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창 코로나가 터지고,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사람들 사이에서 MBTI 검사가 유행처럼 번졌던 시절이 있었다. 나도 재미삼아 가족들에게 MBTI 검사를 권유했었다.
가장 궁금했던 오빠에게 MBTI 검사를 시켜보려고 했지만, 그곳에 나온 질문들을 이해하기에는 조금 어려워했다. 오빠는 그저 질문을 읽으며 고개를 갸웃거렸고, 결국 나는 오빠를 보며 나름대로 파악한 성격 유형을 추측하기로 했다. 결과적으로, 오빠의 MBTI는 아빠와 똑같은 INTJ에 가깝다는 결론을 내렸다.
모든 지적 장애를 가진 사람들의 성격이 다 똑같은 것은 결코 아니다. 그들도 각자의 유전적인 성향, 자라온 환경에 따라 일반적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성격이 매우 다양하다. 그리고 그들의 성격은 지적 장애의 다양한 형태가 아니라 말 그대로 '성격'이다.
사실 오빠가 무슨 생각을 하며 살고 있는지를 정확히 알지는 못하기 때문에 'S'(감각형)인지 'N'(직관형)인지를 구별하기엔 조금 어려움이 있다. 그래도 가장 확실한 건, 오빠가 'I'(내향형)와 'J'(계획형)라는 것이었다. 그 두 가지의 성격은 겉으로 완벽히 드러나기 때문이다.
만약 오빠가 외향적인 사람이었다면, 가족들은 늘 오빠가 공공장소에서 사람들에게 말을 걸고, 호기심에 이곳저곳을 활발히 돌아다니는 것을 감당해야 했을지도 모른다. 다행히도 오빠는 차분하고 집에서 보내는 시간을 좋아한다. 부모님이 모두 'I(내향형)'인 영향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오빠가 집에 있을 때 제일 편안해 보이고, 모르는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기보다는 조용히 자신의 시간을 즐기는 모습을 보면 확실히 내향형임을 알 수 있다.
또다른 오빠의 성격 중 가장 두드러지는 부분은 바로 'J'(계획형)이다. 출근할 때면 오빠는 항상 정확히 '06시 53분'에 집을 나선다. 이 시간은 절대 바뀌지 않는다. 출근하기 전의 루틴도 철저하게 지켜진다. 먼저 엄마와 함께 기도를 하고, 화장실을 다녀온 뒤, 물을 한 모금 마시고, 마지막으로 효자손으로 등을 긁는 순서다. 그 과정은 매일 반복되며, 그 정밀함과 일관성은 마치 작은 의식처럼 느껴진다.
오빠의 방을 보면 그의 계획적인 성격을 더욱 잘 알 수 있다. 오빠는 돈을 직접 관리할 수 없기에 엄마에게 매달 용돈처럼 월급의 일부를 받아서 사용하고 있다. 그러면오빠는 혼자서 다이소에 간 뒤 저렴한 정리용품들을 사온다. 그런 다음 새로 사온 통에 볼펜을 색깔별로 나누어 넣고, 잡동사니들도 깔끔하게 정렬해 놓는다. 오빠가 출근할 때 보면 책상은 먼지 한 톨 없이 너무나도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다.
어릴 때 나는 가끔 오빠가 병원에서 바뀐 게 아닐까, 혹은 어디서 주워온 게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곤 했다. 우리집은 모두가 쌍커풀이 없는데 오빠만 한 쪽 눈에 쌍커풀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쌍커풀은 우성인자라 부모가 없으면 없는 게 보통이기 때문에 꽤 의심이 되는 일이긴 했다. 그런데 세월이 흐르고, 오빠가 가진 성격과 나이가 들수록 부모님을 닮아가는 얼굴을 보면서 그런 생각은 점점 사라졌다.
오빠는 부모님의 모습을 그대로 닮아가며, 부모님의 계획적인 면모와 성실함을 오롯이 물려받았다. 지금에 와서 돌이켜보면, 그때의 그런 생각들이 얼마나 말도 안 되는 것이었는지 알 수 있다. 지금의 오빠 모습을 보면 오히려 나보다도 더 우리 부모님의 모습을 그대로 닮았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