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땐 그랬지] 1부 도깨비외 은하수 마을
닥치는.대로 읽기
신문지가 노랗게 바랜 흙벽 초가,
국회의원이 해마다 주는 달력이
도배지로 추가되는 산골짝 마을,
지푸라기가 화장지가 되던 때에
이장네집 집에나
공짜로 오는 농민 신문,
학교 다니는 자녀 지난 학기 책이
조각난 채 화장지가 되던 시절에
종이 속 활자 세계는 달 속 방아 찧는 토끼 나라.
어깨동무라는 이름의 어린이 잡지,
육영수 여사가 만들었다는 기억,
지금도 남아 있을 밖에.
중학교 때는
개교 2년 때라
학교 도서관 서가는
교장실 책장 두 개가 전부.
그것도 책꽂이는 위쪽뿐.
다 빌려 읽고
읽을 것이 없어 네 권 백과 사전을 빌려다 읽었지
태양계 행성 태양이 몇 십 억 년 뒤에 온도가 올라가다가
소멸한다는 허황된 소리,
지금도 그래서 어쨌단 건가
삼총사거나 철가면, 로빈훗의 모험,
읽을 것이 없던 시절에
닥치는 대로 읽었대서야
닥치는 대로가 몇 권이었겠어
정말이지 닥치는 대로 읽었다지만 말이야
자치기도 종일 할 수 없고
굴렁쇠 굴리는 일도 허기지는 일.
지식이 배고프던 시절.
소 깔을 베거나
친구들과 뛰어다니며 놀거나
더 이상 할 것 없이 가난밖에 없던 시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