해서 너무나 큰 금액을 주식에 투자해야한다. 보통 2천만원 정도의 수입을 얻기 위해서는 6억 정도의 배당주를 사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게다가 배당이 높은 주식은 보통 성장성이 떨어지므로 가격이 상승하는 속도도 매우 더디고, 운이 나쁘면 떨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NFT는 민팅에만 성공하면 가격하락의 위험에 노출되는 금액이 민팅 가격에 불과한데, 수익은 더 많이 바라볼 수 있다.
내가 위에서 예시를 든 프로젝트인 메타콩즈는 하루에 4 MKC를 홀더들에게 주고 있다. 지금 클레이스왑에서 1 MKC는 약 13달러로 1만 5천원이다. 즉, 메타콩즈 하나를 홀드하고 있으면 지금 1mkc의 가격이 유지된다는 가정 하에 하루에 6만원, 1년이면 2,190만원이 들어오는 것이다. 뮤턴트 콩즈, 뮤턴트 g.rilla 역시 세계관의 확장에 기여를 했기 때문에 하루에 조금씩의 MKC를 줄 예정이며 그 개수는 메타콩즈 홀더들의 거버넌스에 따라 결정된다고 한다. 토크노믹스(Tokenomics)에 따르면 최대로 받을 수 있는 개수는 0.8개라고 하니 보수적으로 접근할 필요는 있겠지만...
메타콩즈만 이렇게 자체 토큰을 주는 것이 아니다. 다양한 NFT 프로젝트들이 자체 코인을 만들어서 탈중앙화 거래소에 리스팅(상장)을 하고 있다. 그리고 그 코인을 가지고 해당 NFT 생태계에서 다양한 일들을 할 수 있다.
거기다가 부동산은 현금화 하기까지 보통 3개월, 주식은 2영업일 정도가 걸리지만 NFT는 오픈시에서 팔리면 바로 그날 현금화가 가능하다. 특히 잘나가는 NFT같은 경우에는 바닥가보다 조금만 싸게 올려도 빛의 속도로 누군가가 채가기 때문에 거의 즉시라고도 볼 수 있다.
물론 워낙 변동성이 큰 가상자산의 특성상 mkc가 크게 하락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최악의 경우에도 내가 손해보는 금액은 민팅금액 뿐이기 때문에 이렇게 다양한 시도를 하면서 패시브인컴을 늘리고자 하는 나의 여정은 계속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