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슈탈트(Gestalt)라는 단어를 들어보셨나요? 조금 낯선 분들도 계시겠지만, 우리가 늘 경험하는 현상이에요. 예를 들어, 우리가 어떤 이미지를 볼 때, 점, 선, 색을 개별적으로 보지 않고, 전체적으로 인지하지요? 게슈탈트는 '전체'를 뜻하는 말로, 모든 것이 결국 맥락에서 존재하고, 관계에서 존재한다고 보는데요. 게슈탈트 심리학은 '나는 나'이고 '너는 너'이지만, 이 다른 세계가 만나 새로운 세계를 이룬다는 관계의 철학에서 비롯되죠. '부분의 합은 전체와 다르다' 혹은 '전체는 부분이 합 이상이다'라는 유명한 말이 여기서 나옵니다.
일찍이 아리스토텔레스도 유사한 맥락에서 이야기를 했었는데요.
"부분들이 다 있을 때 전체가 존재하지 않는 것을 막을 수 없으며, 부분들이 전체와 동일하지 않다는 것은 명백하다."
"For it is evident that when the parts exist, there is nothing to prevent the whole from not existing, so that the parts are not the same with the whole."
- 아리스토텔레스 -
마케팅에서도 부분과 전체 간에 이러한 관계가 중요합니다. 즉, 여러 마케팅 요소들 간 조합의 결과로 나오는 '시너지 효과'가 중요한 건데요. '마케팅 전략의 꽃이자 핵심'으로 불리는 4P 믹스는 P로 시작하는 4가지 요소를 조합하는 것입니다. 그 요소는 제품(Product), 가격(Price), 유통(Place), 판촉(Promotion)인데요. 각 요소들도 관점에서 잘 설계가 되어야 하죠.
제품(Product) - 소비자는 제품을 사는 것이 아니라, 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느낌, 의미, 경험 등을 모두 사는 것입니다. 이것들이 총체적으로 잘 설계되어야 합니다.
가격(Price) - 마케팅에서 가격은 절대적 숫자가 아닙니다. '고객이 느끼는 숫자'죠. 가격은 원가 기반이나, 경쟁자 기반으로 설계가 됩니다. 그런데 이것은 참고 사항일 뿐이고 V(가치)>P(가격)>C(비용)이라는 기업의 생존 부등식 안에서 역동적으로 설계될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하세요. 고객이 느끼는 가치 - 고객이 느끼는 가격'이 0 보다만 크다면 거래는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유통(Place) - 최근 소비 트렌드를 감안할 때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고객이 들이는 시간, 노력, 감정을 줄여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 그들이 사면서 놀고 경험할 수 있게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죠.
판촉(Promotion) - 타겟 고객의 라이프스타일 바운더리에서 이루어져야 합니다. 그 루트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죠.
위의 4P 전략은 기업 중심이기 때문에, 고객 중심의 4C로 대체되어야 한다는 이야기도 많이 나옵니다. 위의 각 요소가 고객 가치(Customuer Value), 고객 비용(Cost to the customer) 편의성(Convenience), 커뮤니케이션(Communication)로 대응됩니다. 나아가 경험의 시대에 맞게 4E 전략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경험(Experience), 교환(Exchange), 참여(Engagement), 전환(Evangelism)이 됩니다. 신경제학자 도널트 칼네(Donald Calne)는 감성사회에 맞게 또 다른 4E를 제시했는데요. (Evangelist), 열정(Enthusiasm), 경험(Experience), 교환(Exchange)의 요소이죠.
사실 4P를 최근 소비트렌드에 관점에서 바라보면 4C이고, 4E로 볼 수 있습니다. 그 근본으로 들어가면 다르지 않습니다. 마케팅 요소들을 여러 차원에서 고려해 보는 것이 도움이 될 것입니다. 흔히 마케팅 전략에서는 이 각각의 요소를 설계하는 데만 초점이 많이 맞춰지는 경우가 많은데요. 하지만 역시 중요한 것은 조합의 결과입니다. 요리에서 각 재료가 중요하지만, 결국 잘 배합되어 나온 음식이 중요하듯이, 조화와 시너지 차원에서 접근해야 합니다.
이케아의 Place 요소 하나 만을 놓고 보면 불편하기 그지없습니다. 접근이 불편한 외곽에 위치해 있고, 매장도 미로와 같죠. 그럼에도 '좋은 기능과 디자인의 가구를 낮은 가격에 최대한 많은 사람에게 제공하겠다'는 이케아의 미션과 그들이 추구하는 '실용주의', '합리주의'에 굉장히 잘 부합합니다. 기존 가구업계에서는 파격적으로 매장을 외곽으로 보내서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췄고요. '저렴한 가격'을 실현하기 위해 미로와 같은 매장에 의도적으로 고객을 오래 머물게 해서 많이 구매하도록 유도했죠. Place 한 요소만 놓고 보면 부정적인 평가를 받을 수 있겠지만, 전체 조합을 봤을 때 잘 설계된 요소라고 볼 수 있죠. 이 마케팅 전략은 효과적이어서, 불편을 감수하고 자신의 노력이 투입된 것에 애착을 갖게 되는 '이케아 효과'라는 말까지 생겨나게 되었습니다. 이케아에서 경험하는 불편함은 정합성 관점에서 볼 때 잘 설계된 불편함이었던 거죠.
'마케팅에서 5는 10 보다 클 수 있다'
이케아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마케팅에서 '제품(10점) + 가격(10점) + 유통(5점) + 촉진(10점)'은 35점이 아닌 50이 될 수 있습니다. 반면 '제품(10점) + 가격(10점) + 유통(10점) + 촉진(10점)'은 40점이 아닌 30점이 될 수도 있죠. 게슈탈트의 관점에서 전체가 부분의 합과 완전히 달라졌듯이, 마케팅에서도 이 둘의 결과는 완전히 다를 수 있는 것입니다. 이렇듯 마케팅 전략에서 중요한 것은 바로 '조합'이지요.
마케팅에서 이 정합성은 4P 믹스 전략을 넘어섭니다.
첫째, 시장과도 정합성이 있어야 합니다. 아무리 좋은 제품, 서비스도 시장이 없으면 안 되듯이, 시장을 찾아내도 그에 맞는 제품,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면 의미가 없죠.
둘째, 마케팅 믹스 전후의 요소와도 정합성이 있어야 합니다. 즉, 타겟 고객과 포지셔닝 그리고 브랜딩과도 정합성이 있어야 하는데요. 예를 들어 '시간이 부족한 엘리트 집단'이 타겟 고객이고 속도의 요소를 중점으로 포지셔닝, 브랜딩했다 치면, 그들이 빠르게, 자주 이용할 수 있는 어플, 매체 등의 루트를 찾아내서 조합을 하는 것입니다.
셋째, 나아가서 기업의 전사 전략, 더 나아가 미션과 비전, 가치와도 부합해야 합니다. 이케아의 Place가 이념과 잘 부합했듯이, 궁극적으로는 각 요소 요소가 모여 전체적으로 일관성을 띄어야 하는거죠.
이렇듯 마케팅은 결국 게슈탈트의 '정합성'의 문제로 귀결되는데요. 마케팅에는 이 게슈탈트의 철학이 전반적으로 녹아 있어야 하는 것입니다. 여기서 만들어지는 시너지 효과는 성공적인 마케팅으로 이끌어 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