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응시는 맹렬하다.. 그렇게 그녀를 읽는다

빌럼 드 쿠닝, Woman III

by Quantum 김남효

빌럼 드 쿠닝, Woman III (1951-53)


그녀는 곧 풍경이다

하지만 그저 바라보는 풍경이 아니다

내 몸이 세계와 부딪혀

흩어진 감각의 파편들이

하나로 엮여 살아 숨 쉰다


나는 그녀를 ‘보는’ 존재로 그리지 않는다

그녀는 나의 지각이 닿는 가장 먼 지평선

여신, 핀업 걸, 연인—

모든 여성성의 잔향이

한순간에 터져 나온 형상


툭, 터지고

스르륵 번지고

다시 응고되는 감정의 물결


그녀는 나의 살의 철학

물감처럼 응축된 존재

객관적인 대상이 아닌

살아 있는 몸으로 느낀

감각의 흔적


그림은 나의 몸이

세계를 더듬는 방식

그 자체로 현상학의 언어


해부학적으로 그녀는 정확하지 않다

눈은 툭 튀어나오고

몸은 조각조각 흩어져 있다

그러나 그 파편들은

흩어진 채로 존재하지 않는다


나의 몸 도식이

그들을 하나의 긴장 속에 엮어낸다

이 왜곡은 일탈이 아니다

세계와의 첫 접촉에서 오는

의미 있는 변형


마치 손끝에 닿은 온기가

형태를 바꾸듯이

그녀는 그렇게

살아 있는 풍경이 된다


그녀의 응시는 맹렬하다.

피하지 않는다.

오히려 나를 꿰뚫는다.

나를 바라보는 거울이며,

그녀를 대상화하려는 순간,

툭, 반격하듯 시선을 되돌려 보낸다.

이것은 몸과 몸이 맞닿는,

살과 살이 마주하는 직접적인 상호작용이다.

빌럼 드 쿠닝, Woman III (1951-53)


붓 터치는 정지된 이미지가 아니다.

그건 내가 그림을 그리는 동안의 몸짓,

손목이 휘청, 팔이 휙, 몸이 기울며 남긴 흔적이다.

두껍고 얇은 선, 강하고 약한 물감의 밀도는

내 몸 전체의 운동 의지가 순간적으로 터져 나온 결과다.


거친듯 그은 그녀의 윤곽은

형상을 정의하면서도 주변 색채와 뒤섞인다.

그 선은 그녀를 배경에서 분리시키는 경계이자,

동시에 세계의 살과 맞닿는 접촉면이다.

구상과 추상의 경계는 흐릿해지고,

그림은 행위이자 결과가 된다.

마치 우리의 몸이 주체이자 대상이듯이.


나는 이 그림을 완성하기까지

2년 가까이 덧칠하고, 긁어내고, 다시 덧입혔다.

물감의 층은 반복돤 축적이 아니다.

그건 내가 이 세계를 살아낸 시간의 결이다.

완성된 그림은 하나의 ‘결과’가 아니라,

과정의 모든 순간이 동시에 숨 쉬는

나의 ‘지각된 역사’다.


양자파동의 개념으로 본다면,

이 캔버스는 확률의 장이다.

그녀는 고정된 입자가 아니라,

아직 붕괴되지 않은 파동 함수의 상태다.

모든 선과 색채는 무수한 잠재적 위치 에너지를 품고 있으며,

그 겹침은 동시에 모든 곳에 존재할 가능성이다.


붓 터치는 격렬하고 빠르며,

경계는 흐릿하고 떨린다.

그녀의 형상은 특정한 위치에 고정되지 않은 채,

툭툭, 모든 곳에 존재할 수 있는 가능성으로 퍼져 있다.

그녀의 웃음은 관찰 이전의 불확정성이고,

물감의 충돌은 나의 몸짓이 개입되며 하나의 사건으로 수렴된다.


이 여인은 고요히 숨 쉬는 파동이며,

나는 그 파동의 떨림을 따라,

붓을 들었다.


이 작품은 격렬한 붓놀림과 중첩된 색채로 인해 인물의 형태가 명확하게 정의되지 않고, 마치 확률적 분포로 존재하는 것처럼 느껴지는데, 이는 입자의 위치와 운동량을 동시에 정확히 알 수 없는 양자역학의 불확정성 원리와 유사하다. 또한, 인물의 신체 부분이 배경과 구분 없이 얽혀 있거나, 한 붓 자국이 머리나 팔 등 여러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사물이 입자처럼 고정된 실체이면서 동시에 파동처럼 공간에 퍼져있는 성질을 갖는 파동-입자 이중성의 회화적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그림은 대상을 하나의 확정된 형태로 인식하기보다, 잠재적인 상태와 에너지의 흐름으로 파악하는 양자적 세계관을 반영하는 추상표현주의의 정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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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럼 드 쿠닝의 관점에서 그림 읽어 가기




빌럼 드 쿠닝(Willem de Kooning, 1904-1997)은 네덜란드 태생의 미국 화가로, 추상 표현주의의 선구자 중 한 명이며, 그의 대표작으로는 '액션 페인팅' 기법이 두드러지는 연작 《여인 I (Woman I)》와 《발굴 (Excavation)》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