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출판의 완성은 '입고'라고 합니다. 제가 직접 해보니 맞는 말인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입고'가 가장 어려운 과정이고 독립출판의 본질적인 질문인 '출판사를 통하지 않고서까지 굳이 왜 이걸 독립출판까지 하며 책으로 만든 거야?'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그냥 브런치에 글을 쓰고 누군가에게 읽히고 있는데 굳이 왜 책으로 만드는 걸까요? 출판사에서 '이건 읽힐 책이니 출판합시다'라는 제안을 받은 것도 아닙니다. 그래서 전문가의 손이 아니라 '독립적'으로 혼자서 만들고 싶은 대로 만든 것인데 왜 그렇게까지 책으로 만들어야 했던 것일까요?
글쎄요. '책'이라는 형태로 나의 글을 내놓는 시도를 하고 싶은 마음이 그 이유인 것 같습니다. 누군가에게 읽히지 않는다면 그건 '책'이 아니라 '종이뭉치'가 되겠지만 그런 시도를 통해 나의 글이 누군가와 연결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그러려면 '누군가'와 연결될 수 있도록 서점에 책이 놓여야 합니다.
독립출판으로 책이라는 물성을 지닌 '종이뭉치'를 만들기는 했지만 서점에 놓이는 '입고'의 과정이 없다면 누군가의 '책'이 아니라 나만의 종이뭉치가 되는 것입니다. 그러니 입고를 하지 않았다면 책 만들기는 완성되지 않은 것입니다.
내 앞에 놓인 '정녕... 너란 말이냐!'를 외치게 했던 그것에 '책'이라는 정체성을 부여하기 위해서는 '입고'라는 산을 넘어야 합니다. 에베레스트 등정에 처음 도전한 산악인 조지 리 맬러리는 산을 오르는 이유는 산이 거기에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지요.
입고를 왜 하냐고 물으신다면.... 책이 여기에 있기 때문이라고 말하겠습니다. 선생님께서 '그렇지만 강요는 안겠습니다'라고 하셨듯이 강요받아서 하는 것은 아닙니다. 책이 눈 앞에 있지만 개운하지 않았던 이유, 뿌듯하긴 했지만 실감 나지 않았던 이유, 내 것이 아닌 듯한 느낌이 들었던 이유는 아직 누군가의 '책'이 되지 않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왜 이걸 책으로 만든 거야?'에 대해 지금은 고작 '글쎄요'라는 대답 밖에 할 수 없지만 '입고'해 보면 알 것 같습니다. 누군가의 '책'이 된다면 그것이 굳이 이걸 책으로 만든 이유가 될 것 같습니다. 만약 읽히지 않고 마음씨 착한 서점 사장님의 배려로 서가에 꽂혀 있다가 작렬하게 폐지가 된다면 책이 될 필요가 없었음을 확인하기 위해 책을 만든 것이라는 답을 얻게 되겠지요.
그래서 '입고'에 도전하기로 마음 먹습니다. 혼자만의 만족에 머물렀던 책을 다시 다듬고 매만져서 누군가에도 '책'으로 다가갈 수 있도록 만들어 보려고 합니다.
그렇게 '독립출판'을 완성하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