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신잔잔 Apr 16. 2024

그저 다른 것일 뿐인데,

'좋은 사람들'이 사라져 가는 세상에서

자타공인, 나는 꽤나 '타인의 생각을 파악하는 능력'이 괜찮은 편듯하다. 그 사람을 조금만 알고 나면 이 상황에서 어떻게 생각할지가 조금은 보이는 편이라고나 할까. 돌려 말하면 눈치가 빠르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래서일까, 친구들이 곁에 새로운 사람이 생기면 애인을 내게 소개해주며 '이 사람 어떤 것 같냐'라고 물어보곤 한다.


현시대를 살아가는 여성으로서, 대부분 친구들의 요청 속에는 '요즘 세상에는 워낙 뉴스와 인터넷상에서 이상한 사람들로 가득 차 있다 보니, '내가 사랑에 빠져서 이 사람이 이상하다는 것을 모르는 것은 아닌지' 알려줘.'라는 마음이 담겨있다. 제3자의 눈에는 과연 이 사람이 어떻게 보이는지, 정말 괜찮은 사람이 맞는 건지, 내 마음속 불안을 잠재우고 어느 정도의 확신을 얻고자 하는 마음도 있을 것이다.


불과 얼마 전까지 된 요즘 말로, 'T발 C'에 속하는 나는, 친구들에게서 각자의 애인을 소개받을 때나 그 이야기를 듣고 나면, '이 사람은 이런 부분이 조금 이상한 것 같은데?', '저 사람은 저런 부분이 이상한 것 같은데?'라는 수많은 의심들을 심어주곤 했다. 


그러다 하루는 친구가 '내 남자친구는 영화관에서 계속 나한테 말을 걸고 시끄럽게 리액션을 해'라 말을 했다. 영화관에서 남자친구의 반대쪽 옆에 앉아있던 아주머니마저도 '영화관에서는 그렇게 떠드는 거 아니에요.'라고 말할 정도였다고 하니 오죽하겠는가. 정말 매너가 없는 행동이 아닐래야 아닐 수가 없다. 그래서 '정말 별로다. 매너가 너무 없다.'라는 등의 평가를 내리던 참이었다.


렇게 말을 해주고 있는데, 문득 내가 미국에 있는 영화관에 갔을 때가 떠올랐다. 미국에서는 영화를 볼 때 많은 사람들이 감동적인 장면에서 박수갈채를 보내고, 남녀 간의 키스신을 보며 환호를 보내는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보며 '저 사람들은 감정에 솔직하구나. 정말 멋지다.'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문화권이 달라진 이유 만으로 내가 과연 그 사람이 정말로 '별로다'라는 평가를 내리는 내 자신을 마주하게 된 것이다. 


물론 한국 사회를 살아가면서 그러한 행동은 '민폐'로 보이는 것은 확실하다. 그럼에도 내가 만약 그 사람의 그런 모습이 부끄럽고 싫으면 만나지 않을 것이고, 개성이 있다고 느끼면 그냥 그대로 만나면서 살아가면 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단지 내가 그를 이상한 사람이라고 평가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자극적인 기사들과 사람들의 댓글을 자주 접하 보니 나도 모르게 내 마음속에 '정상적'이라는 범주를 만들어버린 것은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내가 과연 남들을 이렇다 저렇다 평가할 만한 사람이기는 할까. 남들의 기준에서도 과연 나는 '정상적'인 사람이 맞을까. 혹은 그 '정상적'의 범위가 대체 어디까지일까. 이런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져갔다.


범주가 없는 기준 속에서 내가 친구들의 질문에 답을 해 줄 수 있는 위는 그저 그 사람이 내 친구들의 안전을 위협할 정도만 아니면 되는 것이지, 내가 그들의 생각과 가치관과 행동까지 평가하여 결론을 내릴 입장은 아니었던 것이다.


우리는 지금 너무 '정상적'이라는 범주를  만들어내는 사회에 살고 있지 않을까? 사회에는 수많은 다양한 사람들이 있다. '유재석, 오타니, 손흥민'처럼 대부분의 방면에서 존경받을 만하다고 느껴지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일론 머스크, 스티브 잡스, 고든램지' 등 모든 부분들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각자의 분야에서 최고가 되어 각자의 지점에서 분명 존경받을만한 개성 강한 사람들도 있는 것이다.


과연 후자의 사람들을 내 친구들이 '내 애인이야.'라고 소개해줬다면 나는 그 사람 그대로 '너무 멋지다'라고 대답할 수 있었을까? 어쩌면 '성격이 너무 다혈질적이다, 왜 옷을 꼭 하나만 고집하는지 이상하다' 등 정말 다양한 평가를 내릴 수 있는 사람들이었을 것이다. 그렇다고 그들이 정말 '비정상'적인 사람들이라고 부할 순 없지 않겠는가.


무엇이 정상이고 무엇이 비정상인가. 그저 세상엔 나와 다른 사람들이 존재한다. 나는 과연 얼마나 높고 올바른 도덕적 잣대를 갖고 살아가는가. 왜 남들에게는 나보다 더 옥죄는 잣대를 들이밀며 그곳을 벗어나면 너는 비정상적인 사람이라 판단하는 가. 이대로 가다가는 우리 사회가, 모두가 같은 키를 가진, 모두가 같은 옷을 입는, 모두가 같은 생각을 하는, 말 그대로 획일화된 사회가 되어버리지는 않을런지.




매거진의 이전글 그 사람이 내 영화의 주인공이라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