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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근한 수록 Aug 22. 2023

오후 4시의 습관

2022년 3월 쓰다.

 작년부터 내 일상에는 작은 루틴이 생겼다. 운동을 시작하면서 생긴 이 루틴들은 내 삶을 여러모로 바꿔놓았다. 그 중에서도 가장 좋아하는 건 오후 4시의 루틴인데 그 루틴에 대한 이야기를 함께 나누고 싶다. 나는 원래 '건강함'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었다. 달콤한 주전부리와 야식을 너무나도 사랑했고, 운동이라면 질색팔색 하며 출근과 퇴근길 움직임 만으로도 충분하다 외치던 사람이었다. 스무살 초반에는 이런 나의 삶이 퍽 좋았다. 이런 삶을 유지해도 항상 건강했으며, 에너지 넘치게 살 수 있었던 나였기에 세월의 무서움을 모르고 되는대로 막 살아가는 '막생'을 유지했다. 그 결과, 작년 여름부터 일이 터졌다. 직업 특성상 키보드를 많이 사용해야 하는데, 손목이 아파오기 시작한 거다. 직장인이라면 흔히들 겪는 손목터널 증후군이겠거니 하고, 무심히 넘겼다. 며칠 지나면 나아지겠거니 했던 손목은 기어이 손 마디까지 아파오고 저림증세까지 찾아온거다. 아뿔싸, 부랴부랴 병원을 찾았고 내게 내려진 병명은 탄발지 및 척골신경 어딘가의 알 수 없는 문제가 함께 찾아온 거라고 했다. 손목에 침을 여러 군데 꽂아 주시며 한의사 선생님은 "어유~ 운동을 하나도 안하시나 봐요~"라는 말로 또다른 침을 내게 무참히도 꽂아주셨다.

 그래, 까짓것 나도 해보자. 싶은 마음이었다. 바로 회사 근처 헬스장으로 달려갔다. 운동을 등록하니, 내 기초대사량에 맞는 관리를 해준다며 원장님이 식습관 루틴을 덜컥 내미는 게 아니겠는가. 거기에는 4시에 먹어야 할 간식이 보란듯이 써 있었다. 그것이 참 이상했다. 그러면서도 내심 좋았다. 인터넷에서 떠들어대기로는 탄수화물을 조금만 먹고 운동을 열심히 해야 근육도 생기고 체지방도 빠지는거라고 하던데, 평소엔 잘 먹지도 안던 4시에 간식을 먹으라고 하니 신이 날 수밖에. 한 번 해볼까? 싶은 마음이 커졌다. 그렇게 오후 4시에 나만의 간식루틴이 생기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의외로 간식을 먹는 게 고역이었다. 몇 시간 후면 저녁도 먹을건데 굳이 간식을 먹어야 하나 싶고, 뭘 먹어야 할 지도 몰랐다. 첫 날에는 고구마 하나를 꾸역꾸역 먹었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 하루는 삶은계란을, 하루는 두유로, 하루는 단호박을 쪄오기도 하고, 동글동글 방울토마토와 고소하게 구운 아몬드 등... 시간이 지날수록 간식은 다양해졌고, 그 시간을 즐기는 방법도 조금씩 쌓여만 갔다. 하루 이틀 간식을 먹어가면서 나는 마음이 조금 더 여유롭게 변해가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더이상 신체적 건강의 차원이 아니었다. 나의 마음에 한 줌 여유를 불어넣어 주는 매일 4시의 간식시간이 너무 좋다. 하루의 어떤 순간에 깊은 애정을 가질 수 있다는 것 역시 삶의 깊은 감동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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