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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를 독자로 만들기

by 연꽃 바람

선생님의 입에서 '입고'라는 말이 나온 순간, 저의 작업은 누군가에게 다가갈 수 있는 '책'이 되어야 했습니다. 책을 만들어 보신 경험이 풍부한 선생님의 추진력으로 '입고'의 파도를 넘어보려고 합니다. 입고의 파도를 넘기 위해서는 일단 '책'의 만듦새가 중요하기 때문에 가제본을 넘어서는 '책'을 만들기 위해 선생님과 다시 머리를 맞댑니다.


'나'만의 책에서 '누군가'의 책이 된다는 생각을 한 순간 어떤 '무게감'과 '불편함' 약간의 '죄책감'이 들었습니다. 의욕과 주저함이 공존하는 점이지대에서 누군가의 등떠밈이 앞으로 나가는 힘이 되었습니다. 살짝 밀었을 뿐인데 나도 모르게 몇 걸음을 나아간 것을 보면 제 안에도 '누군가'의 책이 되길 바라는 강력한 바람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선생님의 책과 나란히 놓인 [그냥 그럴 수도 있지]

일단 표지를 유광으로 할지, 무광으로 할지 논의했습니다. 가제본은 무광으로 했는데 유광도 괜찮을 것 같다는 제안을 주셔서 유광으로 했습니다.


유광과 무광의 차이를 크게 인식하지 못했는데 막상 결과물을 받아 보니 광택 유무에 따라서 색감이 달라지고 책의 '존재감'이 달라졌습니다. 책의 판형이 작아서 그런지 광택을 넣은 것이 책이 더 또렷하게 그 공간을 차지한 느낌이 들어 좋았습니다. 왠지 만듦새가 더 단단해진 느낌이랄까요?



선생님께서 그 자리에서 신의 클릭으로 멋진 '뜬구름' 출판사 로고를 만들어 주셨습니다. 그리고 배치의 균형과 중심선을 맞추는 섬세한 과정이 더해지니 표지 위의 활자들이 제 위치를 제대로 찾는 느낌입니다. 작은 것이 큰 차이를 만든다는 말을 실감하게 되고 '디자인'에 있어 '배치'가 얼마나 큰 부분인지 깨닫게 되는 순간입니다.


책의 내지 구성도 수정하였습니다. 인디자인을 처음 배운 터라 샘플 책에 있는 여백을 그대로 적용하여 내지를 디자인 했는데 제가 고른 샘플 책의 여백이 일반적인 스타일이 아니었던 것입니다. 기본 페이지에서 여백을 조정하였지만 모든 페이지에서 글 상자의 배치를 손봐야 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글의 내용을 종이 담는 것을 넘어서서 '누군가'의 눈에 어떻게 읽힐지, '누군가'의 눈에 편안하도록 담으려면 어떻게 배치하고 구성하는 것이 더 좋을지 고민을 했습니다. 내용만큼 담김새가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배우게 됩니다. 진심보다 태도! 구슬보다 뀀!


'누군가'가 '독자'가 되게 하기 위해서 책을 고르고 비용을 지불하고 시간을 들여 활자를 읽게 하는 일이 쉽지 않은 일임을 다시 가제본을 다듬으며 깨닫습니다. '책'이라는 하나의 물성을 지닌 존재가 세상에 나오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고민과 결정의 순간이 있었는지 이제 알게 됩니다.


판형, 여백, 종이의 재질과 두께, 제본 방식, 표지, 컬러, 폰트, 자간, 장폭, 줄 간격에 이르기까지 모든 결정들이 모여 '누군가'에게 가닿기를 바라는 간절함이 한 권의 책에 가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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