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워홀을 오기 전을 나를 떠올리면 내가 지금 5년 차 바리스타로 일하고 있는 게 믿기지 않는다. 한국에서는 달달한 프라푸치노를 먹던 내가 호주에 살면서 지금은 커피를 먹지 않으면 두통이 올 정도로 중독이 되어 버렸다. 한국에서 20대 초반을 보낸 나는 대학교를 졸업해서 높은 연봉을 받는 직장인이 되는 것이 최종 목표였다. 높은 연봉이 대부분의 나의 대학 동기와 내가 가진 취업의 목표였다. 그랬던 내가 지금 호주에 와서 바리스타로 5년 넘게 일했다.
나는 호주에서 바리스타로 일하며 높은 연봉의 목표를 이룰 수 있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직업은 자신이 원한다면 높은 연봉도 가능한 직업이다. 자신의 실력에 따라 한국에서 나의 또래들이 받는 연봉보다 더 많이 받을 수 있다.
현재 2024년 기준으로 호주 바리스타 평균 연봉은 $60,000~$65,000이고 평균 시급은 약 $30~$35이다. 이 금액은 평균적인 수치이기 때문에 더 받을 수도 있도 덜 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호주 전체의 평균값으로 이해할 수 있다. 호주에 있는 나의 바리스타 친구들의 연봉이나 시급과 비교했을 때 현실적인 평균값인 것 같다.
평균 연봉은 일주일에 평균적으로 38시간~40시간 정도 근무한다. 계약 조건에 따라 다르지만 만약 주에 특정 시간 이상 일할 경우는 유급 휴가 또는 근무 수당이 추가로 지급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예를 들어 주에 42시간 이상 일한다면 추가 근무 수당이 지급된다는 항목이 계약서에 적혀 있는 상태에서 주 45시간 일한다면 추가 근무 수당이 시급으로 계산되어 나온다. 그리고 공휴일에 일을 하면 이에 대한 추가 근무 수당이 제공된다.
호주 바리스타 연봉을 조사하며 한국 바리스타의 연봉과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 알아보았다. 나는 한국에서는 바리스타로 일한 경험이 전혀 없었다. 그래서 한국 바리스타로 일하는 현실적인 환경이나 연봉에 대해 알지 못했다. 이번에 조사하면서 한국과 호주 바리스타 연봉은 차이가 꽤 크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한국 바리스타 평균 연봉은 2024년 기준으로 약 3000만 원이었고 규모가 작은 곳은 평균 이하로 연봉을 받는 것 같았다. 호주 바리스타 평균 연봉을 한국 돈으로 환산하면 약 5300만 원~5700만 원이었다. 한국 연봉에 비해 약 2200만 원 이상 높은 연봉이었다.
물론 호주는 임금이 높은 국가 중 하나이기 때문에 차이가 날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리고 집값이나 생활비가 한국보다 높은 호주이기 때문에 한국보다 높은 평균 연봉이 형성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한국도 요즘 주요 도시인 서울의 경우는 물가가 높은 도시로 손꼽힐 정도로 물가 상승률이 높다. 물가가 상승하는 만큼 연봉도 올라야 하겠지만 현실에 아직 적용되지 않은 것 같았다.
그렇다면 현실적인 차이는 무엇일까. 호주와 한국 바리스타들의 기술 차이로 연봉 차이가 나는 것은 절대 아니다. 호주 카페에서 바리스타를 구할 때 한국인을 가장 선호하는 경향이 있을 정도로 현지 카페에서는 기술 숙련도가 높고 커피에 관련된 전문 지식도 갖춘 한국인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아마 현실적인 연봉에서 차이가 생긴 이유는 직업에 대한 인식 차이일 것이다.
그리고 하루에 판매되는 커피의 평균적인 양이 약 5배 이상은 날 것이다. 한국보다 시그니처 음료보다 라테나 블랙커피에 대한 소비가 훨씬 많고 이에 따라 바리스타 직업의 수요도 높아지는 것이다. 바쁘지 않은 카페도 하루에 평균 커피 200잔을 팔며 바쁜 카페의 경우는 500잔 이상 파는 건 흔한 일이다. 이런 현상의 이유를 역사적 배경에서도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호주 커피 문화가 1960년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5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커피는 없어선 안된 문화 중 하나였다. 그만큼 커피와 소비자를 연결해 주는 바리스타라는 직업의 중요성과 대우는 시간이 지날수록 좋아질 수밖에 없던 것으로 추측된다.
