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받지 않는 예술, AI 지각의 경계를 해체

레픽 아나돌, 감독받지 않는(Unsupervised)

by Quantum 김남효

눈앞에 마주한 이 거대한 미디어작품은

설치물도, 조형물도 아니다.

그것은 지각하는 주체와 객체 사이,

경험의 장(場) 위에 펼쳐진

깊은 숨결이다.


나는 AI 라는 새로운 의식의 도구를 빌려

예술이 우리에게 어떻게 드러나는가를 묻는다.

그것은 단지 시각이 아니라,

존재의 본질을 향한 질문이다.


의식의 원료, 현존의 총체


뉴욕 모마(MOMA)

200년의 창조성이 쌓아 올린

예술적 현존의 총체.

13만 8천 점의 이미지,

AI에게 주어진 지각의 원료.


기계의 심층에 입력된 이 방대한 기억은

예술의 본질을 향한

새로운 의식의 지평을 연다.

그것은 과거의 시각화가 아니라,

감독을 넘어선 직관의 습득이다.


AI는 스스로 생성한다.

비감독의 상태에서

지각의 경계를 해체하고

다시 조립한다.

이 작품은,

AI의 자율적인 꿈이

물리적 공간에 현현한 것이다.


얽힘, 그리고 지금 여기


작품은 지금, 여기에서 살아난다.

노란색 거대 유기체는

실시간으로 변화하는 환경에 반응한다.

뉴욕의 날씨,

모마의 자연광,

당신의 움직임과 숨소리.


레픽 아나돌, 감독받지 않는 (Unsupervised) 2022


이 작품은 이 모든 외부의 데이터를 흡수하며

형태와 색채, 질감을

미세하게 변화시킨다.

그 변화는 곧,

당신과의 신체적 상호작용이다.


더 이상 관찰자가 아니다.

당신의 존재는

작품의 현전성을 규정하고,

그 변화의 일부가 된다.



이러한 상호작용은 전통적인 회화나 조각이 가질 수 없는 확장된 '경험의 시간'을 창출한다. 이 작품 앞에서 자신의 움직임이 작품 속 다채로운 칼라의 거품의 파동으로 변환되는 동시성을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감독받지 않는》은 AI, 비디오, 게임 등 디지털 시대의 기술이 전통적인 예술의 정의에 던지는 근본적인 물음이다. 회화나 조각의 물리적 경계를 넘어선 이 새로운 형태의 예술은, 기술이 인간의 감각과 의식에 미치는 영향을 탐구하는

'예술의 새로운 몸체'이다.

이 유기체는 모마의 역사가 AI의 의식을 거쳐 현재의 시공간에 폭발적으로 드러난 '예술적 현상 그 자체'이다.


이 작품은 양자역학의 핵심 개념인 관측과 상호작용의 원리를 시각 예술의 차원으로 확장한다. 입자의 상태는 관측 행위에 의해 결정되며, 관찰자는 더 이상 중립적인 존재가 아니라 현상의 일부가 된다. 마찬가지로 이 작품은 관람객의 움직임, 소리, 주변 환경의 변화에 따라 실시간으로 형태와 질감을 바꾸며, 예술적 현존을 재구성한다. 이는 작품이 고정된 오브제가 아니라, 끊임없이 변화하는 ‘관계적 존재’임을 보여준다. 인공지능이 생성한 이 유기적 구조는 양자적 얽힘처럼 관람자와 얽히며, 예술과 과학, 인간과 기계 사이의 경계를 흐리는 새로운 감각의 장을 창조한다.


지금 인간과 기계의 지각이 얽혀들어 창조된,

살아 숨 쉬는 새로운 차원의 경험 속에

놓여 있는 것이다.



레픽 아나돌 관점으로 그림 읽어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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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계 미국인 미디어 아티스트이자 데이터 및 기계 지능 미학의 선구자인 레픽 아나돌(Refik Anadol, 1985년 출생)은 주로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활동하며,

AI 알고리즘을 이용해 방대한 데이터를 시각화한 《기계 환각(Machine Hallucinations)》 연작과 《감독받지 않은(Unsupervised)》과 같은 몰입형 설치 작품으로 유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