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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휴먼 Feb 20. 2024

2024년 2월 20일 - 봄날은 간다

봄날은 간다.


자취방을 빼며 ’봄날이 간다‘고 읊조리던 K.

아직 봄날 안 갔다고 위로해보기도 하고

그 마음에 공감하려고 노력하기도 해 봤는데

K는 쓴웃음을 지으며 ‘넌 아직 한창때라서 절대 모를 거야’라고 말했다.


내가 한창 때라고? 아닌 것 같은데.

그때는 그렇게 생각했다.


K가 자취방을 뺀 후부터 우리는 자주 만나지 않기로 했다. 오늘은 자주 안 만나기로 한 첫 번째 주의 중간이다.

괜히 허하고 외로운 마음이 들어 K에게 평소보다 살갑게 자주 카톡을 보냈다.

밥은 먹었냐, 공부 열심히 해라 등등. 별로 나답진 않지만 그래보았다.


허한 마음이 든다. 울렁거리는 마음을 다잡고 공부를 하려 해도 잘 되질 않는다.

‘봄날이 간다’

그 한 마디만 마음속을 맴돌 뿐이다.


나는 봄의 한가운데에 있을까.

아님 나도 모르는 새 이미 봄날을 보내버린 걸까.


어언 스물넷.

대학교 4학년 막학기를 앞두고 있다.

나의 지난 3년을 돌아본다.

대학교 1학년땐 모든 게 다 신기했고 우여곡절이 많았다.

대학교 2학년땐 내가 가장 예뻤을 때였고, 연애를 시작했다.

대학교 3학년땐 자주 우울했고, 공부를 정말 열심히 했다.

대학교 4학년, 지금의 나는 허하다.

정말로 청춘을 보낼 준비를 하는 것처럼.


감정들이 복잡하게 엉긴다.

그중 가장 눈에 띄는 감정은 아쉬움인 듯하다.

아쉽다. 내 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시간을 이렇게 보내고 있는 게 아쉽다.


그럼 나는 무엇을 하고 싶은 걸까?

할 수 있는 한 최대로 감정을 빛내고 싶은 것 같다.

최대한 많은 것들을 보면서 감격하고 싶다.

최대한 아름다운 것들을 보면서 기억하고 싶다.

찬란한 감정들을 마음에 고이 새겨두고 싶다.


그런 마음이 들어 괜히 부푸는 가슴,

괜히 두근대는 마음.

그리고 괜히 아릿한 통증.


나의 올해는 작년보다 더 찬란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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