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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종덕 Feb 03. 2022

시작

브런치를 시작한 이유

 주로 인스타그램에서만 활동하던 내가 브런치를 시작한 이유가 있다면, 그건 그냥 내가 말이 많아서다. 인스타그램에서 주로 일러스트와 함께 짧은 글귀를 올리고, 가끔은 인스타툰을 올리며 활동하고 있다. 내 생각을 표현하고 나누는 걸 좋아하는, 말 많은 나는 5줄 남짓한 글귀와 10컷 이내로 표현해야 하는 인스타툰이 부족했던 모양이다. 물론 그렇게 압축된 글에서는 그 만의 매력이 느껴진다. 가장 필요한 말만을 남기게 되고, 또 거기서 말이 부족했다면 그건 오히려 독자들이 그들의 경험에 빗대어 다양한 결론을 낼 수 있도록 도와준다. 그렇게 더 풍부한 작품이 되기도 하지만, 그래도 작가라는 별명을 달고서 그 글과 만화의 의도가 무엇이었는지 내 나름대로 표현하고자 브런치를 시작했다.


 좀 더 그럴듯한 이유를 대보자면, 언젠가 나의 생각을 정리해 출판을 하고자 하는 막연한 나의 꿈을 위해서 생각정리를 해두는 곳을 마련했다고 해두자. 인스타그램에는 이미 넘쳐나는 나의 작품들을(작품이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때의 의미가 희미해질 것 같아 미리 정리해두고 싶었다. 내가 직접 쓴 글이 아니더라도, 마음에 꽂혔던 명대사나 가사들을 살펴보며 그것은 왜 나의 마음에 꽂혔는지, 그런 생각들을 나누는 장이 되었으면 한다.


 브런치를 시작한 결정적인 이유가 하나 더 있는데, 그건 바로 내가 갤럭시 탭을 샀기 때문이다. 그동안 인스타그램에서 활동하면서 그린 그림들은 대부분 갤럭시 노트로 그린 그림이다. 조그만 폰으로 어떻게 그림을 그리냐 하는데, 확대와 축소를 무한 반복하며 그리는 데 익숙해진 나에게 박수를 보낸다. 그런 칭찬들이 좋아서, 나의 그림 한계에 대한 핑계를 남겨두고 싶어서 계속 노트로 그릴까 고민하기도 했다. 그래도 발전을 하고 싶어서, 언젠가 폰을 다른 걸 쓰고 싶을 수도 있으니까, 사실은 그냥 탭을 갖고 싶어서, 이런 여러 이유로 탭을 마련했다. 큰돈 들여 샀으니 정말 그림도 열심히 그리고, 글도 열심히 써야 하지 않을까 하는 작은 압박이 생겼고, 무엇보다 키보드 자판이 달린 커버를 샀다. 카페에서 탭을 세워놓고 키보드를 뚱땅거리며 열정적으로 글을 쓰는 듯한 모습이 괜히 멋있어 보였기 때문에, 나도 그러고 싶었다.


 하도 일 벌이기를 좋아하는 성격 탓에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그냥 시작하는 사람이라, 내가 꾸준히 글을 쓸 수 있을지 모르겠다. 또 이상한 완벽주의 성향이 있기 때문에, 어떤 글을 써야 할까 완벽히 정리되면 시작하고 싶었지만, 후자보다는 전자의 마음이 이겼나 보다. 일단은 시작해보려 한다. 그래도 뭐 하나에 꽂히면 진득하게 하는 성격이니, 아마 브런치도 나에게 진득한 취미생활이 되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지금 생각으로는 인스타그램의 작품들을 가져다가 좀 더 깊은 대화를 나눠보는 것으로 주된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간간히 업로드를 했던 <우리의 마음 사이>라는 만화를 한 컷씩 뜯어보고, 주로 업로드를 하는 글귀들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보려고 한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나의 일러스트에 대한 이야기, 그중에서도 커플 일러스트와 함께 연애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다.


 브런치의 첫 글을 쓰기 전에 시작을 알리고 싶어서 끄적였는데, 이렇게 길게 쓸 일인가? 역시 내가 말이 많아 브런치를 시작하게 되었다는 이유를 수긍하게 되면서, 이 글은 마무리하려고 한다. 새로운 나의 일기장이자 취미활동이 될 브런치에 많은 기대를 하면서, 브런치를 처음 소개해준 친구에게 감사의 인사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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