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랑꼴리
불청객처럼 찾아오는 멜랑꼴리는 대체로 반갑지만은 않다. 뭐 가끔씩은 나를 감성적이게 만들어 주긴 한다. 덕분에 나는 잠에 들지 못한다. 하루가 만족스럽지 못해서 그런 것인가? 그렇다면 잠에 들지 못하는 것이 아닌 잠에 들고 싶지 않은 것인가. 그렇다고 생산적인 무엇인가를 하는 건 아니다. 새벽이 찾아와 침묵이 낮게 깔린 동네에서 오직 나만이 깨어있는 느낌이 든다. 외로움. 포악한 외로움이 나를 집어삼킨다. 삼켜지기 전에 어서 빨리 잠에 들어야 할 텐데......라고 생각한다.
이미 피곤에 절여져 눈이 따끔따끔한데도 쉽사리 잠에 빠지지 못한다. 눈을 감으면 머리가 핑핑 도는 느낌이다. 나의 뇌는 이미 과부하 상태다. 과부하를 멈추기 위해 전원 버튼을 끄지 못한다는 것이 참 모순적이다.
깜박이는 커서를 한참이나 쳐다본다. 무엇이라고 쓰고 싶었다. 담배를 한대 태우고 냉장고에 있는 와인이든 맥주든 가져온다. 알코올이 내 정신을 툭하고 끊길 바라며......
아무튼 나는 폭음과 함께 손가락으로 키보드를 통해 텍스트를 뱉어낸다. 이렇게라도 나의 머리를 혹사시키지 않으면 침대에 뻗어 버리지 못할 것 같다. 책을 읽지도 영화를 보지도 못한다. 그저 떠오르는 단어와 문장들을 키보드로 옮길 뿐이다. 이렇게 얘기하면 재능이 있거나 천재성이 있어 보일 수도 있지만 전혀 아니다. 내가 천재, 아니 범재의 수준의 재능만 있었어도 꽤 괜찮은 걸작을 썼을지도 몰랐겠다.
스트레스. 멜랑꼴리가 불청객이라면, 스트레스는 귀찮은 이웃이다. 끈질기게 옆에서 나를 괴롭히는 이웃. 병원에서는 항상 말한다. 스트레스받지 말라고. 나도 누군가에게 그렇게 말한다. 과연 그 의사도 스트레스를 받고 싶지 않다고 받지 않을 수 있을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나는 스트레스에 푹 절여진 상태인데도 누군가에게 그렇게 말한다는 것은 나 또한 그래야 한다는 반증이지 않을까 싶다.
우리는 당연히 아는 것을 놓치고 산다. 할 방법이 없어서, 하는 법을 몰라서, 할 상황이 안돼서.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것도 그중 하나이다. 아마도 할 방법이 없어서와 하는 법을 몰라서 항상 스트레스를 받는 것이다. 스트레스는 만병의 근원이라 하지 않는가? 그러기에 스트레스받지 않기를 되든 안되든 어떻게든 한번 시도해보는 것은 어떨까?
P.S 오늘 하루도 단잠으로 마무리하고 싶다. 앞서 말했다시피 그러기 위해 내가 하는 것은 흡연과 폭음, 텍스트를 뱉어내는 것이다. 잠들지 못하는 또 다른 누군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