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2월의 마지막 날 쓰다.
나를 알아보고자 글을 씁니다.
나는 기적적이게도 1990년대부터 지구에서 살아갈 기회가 주어졌습니다. 그리고 지금, 2023년 2월. 근 30년의 삶을 돌이켜보니 내가 사랑해 마지않는 순간이 정말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요. 그러나 그것들은 어떤 연유로 내게 사랑의 감정을 불러오는 것인지 도통 알 수 없었습니다. 그 멋진 마음들을 불러일으키는 근원을 알게 된다면, 아마도 나는 남은 생을 더 사랑에 빠진 채로 보내다 가게 되지 않을까요?
그래서 이제나마 정리해보겠습니다. 내가 사랑에 빠졌던 순간들을 생각나는대로 늘어놓기로 합니다. 나는 물길이 아롱아롱 들이치는 파도를 보면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잔잔한 따스함이 흩어집니다. 이른 출근길, 열차의 차창 너머로 떠오르는 햇살을 바라볼 때 미소가 지어집니다. 길거리 고양이가 은근슬쩍 츄르를 요구하며 제 다리에 꼬리를 감는 모습에 벅차는 마음을 감출 길이 없습니다. 바람이 매서운 날 친한 친구와 팔짱을 쑥 끼고는 서로의 온기에 의지한 채 거리를 걷는 순간엔 추운 것도 참 좋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주머니가 들고 탄 무거운 쌀가마니를 대신 내려주는 이름 모를 버스의 승객과, 별 것 아닌 것들로 마주보며 깔깔 웃는 연인들의 미소에 나도 모르게 사랑에 빠지고 맙니다. 처음 수련회에 갈 때 쥐어주신 엄마의 작은 쪽지, 여행에 잘 다녀오라며 공항으로 데려다 주곤 눈물을 훔치던 아버지의 옆모습, 겨울이면 혹여나 추울까 조수석에 항상 따뜻한 열선을 틀어주던 섬세한 배려들. 그 모든 것들이 나로 하여금 사랑에 빠지게 합니다.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을 가만히 관조합니다. 어떤 공통점도 없다고 여겼던 상황들. 아름답기만 한 조각들을 하나로 잇는 선이 보입니다. 네, 저는 아마도 다정한 것들에 쉬이 사랑에 빠지나 봅니다. 자연스럽게 뻗어나오는 진심이 담긴 행위들. 그 모든 것들을 마주할때면 제 마음은 주체할 수 없이 쿵쿵댑니다. 순간마다 진심을 다해 피고 지는 것들, 그 시공간에서만 마주할 수 있는 감정들에 저도 온 맘 다해 사랑에 빠져듭니다.
이를 알게 되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습니다. 이제 사랑에 빠지는 것 뿐 아니라, 다른 이들에게도 사랑스러운 세상을 선물할 수도 있겠다는 자신감이 들기도 합니다. 진심을 담은 다정함. 자연스러운 다정함에 사랑에 빠지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요?
음.. 아무래도 저는 사랑에 빠지고 말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