하지만 장점만 있는 것이 아니다. 현실적으로 들여다본다면 호주 바리스타는 바쁜 카페일수록 연봉은 높아지지만 일하는 동안 쉬지 않고 커피를 만들어야 한다. 아마 일을 직접 해보기 전에는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내가 일해본 가장 바쁜 카페는 아침 6시 30분부터 손님들이 가게 안에서 바깥까지 줄을 서 있다. 그 줄은 점심시간이 지날 때까지 계속된다. 약 6시간 동안 쉬지 않고 커피를 만들어야 한다. 약 10kg 넘는 커피를 점심도 되기 전에 사용하였다. 3명의 바리스타가 동시에 만들어도 버거운 양이다.
호주 카페를 한국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피 주문이 밀려 들어오는 상황이 많다. 그렇기 때문에 체력이 엄청나게 소모되는 직업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또한 손님들은 자신이 가던 카페의 바리스타가 바뀌면 보이지 않는 텃세를 부리는 경우가 간혹 있다. 대부분 커피 맛이 바뀌었다고 불평을 하거나 전에 있던 바리스타가 해줬던 특별한 요구사항을 새로운 바리스타에게 똑같이 요구하며 불만 아닌 불만을 표현한다.
호주에서 바리스타는 이렇게 커피를 만드는 일뿐만 아니라 커스터머 서비스도 동시에 제공해야 하는 역할이다. 예를 들어, 내가 엄청 바쁜 상황에서 스트레스를 받으며 커피를 만들고 있어도 단골손님들은 내 눈앞에 와서 대화를 걸어온다. 이 상황에서 나는 대화를 이어나가며 퀄리티 높은 커피도 만들 수 있는 능력은 필수이다. 한국은 손님과 직접적으로 일상 대화를 나누거나 스몰톡을 하는 경우가 적지만, 호주 바리스타에게는 필수 요소이고, 직업적인 능력치 중 하나이기도 하다.
나는 이곳에서 바리스타로 일하면서 향후 몇 년동안이나 이 직업을 계속할 수 있을지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했었다. 일을 하는 건 즐겁지만 체력적인 이유 때문에 경력이 쌓일수록 진로에 대한 고민이 커졌었다. 나와 같이 호주에서 바리스타로 일을 오래 하다 보면 연봉이 오르는 정도도 더뎌지면서 직업의 전향을 고려하게 된다. 이때 대표적으로 고려되는 3가지 진로에 대해 알아보자.
첫 번째는 커피 로스터이다. 로스터는 생두를 로스터기에 넣고 볶는 작업을 하는 사람이다. 식당에서 음식을 요리하는 셰프와 같은 역할이라고 생각하면 쉽다. 원재료인 생두를 선별하여 자신만의 레시피인 로스팅 프로파일을 사용하여 생두를 볶는다. 커피에 열정이 가득한 바리스타라면 누구나 관심이 있는 커피 관련 직업 중 하나이다. 바리스타가 동종 업계로 진로 전향을 고민할 때 가장 인기 있는 진로 중 하나가 로스터이다. 호주 바리스타 직업의 특징 중 하나인 일하는 내내 사람들과 소통해야 하는 것에 피로감을 느꼈다면 커피와 관련해 일하지만 사람과의 접촉이 적은 로스터 직업은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그렇다면 로스터로 전향하는 비율은 얼마나 될까. 로스터의 일자리 수는 바리스타 일자리 수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적은 편이다. 그렇기 때문에 로스터로 실질적으로 전향하는 비율은 크지 않다. 우선적으로 일자리의 수요가 활발해서 일을 쉽게 구할 수 있을 텐데 현실은 대규모의 로스터리를 제외하고 일반 로스터리에서는 2~3명 이상의 로스터가 필요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로스팅을 배울 기회를 쉽게 얻을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대부분 로스터리 카페에서 바리스타로 일하다가 로스팅을 배우고 로스터로 전향하는 경우가 가장 일반적인 루트다.
