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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창환 Andy Sep 15. 2022

한강 가기 좋은 계절,
우린 '드라드라' 합니다

행주대교에서 마포대교까지 드로잉 라이딩을 했다

▲ 마포대교 기둥 옆에 세워둔 자전거를 그렸다. 시간이 모자라서 기둥 채색은 집에서 했다. ⓒ 오창환


 
추석 연휴 마지막 날에 자전거 라이딩 번개 모임이 있었다. 이번 라이딩의 특징은 자전거도 타고 어반스케치도 하는 것이다. 오전에 일찌감치 그림도구를 백팩에 챙기고 자전거 바퀴에 바람을 빵빵하게 넣고 같이 만나기로 한 방화대교 남단을 향했다.

내 자전거는 산악자전거 MTB인데 거의 20년 전에 구입한 캐논데일 F-3000 자전거다. 오래 돼서 좀 낡았지만 당시로서는 명품 자전거였고 지금도 성능은 괜찮다. 단 강변 자전거길처럼 도로를 타는 코스에서는 로드바이크보다는 훨씬 불리하다. 그러나 이날 코스는 크게 먼 거리가 아니니까 몸이 좀 더 힘들면 된다.
             





▲ 드라드라 모임을 주선한 찰리님이 그린 라이딩-스케치 번개 진행도. 찰리님은 어반스케쳐스서울 운영자다. ⓒ 찰리


   

고양시에서 행주외동을 거쳐서 행주대교를 건너서 강변 자전거 도로를 타고 가면 방화대교 남단이다. 먼저 온 라이더/스케쳐들이 벌써 그림을 그리고 있다. 1시간 전부터 와서 드로잉을 했다고 한다. 1차 드로잉이다. 나는 1차 드로잉은 못하고 슬슬 몸을 풀면서 출발 준비를 했다.

오늘 모임에 참석한 사람은 모두 다섯 명. 오늘 번개를 주선 한 찰리님과 서울 어반스케쳐스 회원들이 오셨는데, 세 분은 로드바이크를, 찰리님은 브롬톤 미니벨로를 타고 오셨다.

열을 맞춰 방화대교부터 마포대교까지 달린다. 대한민국에 자전거 타는 사람이 이렇게 많나 할 정도로 많은 분들이 자전거를 타고 나왔다. 초호화 자전거부터 그냥 생활자전거 또는 시에서 빌려주는 자전거 등등 종류도 가지가지다.

구름이 좀 있고 오전에는 덥지도 않아서 자전거 타기에는 좋은 날씨다. 농번기가 시작되고 어반스케치도 바쁜 시즌이 시작되듯이, 자전거 시즌도 시작이다. 자전거 안장에 올라타면 시야가 서있는 높이보다 약간 높은데 그 눈높이에서 세상을 내려다보면 마치 세상이 모두 내 것 같다.

방화대교에서 시작해서 성산대교와 서강대교를 지나서 마포대교까지 20킬로미터 정도를 논스톱으로 달렸다. 도착하니 11시가 조금 넘었는데 이곳에서 점심을 해결하기로 하고 배달 치킨을 주문했다. 기다리면서 2차 드로잉을 했다. 나는 우리를 여기까지 데려다준 자전거를 그리고 싶었는데, 같이 온 스케쳐들이 마포대교의 큰 기둥 아래 자전거를 주차시켜놔서 그것을 그렸다.

자전거를 타면 상체로 핸들바를 누르기 때문에 어느 정도 상체 운동도 되고 상체를 손바닥으로 받치기 때문에 오래 타면 손이 저리기도 한다. 땅바닥에 앉아서 자전거를 그리려고 만년필을 꺼냈더니 손이 떨린다. 따라서 선도 떨린다. 이런 경우 떨리는 선이 더 자연스럽고 좋다. 다른 분들도 다들 그림 한 장씩들 완성하셨고 이른 점심을 먹고 다시 페달에 발을 올려놨다.
             


▲ 마포대교에 주차된 자전거들. 왼편에 보이는 분들이 같이간 스케쳐들이다. ⓒ 오창환


 
마포대교를 건너서 강변북로 쪽을 자전거 길을 타고 달렸다. 전에 서울 어반스케쳐스 정기 모임을 했던 서울함 근처의 수상 상점에서 커피를 마시면서 3차 드로잉을 했다. 자전거를 타고 난 후에 마시는 아이스 아메리카노라 더 맛있다. 서로 그림을 그리는 장면을 그려주기도 하고 주변 상황도 그렸다. 드로잉을 마치고 촬영을 마친 후에 다시  행주대교 쪽을 향했다.

아까는 한강 남쪽 자전거길을 달렸고 이번에는 강 북쪽 자전거 길인데 이 쪽 길이 더 아기자기하고 재미있게 되어 있다. 행주산성 입구에 자전거 용품 할인점이 많이 있는데 거기까지 와서 다른 일행은 자전거 용품 쇼핑을 하러 갔고 나는 고양시 집으로 돌아왔다.

같이 주행한 거리가 40킬로미터 정도 되니까 집까지 왕복 거리를 합치면 60킬로미터 정도를 탔다. 좋아하는 자전거도 타고 좋아하는 그림도 그리고 좋아하는 사람들도 만나니 얼마나 좋은가!

우리는 오늘 행사를 '드라드라'라고 이름 지었는데, 드로잉하고 라이딩하고 드로잉 하고 라이딩하는 것이 연속된다는 뜻이다. 드로잉도 좋아하고 라이딩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둘다 할 수 있는 '드라드라'는 아주 적합한 프로그램이다.

자전거 라이딩은 원래 체력적인 부담이 있는데, 중간중간 드로잉을 하면서 휴식을 취하고 주변을 관찰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면 마냥 직진만 하는 단순 자전거 라이딩보다 부담 없이 접근할 수도 있다. 물론 이는 스케치를 좋아하는 사람들에 한정된 이야기이긴 하지만. 

자전거 라이딩을 하면서 드로잉을 하면 또 좋은 점은 차가 들어가기 힘든 곳도 찾아가서 그림 그릴 수 있다는 것이다. 한강 철책선 고양시 구간도 출입제한을 푼 곳이 많이 있는데, 여전히 차량은 통제되는 곳이 많은 반면, 자전거는 통행이 가능한 곳이 많다. 언젠가 그쪽으로 자전거를 타고 가서 스케치를 하고 싶다. 

자전거와 어반스케치는 썩 잘 어울린다.  자연을 사랑하고, 뭔가를 좋아하면 직접 발로 뛰어드는 것을 좋아하는 열정적인 사람들에게 딱 어울리는 조합이다.
             


▲ 드라드라 모임에 참여한 라이더/스체쳐들이 기념 사진을 찍었다. ⓒ 이빛나



태그:#자전거라이딩#어반스케쳐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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