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느낀다, 고로 그녀는 여기 있다

빌럼 드 쿠닝, 앉아 있는 여인

by Quantum 김남효

그녀는 나의 지각이

물감처럼 뚝뚝 떨어져

굳어진 존재였다


나는 눈으로 보지 않았다

캔버스 위에서

마음으로 더듬었다


그녀와 함께 숨 쉬는 순간들

조용한 떨림, 사르르 퍼지는 감각

그것이 나의 세계였다


객관적인 형태는 이미 사라지고

색과 선만이 살아 있는

몸의 진실을 속삭였다


그녀는 벽 앞에 놓인 정물이 아니다

아니, 절대 아니다


청록색과 녹색, 주황빛의 배경은

그녀를 감싸는 공기가 아니라

그녀의 살결이 스며든

숨결의 흔적이다


어깨와 모자, 기하학적인 형상들

서로 부딪히며 찌릿찌릿 공명한다

주체와 객체의 경계는

흐물흐물 녹아내리고

우리는 함께

원초적인 지각의 상태로 미끄러진다


그녀의 피부는 자연의 색이 아니다

아니, 그것은 내면의 열기와 욕망이

바깥으로 터져 나온

불꽃 같은 주황과 노랑이다


그 색은 그녀가 ‘보이는’ 방식이 아니라

나의 의식 속에서 ‘느껴지는’ 방식이다


그녀는 뜨겁고

격렬하고

숨 막히게 생생한 감각이다


겉으로는 고요히 앉아 있는 듯하지만

그녀의 자세는

완벽한 안정이 아니다


다리와 상체의 선은 팽팽하게 긴장하며, 언제든 움직일 준비를 하고 있다. 그녀의 ‘앉아 있음’은 주변과 끊임없이 관계를 맺으며 완성되는 실존의 태도다. 그건 마치, 살짝 흔들리는 나뭇잎처럼, 바람에 반응하는 몸짓이다.


빌럼 드 쿠닝, 앉아 있는 여인, 1940


선은 그녀를 가두는 경계가 아니다. 그것은 나의 눈이 그녀의 몸 위를 사르륵 미끄러지며 지나간 흔적이다. 특히 어깨와 팔을 감싸는 얇고 불안정한 선은 내가 그녀를 탐색하고 재구성하는 과정, 즉 지각의 지도다. 선은 덧대어지고 지워지며, 완벽함을 거부하는 솔직한 몸짓으로 남는다. 삐끗삐끗, 떨리는 손끝의 진심이다.


노란 드레스는 화면 위에 넓게 퍼지며, 청록색 배경과 함께 평면적인 에너지를 만들어낸다. 색면들은 서로 톡, 톡, 날카롭게 맞닿으며 촉각적인 긴장을 일으킨다. 이 모든 것은 내가 손에 든 붓으로 세계를 직접 만진 흔적이다. 붓끝이 사각사각, 그녀의 숨결을 따라 움직였다.


전통적인 깊이감은 무너졌다. 그녀의 몸은 배경과 평면 위에서 단단히 밀착되어 있다. 그녀는 공간 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나의 지각면 위에 존재한다. 그것은 내가 몸으로 세계를 경험할 때, 모든 것이 바로 눈앞에서 느껴지는 원초적이고 비추상적인 상태다. 마치, 숨결이 코끝에 닿는 순간처럼.


배경의 모호하고 진동하는 색채, 흐릿한 경계는 그녀의 형상이 특정 위치에 고정되지 않은 채, 동시에 모든 곳에 존재할 가능성을 시각화한 것이다. 그녀의 표정과 자세는 긴장감으로 가득 차 있으며, 그것은 명확한 관찰 이전의 불확정성이다. 물감의 강렬한 충돌은 나의 몸짓과 의식이 개입하면서 하나의 사건으로 수렴된다. 툭, 툭, 물감이 튀는 순간, 그녀는 탄생한다.


그녀는 보여지는 대상이 아니다. 그녀는 살아 있는 내 경험의 현장이며, 붓 터치와 색채의 장력을 통해 숨 쉬는 존재다.


‘나는 본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가 아니라,

‘나는 느낀다, 고로 그녀는 여기 있다.’


그녀는 내 감각의 떨림 속에서, 조용히, 그러나 분명히 살아 있다.


‘앉아 있는 여인’은 양자역학의 불확정성과 파동-입자 이중성 개념을 시각적으로 구현한 표현이다. 인물의 형태가 명확하게 고정되지 않고 왜곡되고 중첩된 선과 색으로 구성된 모습은 위치와 운동량을 동시에 정확히 알 수 없다는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 원리를 연상시킨다. 또한, 인물의 형상이 고정된 실체라기보다 관람자의 인식에 따라 파동처럼 흐르거나 입자처럼 응축되는 양상을 보이며, 이는 관측 조건에 따라 성질이 달라지는 양자 입자의 특성과 유사하다. 결과적으로 이 작품은 인간 존재의 복잡성과 다층성을 양자적 시각으로 해석한 회화적 은유이다.


빌럼 드 쿠닝의 관점에서 그림 읽어 가기


빌럼 드 쿠닝(Willem de Kooning, 1904-1997)은 네덜란드 태생의 미국 화가로, 추상 표현주의의 선구자 중 한 명이며, 그의 대표작으로는 '액션 페인팅' 기법이 두드러지는 연작 《여인 I (Woman I)》와 《발굴 (Excavation)》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