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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현 Mar 08. 2022

개인적 독백

 꿈은 달콤하다. 그래서 그런지 현실이 꿈을 조금씩 갉아먹는다. 어느 순간 우리는 현실과 타협한다. 내 꿈을 이만큼 떼줄게 더 이상 그만 갉아먹었으면 해.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그 약속은 희미해지고 현실은 다시 꿈을 갉아먹기 시작한다. 우리는 또 타협한다. 많이 남아 있진 않지만 이만큼 떼줄게. 시간이 지나면 현실은 또다시 꿈을 갉아먹기 시작한다. 마침내 현실이 꿈을 삼켜버렸다. 

 꿈이란 건 모순적이다. 한 사람을 사로잡아 모든 것을 걸게 할 만큼 강한 힘을 가졌다. 반대로 순식간에 사라져 버리는 연기처럼 나약하기도 하다. 

 

 학창 시절, 음악에 빠져 살았다. 세계를 누비는 뮤지션이 되고 싶다는 터무니없는 꿈을 꿨다. 없는 재능을 노력으로 극복해나갔다. 나는 나를 베팅했다. 학업을 중단하듯 하고 연습에 몰두했다. 가진건 없지만 꾸준함과 성실함이 내 무기였다. 실력은 점점 늘어갔다. 오만에 빠지지 않기 위해 스스로를 채찍질하며 경주마처럼 달렸다. 결과는 좋지 못했다. 스물셋까지 대입에 실패했다. 남들은 나에게 운이 좋지 않았다고 말한다. 나는 그런 소리를 듣고 싶지 않아 했다. 내 재능이, 노력이 부족했을 뿐이다. 나는 그저 살아남지 못한 패배자였다. 

 몇 년간 걸어온 길을 돌아봤다. 허무맹랑한 꿈을 꾼 대가는 가혹했다.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다시 앞을 봤다. 내 발 앞에는 출발선이 그어져 있고 출발을 알리는 총소리의 화약냄새는 맡을 수 없었다. 저 멀리서 열심히 달리는 사람들이 점처럼 보였다. 꿈의 달콤함만큼 쓴맛도 컸다.

 

 친구들이 전역할 나이, 입대를 했다. 어차피 가야 할 거 재정비를 할 수 있는 시간이라 생각했다. 일과가 끝나고 연등을 신청했다. 영어를 공부하고 글을 썼다. 타고난 천성을 버릴 수 없는지, 실패의 말로가 어떤지 앎에도 다시 한번 꿈을 꾸기 시작했다.  삶에 치여 음악을 하던 시절과 같이 글에 집중을 할 수는 없지만, 조금씩 써 내려가기 시작한다. 단편소설을 완성하고 투고를 한다. 무응답으로 거절당한다. 아직까지 거절당하는 인생을 살고 있다. 잘 모르겠다. 출발선을 넘었는지 아직도 출발선 앞에 서있는지......

 

 P.S 각자의 꿈을 꾸고 있는 사람들에게 혹은 꿈을 찾고 있는 사람, 꿈보다 현실이 우선인 사람. 그 누구도 낙오되지 않고 결승선을 통과하길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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