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5 프리덤 파이터 전투기와 T-37 훈련기
▲ 야외 전시장 입구에 있는 F-5 프리덤 파이터. 날렵한 자태가 멋있다.
어반스케쳐스 고양은 9월 모임을 화전에 있는 항공대에서 했다. 한국항공대학교는 1952년 2년제 교통고등학교 항공과로 시작되어, 1953년 4년제 국립 항공대학교가 되었다. 1963년에 현재의 화전동 캠퍼스로 이전하였고 1979년도에 한진그룹이 운영하는 정석학원에 인수되어 현재는 사립대학교다. 지금은 볼 수 없지만 고양시 신도시 입주 초기만 해도 종종 항공대 학생들의 훈련기를 하늘에서 볼 수 있었다.
항공대에는 항공우주박물관도 있지만 특히 우리들의 눈길을 끄는 것은 야외에 전시된 각종 비행기들이다. 오래된 연습기부터 시작해서 올해에 전시가 시작된 보잉사의 A-300 비행기까지 그릴 거리가 많다.
일찌감치 스케치 도구를 챙겨 항공대에 도착해보니 나보다 더 부지런한 스케쳐들이 이미 와서 그림을 그리고 있다. A-300 여객기는 대한항공의 로고를 그대로 달고 있었는데, 공항에서 여객기를 많이 그리지만 이런 각도에서 이렇게 오래 그릴 수 있는 곳은 없다. 오래된 연습기나 훈련기도 재미있는 소재이지만, 나는 야외 전시장 입구에 있는 F-5 프리덤 파이터(Freedom Fighter) 앞에 자리를 잡았다.
▲ 가을이 오는 하늘 아래 F-5 프리덤 파이터의 모습.
1950년대 말에 구소련에서 개발된 MiG-21은 성능이 그리 뛰어나지는 않았지만 가격이 저렴하고 관리가 편리해서 사회주의 권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게다가 그때는 냉전이 극에 달한 때라 소련이 미그기를 대량으로 제작해 자기 진영에 저렴하게 공급했다. 미그기는 베트남이나 중동전에서 큰 활약을 하였고, 누적 생산대수가 무려 11,000대에 달해 현재까지 가장 많이 생산된 제트 전투기 기록을 갖고 있다.
미국은 당시 F-4 팬텀이라는 초고성능 전투기가 있었지만 너무 가격이 비쌌고 보안을 요하는 기술이 많이 적용되어 다른 나라에 함부로 제공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미그기에 대항해서 동맹국에 공급할 목적의 경량 초음속 전투기를 제작하는데 그 비행기가 F-5다. 자유의 투사라는 F-5의 별칭은 그렇게 정해졌다.
한국 공군도 1965년 F-5 비행기 20기를 도입하면서 본격적인 초음속 전투기 시대를 개막하였다. 항공대에 전시된 비행기가 이 모델이다. 미그기가 업그레이드됨에 따라 미국도 성능을 보강한 F-5E/F 타이거 투(TigerⅡ)를 개발한다. 우리나라는 1974년 월남 공군이 사용하던 19기의 F-5E를 이전받으면서 사용하기 시작했으며 1982년부터는 라이센스 생산도 시작하였는데 그것이 바로 KF-5E/F 제공호로 현재도 한국 공군의 주요 전력 중 하나다.
1959년에 초도 비행을 한 모델이 아직도 건재하다는 사실이 놀라울 따름인데, F-5는 비행 거리가 짧고 전자 장비가 부족하지만 긴급 출격 능력이 뛰어나고, 특히 선회력이 좋이 공중전에 탁월한 능력을 발휘한다.
항공기 간의 근접 공중전을 도그 파이트(dog fight)라고 한다. 개싸움에서는 서로 뒤쪽을 물려고 하는데 개들은 뒤쪽을 잡히면 반격하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전투기도 뒤쪽 방어가 마땅치 않아 근접 공중전에서는 적기의 뒤를 잡는 싸움이 중요한데, 마치 개싸움과 같다. F-5는 도그 파이트에 최적화된 전투기다.
지금도 공중전 훈련 시 탑건 교관들이 구닥다리 F-5 가상 적기를 타고 최신예 전투기를 모는 신참 조종사들을 혼내주며 신참들에게 조종기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가르친다고 한다. 미국에서는 2030년까지 F-5를 가상 적기로 사용하기로 했다.
F-5를 실물로 보니 참 작긴 하다. 길이와 너비가 크지 않을 뿐더러 앞에서 보면 비행기의 폭이 좀 과장하면 덩치 큰사람의 어깨 폭밖에 되질 않는다. 크고 무거운 최신예 전투기가 벤츠 S클래스라면 이 비행기는 작고 기동력이 좋은 포르셰 같다고나 할까.
▲ T-37 훈련기는 지금 봐도 미래에서 온듯한 디자인이다. 사진으로는 잘 표현되지 않지만 비행기 동체는 은색 마카로 칠했다.
오후에는 F-5 옆에 있는 T-37 항공기를 그렸다. T-37는 제트기 조종 교육을 위해 세스나 사에서 제작된 쌍발 엔진의 훈련기다. 동체 크기에 비해 날개가 크게 설계되어 있어 저속 특성 및 선회성능이 탁월하다. 또한 무장과 보조연료를 장착할 수 있도록 개량되어 공격기로도 사용되었으며, 우리나라에는 1973년 도입되어 30년 동안 공군의 주력 훈련기로 사용되었다. T-37도 오래된 비행기지만 디자인이 매우 미래지향적을 생겼다. 항공기 바로 뒤에 주택이 있는 점이 이채롭다.
▲ 낮에는 아직 덥지만, 나무 그늘 아래는 견딜만 하다.
작년부터 시작한 <오마이뉴스> 연재가 벌써 44호를 넘겼다. 주당 1, 2회를 꾸준히 썼다. 타이틀이 서울을 그리는 어반스케쳐지만 꼭 서울만 그리는 것은 아니고 이야깃거리가 있고 스케치를 할 수 있는 곳이면 어디나 썼다. 특히 어반스케쳐스고양 운영자가 되면서 고양시 이야기가 많다.
어반스케치란 자기가 사는 곳에 뿌리를 내려야 하는 것이기에, 고양신문에 연락을 드렸다. 고양신문은 창간한 지 33년이 넘은 뿌리 깊은 신문으로 지역 신문으로는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긴 역사를 갖고 있다. 또한 고양시에서 유일하게 종이 신문을 발행한다.
고양신문에도 월 2회 정도 어반스케치 기사를 쓰기로 했는데 이 기사는 나 혼자 쓰는 것이 아니라 어반스케쳐스고양의 다른 회원들과 같이 돌아가면서 쓰기로 했다. 어반스케쳐들 중에는 유난히 글을 잘 쓰는 분들이 많아서 좋은 기사가 많이 나올 것 같다. 좋은 기사들이 어느 정도 모이면 책으로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글을 쓰고 책을 만드는 것도 어반스케치의 큰 매력이다.
농사일에서 봄가을 바쁜 때를 농번기{農繁期)라고, 한여름과 한겨울을 농한기(農閑期)라고 한다. 어반스케치도 야외 활동이 주력이라 농사일과 일정이 비슷하게 흘러가는데, 이제 바야흐로 어반 농번기가 다가오고 있다. 아직 낮에는 좀 덥지만 10월과 11월은 어반스케치를 하기 가장 좋은 때이고 관련 행사도 많다. 어반스케쳐스고양도 슬슬 가을 전시를 준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