로스터가 되는 건 어렵지만 이에 반해 로스터의 연봉이 호주 바리스타 연봉과 차이가 많이 나진 않는다. 로스터로 진로를 바꾼다면 로스팅할 때 발생하는 먼지들과 연기들을 참아내야 하는 단점도 있다. 기관지가 선천적으로 좋지 않다면 로스팅을 하는 내내 비염이나 콧물을 달고 살아야 할 수 있다. 그리고 원두의 맛을 어떠한 변수에도 일관성 있게 공급해야 하기 때문에 책임감 또한 크다. 하지만 자신만의 레시피로 원두의 맛을 설계한다는 큰 이점을 가지고 있기에 로스터를 꿈꾸는 사람이 많다.
외향적인 성격을 가진 바리스타라면 커피 트레이너로 진로를 전향하는 것도 추천된다. 커피 트레이너란 로스터리 또는 트레이닝 센터에 소속되어 커피 관련 교육을 담당한다. 호주에서는 트레이너들이 원두 납품에 대한 영업도 동시에 진행하는 곳이 많다. 이러한 트레이너가 되려면 기본적으로 이론적 지식은 기본이고 바리스타로서 경험도 다양하게 있어야 한다. 또한 큰 커피 회사는 큐그레이더라는 자격증을 기본으로 요구하는 곳도 있다.
한 카페에서 하루종일 일하지 않아도 되며 트레이너들은 교육 일정이 없는 날엔 자신들의 커피를 납품받는 카페들을 방문하여 고객과 커피 품질을 관리하는 역할도 한다. 또한 새로운 카페들을 찾아다니며 원두 납품에 대한 영업도 진행한다. 그렇기 때문에 트레이너로 일을 새롭게 시작한다면 완전히 다른 환경에서 일하게 될 것이다.
예를 들어, 내가 본 트레이너들은 원두를 납품받는 새로운 고객에게 원두 관련하여 교육을 진행하고 카페 고객이 원한다면 주기적으로 카페 소속 바리스타에게도 교육을 진행하는 역할을 했다. 하루에도 기본 5군데 이상의 카페에 가서 커피를 마시며 사람들과 소통해야 한다. 또한 카페에 머신이나 원두와 관련된 문제가 생겼을 때도 가장 먼저 연락을 받는 사람은 대부분은 그 카페를 담당하는 트레이너이다. 그렇기 때문에 커피에 대한 실전 지식과 이론적인 지식 그리고 원활한 의사소통은 필수이다. 그리고 새로운 영업 분야에 도전할 수 있는 진로이기도 하다.
내가 호주에서 본 큰 로스터리 회사 소속의 커피 트레이너들은 대부분 교육만 하는 것이 아니라 원두를 홍보하기 위해 외근을 자주 해야 했다. 그렇기 때문에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을 좋아하고 커피와 관련된 일을 하고 싶다면 충분히 도전해도 좋을 진로였다. 트레이너의 평균 연봉 또한 호주 바리스타 연봉에 비해 약 $20,000 높게 측정되어 있는 것도 하나의 장점이다. 하지만 영업과 관련된 직업이기 때문에 자신이 낼 수 있는 성과에 따라 연봉이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트레이너가 가진 또 다른 장점은 직업의 확장성이다. 트레이너는 체력적인 소모가 적은 직업이고 자신이 가진 전문적인 커피 관련 지식을 사용하여 영업이라는 새로운 분야에 도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러한 장점은 무한한 가능성으로 확장될 수 있고 나이에 영향을 적게 받을 수 있다.
