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 리틀 포레스트

사계절을 담은 식탁

by 꿈그리다


나에게는 작은 숲과 같은 한 여인이 있습니다.

그녀는 항상 내 인생의 든든한 지원군이지요.

어린 시절에 그녀가 해 주는 밥은

진짜 최고였습니다.

그 밥을 먹으면 늘 힘이 났습니다.

그녀의 밥상은 항상 힘이 가득 나게 하는

특별한 기운을 가졌지요.

그녀는 계절이 바뀔 때마다 달라지는 식재료로

먹는 즐거움을 흠뻑 선물하였습니다.

어린 시절에는 제철 음식이 무엇인지도 몰랐지만, 이제는 그녀가 해주었던 음식을 생각하며

바뀌는 계절을 느낀답니다.



아지랑이 피는 따뜻한 봄날이면 양지바른 곳에서 피어나는 쌉싸름한 냉이.

추운 겨울을 거뜬히 이겨내고 초록색 잎을 세상에 내보이면 어찌나 반가운지요.

그녀는 들에서 캐어온 냉이로

향긋한 된장국을 끓입니다.

두툼한 뚝배기에서 보글보글 끓는

냉이 된장국 소리는 정겹고,

향긋한 냉이 향은 군침이 절로 돕니다.



싱그러운 푸른 잎들로 넘실대는 여름.

우리 집 근처의 나지막한 동산에는

유독 아카시아 꽃이 가득했습니다.

창문을 열면 아카시아 꽃향기가

여름이 다가왔음을 알려줍니다.

산 전체가 탐스러운 하얀 꽃들로 가득하면,

우리는 작은 바구니와 긴 장대를 가지고

아카시아 채집을 나갑니다.

장대로 가지를 늘어뜨려 아카시아 꽃을

바구니 가득 담아 옵니다.

흐르는 물에 흔들어 닦아 꿀꺽!

와삭와삭! 꽃 안에 꿀이 달달합니다.

냄비에 기름이 끓으면 전분가루와 밀가루로

튀김옷을 살짝 두른 뒤 촤르르 튀겨내면

꿀을 품은 아카시아 튀김!

달달한 아카시아 맛은 두 배가 되지요.



황금빛 물결로 눈이 즐거운 가을에는

시원한 뭇국이 제격이지요.

들기름에 달달 볶다 끓여 국물 맛이 일품인

가을 뭇국. 가을 무는 어찌 이리 단지,

새하얀 무를 보면 어느새 빙긋이 웃는

그녀 얼굴이 겹쳐 보입니다.

" 무는 가을 무가 최고야!

쓰지도 않고 맵지도 않아.

아주 달지. 달아."


계절은 어느덧 주변의 나무들을 가느다란 가지만을 남겨 둡니다. 알싸한 겨울바람이 코끝을 스쳐 지나갑니다. 김장을 한 뒤, 그녀는 항상 배추를 저장해 남겨 두었다가 겉잎을 거둬내고, 쇠고기와 대파를 넣어 구수한 배춧국을 내게 선물하지요.

나의 사랑스러운 그녀는 그랬답니다.

제철에 나는 식재료로 마술 부리듯

가족들의 맛난 밥상을 선물했던 그녀.

세상에서 지칠 때마다 내 몸과

마음을 쉴 수 있게 해 주는

나의 영원한 리틀 포레스트.

그녀는 바로 나의 어머니입니다.


이제는 내가 그녀의 작은 숲이 되겠습니다.

허리가 굽고 눈이 점점 흐려지시는 나의 어머니께 계절을 담은 밥상을 정성껏 차려 드립니다.

오늘도 난 그녀의 지친 삶에 힘을 줄

맛있는 저녁식사를 준비합니다.

그녀가 40년을 그랬던 것처럼

나 역시 그녀의 작은 숲이 되어 봅니다.
photo by 꿈그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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