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보아온 세월,
그중 가장 멋질 날
한 켠에 장식이라도 되겠노라
뜨거울 날에 있을 축가를
해도 넘지 않은 차가운 겨울날
결심했더랬다
인생 궤적을 더듬어봐도
그런 역사 하나 없던 놈이
무슨 자신감이었는지—
사실, 몇 번이고 번복을 입에 담고 싶었다
문득 케케묵은 향을 맡았다
작은 용기 하나에
빛나는 추억이 되었을
장기자랑, 학예회, 축제...
나가보고 싶은 마음도
함께 오르자는 친구도 충분했으나,
손을 내두르고 말았던 어린 시절
끝없는 핑계의 시작지
혹시 모를 못남을 면피하고자
좀처럼 나서질 않던 겁쟁이였더라
그로부터 스무 해
생각 많은 한 겁쟁이는
어느새 정장을 갖춰 입고 한걸음 내디딘다
낯선 사람 앞에서 처음 잡아 본 마이크는
어찌 그리 떨리던지
차마 기대 어린 두 눈 바라보기 부끄러웠다
연습해 온 리듬과는 달라져버린 심장박동에
결국 놓쳐버린 박자
머릿속이 복잡해지려는 순간
터져 나온 웃음은 왠지 모를 안정감을 주던 터라
울렁이는 가슴은 곧, 무대 아래서 마주친 미소가 되었다
비로소 나는 깨달았다
나는 웃겨주는 재주가 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