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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언 Apr 21. 2023

신혼부부 혜택을 못 받는 팔자

재혼은 여자와,

우습다.

정부의 신혼부부 주택 정책은 이번에도 나를 빗겨간다는 사실이.


초혼 때는 신혼부부를 규정하는 연수가 너무 짧아서,

시간이 더 지나서는 아이가 없어서,

이래저래 일이 년 아슬아슬하게 혜택을 피해가더니

이번에는 아예 신혼부부로 인정조차 받지 못한다.

모르고 시작한 일이 아니나,

그렇다고 마음에 타격이 있는 것은 아니나,

약간, 아주 약간 씁쓸한 건 어쩔 수 없다.


엄연히 신혼집인데도, 신혼집을 신혼집이라 하지 못한 채 집을 구하러 다녔다.

'여자 둘이 살 집'이라고 말해두어서인지,

중개인은 '여자 둘이 살기에 좋은'이라는 표현을 여러 번 썼다.

과연 그런 집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초혼 때 후회했던 게 있다.

결혼하자마자 집을 사지 않은 것.

그래서 이번에는 영혼을 있는 대로 다 끌어모아서라도 집을 사기로 했다.


생애 최초로 집을 사는 이에게 정부는 '디딤돌'이 되어 주고 싶은 모양이었다.

하지만 우리는 신혼이지만 부부가 아니기에 주택 가격도, 한도도, 심지어 평수마저도 제한당해야 했다.


만 30세 이상의 미혼단독세대주 대출 제한          대출대상자 : 만 30세 이상의 미혼(가족관계증명서상 배우자가 없는 경우) 단독세대주(차주의 주민등록등본상 직계존속 또는 미성년 형제·자매 중 1인과의 부양기간(합가일 기준)이 계속해서 6개월 미만인 경우 포함)      대출대상주택 : 주거전용면적 60㎡(수도권을 제외한 도시지역이 아닌 읍 또는 면지역은 70㎡)이하의 주택으로 대출접수일 현재 담보주택의 평가액이 3억원 이하인 주택      호당대출한도 : 1.5억원 이내(생애최초 주택구입자 2억원 이내)
-출처: 주택도시기금 홈페이지


보통 남녀의 결합으로 이루어진 신혼부부였다면 주거 전용면적이 85㎡(수도권을 제외한 도시지역이 아닌 읍 또는 면 지역 100㎡) 이하, 가격은 6억 이하의 주택을 최대 4억까지 빌려주는데 말이다.


'3억원 이하'인 '아파트'는 수도권에서는 거리든, 건축 연도든, 평수든 뭔가는 포기해야만 가능한 기준이었다.


다행히 나와 파트너는 모두 프리랜서였기에, 과감히(?) 지방행을 선택했다.

(이걸 선택'했다'는 능동태로 적어도 되는지 모르겠다만.)


그렇게, 우리는 지방에서 신혼 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다.


집을 보러 다닐 때도, 은행에도 동반한 나의 동반자가,

남들에겐 그저 지인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 아프거나 슬프지 않았다.

덤덤하고 익숙했다.


우린 둘 다 벽장(커밍아웃하지 않은 퀴어)이기에,

앞으로도 딱히 오픈리로 살 생각이 없기에,

감수해야 할 부분은 감수해야 한다.


이런 일에 서러울 나이를 한참 지나 이 사람을 만나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여하튼 우리의 신혼집은

집에서 바다가 보이지는 않지만,

십 분만 걸어가면 바다가 펼쳐지는,

나름 신축이라 할 수 있는,

매매가 3억 이하의,

59.22㎡인,

자가인,

브랜드 아파트가 되었다.


물론 내 명의다.

공동명의로 하지 않은 이유는 여러 사적인 이유가 있으니 여기에서는 생략하기로 하고.

어쨌든 이 집을 살 때 발생한 생애최초 디딤돌 대출의 차주는 나 혼자다.

은행 대출권에서 나의 사회적 신분(?)은 미혼 단독 세대주니까.


현재로선 계약하고 심사만 통과된 상태니까 엄밀히 말하면 '아직'이지만,

어쨌든 우여곡절 끝에 '우리'의 신혼집이 생겼다.


이사하고 가장 먼저 하고 싶은 일은, '동거 계약서' 쓰기다.

그 얘기도 여기에 쓰게 되겠지.

부디 무사히 그 날이 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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