작은 규모로 운영되는 로스터리들을 마이크로 로스터리라고 부른다. 로스터리란 커피 원두를 납품받아서 사용하는 것이 아닌 커피 생두를 구입하는 과정부터 로스팅과 납품을 주된 사업으로 하는 회사를 말한다. 로스터리를 운영한다고 모두 카페를 운영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로스터리들은 원두 로스팅, 납품을 하며 또한 커피 관련 기구도 같이 판매한다. 이러한 로스터리에서는 일반 카페와 달리 도매팀이 존재한다. 내가 도매팀을 이야기하는 이유는 많은 남자 바리스타들이 커피 관련 도매팀으로 진로를 바꾸기 때문이다. 도매팀에서 남자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는데 생두 재고 관리 또는 원두의 포장 및 배달 업무도 함께 진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생두들은 배달올 때 60kg 포대자루에 담겨 있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한 번 배달 올 때 톤 단위로 받기 때문에 어마어마한 양의 생두들을 다뤄야 한다. 큰 로스터리 회사의 경우는 기계들이 잘 갖춰져 있지만 호주의 마이크로 로스터리에서는 60kg 생두 자루를 직접 들어 올려야 하는 상황도 발생하기 때문에 도매팀은 남자 직원들의 비율이 높다. 그리고 생두뿐만 아니라 다른 에스프레소 상업용 기계나 그라인더들의 관리를 하거나 기구들을 대량으로 받아서 전달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 봤을 때 왜 도매팀에 남자가 많은지 예상할 수 있다.
도매팀으로 진로를 전향했을 때 받는 연봉은 바리스타 연봉과 차이는 크지 않다. 하지만 앞서 살펴본 커피 트레이너와 마찬가지로 커피 관련하여 미래 전망이 밝다는 장점이 있다. 도매팀의 직원으로 시작할 때는 비슷한 연봉을 받겠지만 시간이 지나서 경험이 쌓이고 직급이 높아진다면 회사에 따라 다르겠지만 도매팀 대표가 되면 최대 평균 연봉 $200,000도 가능하다고 조사되었다. 이러한 장점이 있기 때문에 진로를 전향할 때 충분히 고려될 가치가 있다.
하지만 커피 도매팀으로 진로를 전향했을 때 커피와 밀접하게 일을 할 수 없게 될 수도 있다는 단점이 존재한다. 생두를 구입하고 운반하고 재고를 관리하는 것이 커피와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커피를 선택하는 것은 로스터팀에서 진행하고 구입 절차만 도매팀에서 담당하기 때문에 커피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요구되는 일이 아닌 구매에 대한 전문적인 일을 하게 되는 것이다.
전문적인 지식을 활용하여 자신만의 커피를 만드는 바리스타나 로스터와는 다른 진로를 걷게 될 확률이 높다. 그러므로 만약 도매팀으로 진로를 바꾸려 할 때 이 점을 유의해야 한다. 물론 도매팀 안에서도 분담되는 역할이 다르지만 주된 업무는 재고 관리, 구매, 출고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호주 바리스타가 연봉을 올리는 현실적인 방법은 바 매니저로 일하는 것이다. 헤드 바리스타는 바리스타 영역만 관리한다면 바 매니저는 커피를 포함한 음료와 관련하여 재고 관리, 스태프 트레이닝 관리, 신메뉴 출시 등을 총괄하는 역할을 한다.
바 매니저는 큰 규모의 카페에서는 운영에 관여하는 중요한 역할이며 능력에 따라 카페 매출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그렇기 때문에 바 매니저의 연봉은 지난 분기의 성과에 따라 협상이 유동적이며 관리직으로서 경험을 넓힐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 다른 방법으로는 바리스타가 가진 기술을 인정받을 수 있는 대회에 출전하는 것이다. 호주는 커피 문화가 발전함에 따라 작고 큰 커피 대회도 함께 발전하였다. 그래서 호주에서 일하다 보면 커피 관련된 대회에 출전할 기회가 많다. 만약 연봉을 올리고 싶다면 이러한 대회에 출전해서 자신의 실력과 전문성을 인정받는 방법을 추천한다.
실력을 보여줄 수 있는 자격증이나 시험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대회에 출전하여 타이틀을 얻는 것은 다른 직업에서 자격증을 따고 자격시험에 합격하는 것과 비슷한 효과를 보여준다. 내가 함께 일했던 바리스타 동료들도 대회에 나가서 좋은 성과를 이룬 후에 여러 카페에서 지금보다 높은 연봉과 대우 또는 비즈니스 투자의 기회를 제시받기도 했었다. 바리스타로 일하는 나에게 호주는 어떤 직업을 가져도 동등한 대우를 받으며 일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으로 다가온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바리스타에서 다른 진로에 가보고 싶다면 너무 오랜 고민 없이 도전해 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