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는 나이가 들면서 여러 가지 꿈과 목표를 가졌다. 누군가가 보기엔 '멋진 일이다'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부모님은 오빠의 꿈들을 들을 때마다 마음속 깊이 아파하셨다.
20대 때 오빠의 꿈은 '운전'이었다. 또래 사람들이 운전을 하고 차를 사는 것을 보며, 그렇게 운전을 하고 싶어 했다. 부모님은 그가 운전할 수 없는 이유를 설명해 주셨다. 운전이라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짧은 순간에 판단할 것이 얼마나 많은지, 수많은 법을 지켜야 한다는 사실과 그 책임까지. 그 복잡한 법을 공부해서 시험을 여러 번 통과해야 한다는 설명을 들은 오빠는 불가능이라 여겼는지 비교적 쉽게 그 꿈을 포기했다. 안타까웠지만 한편으로는 다행이었다.
30대가 되고 난 뒤부터 오빠의 새로운 꿈은 '결혼'이 되었다. 여자친구 한 번 제대로 만나본 적 없던 오빠가 어느 날부터 갑자기 결혼을 하고 싶다고 했다. 부모님은 대수롭지 않게 넘겼지만, 어느 날 모르는 번호로 오빠에게 카톡이 와 있어서 확인해 보니 오빠가 혼자서 결혼정보회사에 가입까지 몰래 했던 것이었다. 오빠가 그 정도로 결혼을 열망한다는 것은 우리 가족에게 꽤나 충격이었다. 개인정보 유출과 같은 위험을 언급하며 오빠로부터 다시는 그런 사이트에 함부로 가입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아냈지만, 그 말을 하면서도 현실적으로 이루기 어려운 꿈을 가진 오빠를 보며 부모님은 또다시 마음 아파하셨다.
장애를 가졌다고 해서 결혼을 할 수 없는 건 아니지만, 정상적인 사람과 만날 가능성은 사실상 제로의 확률에 가까웠다. 그래서 우리 가족은 드라마 우영우를 보지 못했다.게다가 만약 오빠가 누군가를 만나 아이를 가지게 된다면, 그 아이도 장애를 가질 확률이 높았다. 결국 그 아이를 돌보아야 할 책임은 나에게 돌아올 것이었고, 부모님은 당연히 그 짐을 나에게 지우고 싶지 않으셨다. 솔직히 나도 내가 평생 돌봐야 할 사람은 오빠 한 명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런 마음을 가진 오빠를 보니 나도 마음이 좋지만은 않았다.
어느 날, 엄마는 교회에서 기도당번을 하시며 있었던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기도당번을 하면, 사람들이 종이에 적어낸 기도제목을 보고 그 내용을 바탕으로 기도를 한다고 한다. 그 기도 제목 중에 매주 종이를 꾸깃꾸깃 접어 내는 기도제목이 하나 있었는데, 장애를 가진 한 청년의 기도였다.
"하나님, 저 좋은 사람 만나서 결혼하게 해 주세요. 좋은 가정을 꾸리게 해 주시고, 제가 좋은 가장이 될 수 있도록 해주세요."
그 청년은 지적 장애가 있었지만, 그의 진심 어린 기도문은 엄마의 마음을 움직였다. 몇 달 동안 그 청년을 위해 기도해 왔는데, 얼마 전 그 글의 내용이 바뀌어 있었다고 한다.
"하나님, 다음 달이면 제가 큰아빠가 된대요. 제 첫 조카가 무사히 태어나서 잘 자랄 수 있게 해 주세요. 제가 조카에게 좋은 큰아빠가 되게 해 주세요. 그리고 저도 결혼해서 좋은 가정을 꾸리게 해 주세요."
이 글을 보자마자 엄마는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그 청년의 진심이 엄마의 마음에 깊이 와닿았고, 우리 집에 있는 오빠가 떠올라 더 애틋한 마음이 들었던 것이었다. 오빠 역시 매일같이 결혼하고 싶다고 외치고 있었고, 동생인 나는 실제로 결혼을 앞두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청년이 낸 기도제목은 오빠의 서글픈 꿈과 겹쳐있는 현실이었고, 오빠에게 얼마 남지 않은 미래였다.
엄마는 오빠의 표현을 좀 더 풍부하게 만들기 위해, 그리고 우리가 알 수 없는 오빠의 일상을 알기 위해 매일 일기를 쓰게 하곤 한다. 그 일기의 끝은 항상 똑같다.
"나는 이제 결혼 적령기다. 오늘도 돈을 벌러 회사에 다녀왔다. 돈을 열심히 모아서 미래의 아내를 위해 스드메와 결혼식에 꼭 써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