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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종덕 Dec 20. 2023

[종덕글귀] 싫은 날

오늘 하루 되는 일이 없는 당신에게

 글을 시작하기 전에 먼저, 내가 이렇게 오랫동안 글을 쓰지 않을 줄 몰랐다. 시간이 없었다는 핑계, 바빴다는 핑계를 대보며.. 지난 글이 작년 수능 시즌일 줄이야. 1년이나 지나서 돌아올 줄은 몰랐지만, 그래도 돌아온 것에 의의를 두며! 오늘 이야기할 내용은 ‘싫은 날’이다. 누구나 싫은 날이 있다. 그런 싫은 날 또한 그저 지나가버릴 하루일 뿐이라는 위로의 글을 써보려 한다.


 좋은 날만 가득한 인생이면 얼마나 좋으련만, 우리에겐 어쩌면 싫은 날이 더 많을지도 모르겠다. 내가 오늘 이야기하려는 싫은 날은 엄청난 불행이라거나, 사건사고라거나, 그런 이야기는 아니다. 늦게 일어나서 정신없이 출근 준비를 하다 화장품을 떨어뜨렸다거나, 눈앞에서 버스를 놓쳤다거나. 그런 기분 나쁜 아침으로 시작해서 겨우 출근했더니 상사에게 혼나기만 하는 하루, 복사기가 고장 나서 애먹은 하루.. 뭐 이런 아주 사소하고 일상적인 것들.


 그런 하루를 맞이하고 터덜터덜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는 나 자신에게 어이가 없기도 하다. 내가 늦게 일어나서 덜렁댄 거고, 버스는 제 시간을 맞춰 출발한 거고, 내가 뭔가 실수했으니 상사에게 혼났겠지. 그런데 오늘 되는 일이 없다며 짜증이란 짜증은 다 내다니. 이런 사소한 짜증이 쌓이면, 가끔은 그 어떤 큰 불행보다 크게 다가오는 것 같다. 애석하게도 그 짜증은 나에게 소중하고 가까운 사람에게 쏟아내기 마련이고, 그럼 그렇게 내 스스로 짜증 하나를 추가시키겠지.


 위로의 글이라 해놓고 너무 부정적인 느낌으로 가득 찬 글이 되어버린 것 같은데, 결국 나의 마음가짐에 달려있다는 것이다. 오늘 하루가 엉망진창이었대도 내 인생이 엉망진창인 건 아니다. 오늘 겪은 일들은 지나가버릴, 아니 사실 이미 다 지나가버린 하루일 뿐이니까. 좋은 날엔 시간을 아무리 붙잡고 싶어도 흘러가버리듯, 싫은 날 또한 가지 말라해도 가버릴 시간이다. 그러니 너무 많은 의미를 두지 말고 흘려보내자. (너무 T적인 위로일까)


 그래도 기분이 나아지지 않는다면… 그래, 얼른 치킨을 시키자! 그리고 좋아하는 OTT 프로그램을 켜자. 하루의 마무리가 좋으면 그 ‘싫은 날’ 도 ‘좋은 날’로 속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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