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면도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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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란, 인간마다 서로 다른 이야기들로 가득 차 있다. 우리는 각자의 인격과 가치관, 관계와 환경에 영향을 받으며 만들어진 거대한 태피스트리 속에서 자신만의 인생관을 만들어간다. 이 책은 삶과 죽음에 이르기까지 어떻게 발걸음을 옮겨야 하는가에 대한 심오한 성찰을 담고 있다.
《면도날》은 서머싯 몸이 써내려간 작품들 중에서도 《달과 6펜스》, 《인간의 굴레》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고전 중의 고전으로 꼽힌다. 1차 세계대전의 폐허에서 대공황을 거쳐 제2차 세계대전의 어두운 시대를 배경으로, 당시 사람들의 삶의 가치와 희노애락을 생생하게 담아냈다. 작품은 작가 스스로를 자칭한 인물을 통해 당대 사람들의 생동감 넘치는 이야기를 전한다.
이사벨은 사랑보다 물질적 풍요를 택했다. 부와 몰락을 경험한 후 다시 일어선 그녀의 남편 그레이, 사교계를 장악하며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고자 했던 엘리엇, 가족을 잃고 몸과 마음이 망가져버린 소피, 그리고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여러 방법으로 삶을 붙잡은 수잔까지, 소설은 이처럼 다양한 인물들의 삶의 모습을 세밀하게 그려낸다. 특히, 구도의 길을 걷는 ‘래리’는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핵심 인물로, 동료의 죽음을 계기로 인생을 깊이 성찰하게 되는 청년으로 그려진다.
작품의 제목인 《면도날》은 쉽게 넘어설 수 없는 날카로운 칼날처럼, 구원의 길이 결코 쉽지 않음을 상징한다. 래리는 세속적인 삶을 버리고 유럽과 인도에서 얻은 깨달음을 통해 인간 존재에 대한 깊은 성찰을 우리에게 보여준다. 이는 현실을 회피하기보다는 삶 속에 깊이 뿌리내리고, 그 속에서 가치의 숭고함을 발견할 때 진정한 의미가 드러남을 역설한다.
이 소설은 인물들의 다양한 삶의 방식과 가치관, 그리고 삶과 죽음에 대한 깊은 탐구를 통해, 자신의 삶을 다시금 돌아보게 한다. 복잡다단한 세계 속에서 어디에 자신의 중심을 둘 것인가에 대한 해답을 찾고자 하는 이들에게, 작품은 결말을 명확히 제시하지 않음으로써, 각자 스스로 질문하고 답을 찾아가는 ‘구도자’의 역할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