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중적인 사람이긴 하지만 결코 위선자는 아니었다. 나의 양면은 둘 다 매우 진지했다. 자제심을 팽개치고 부끄러움 속으로 뛰어드는 나는, 대낮의 밝은 빛 속에서 지식을 쌓거나 사람들의 슬픔과 고통을 줄여주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나와 다를 바 없었다. 둘 다 나 자신이었다.
-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 중 -
기업에게 MZ세대는 마치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 같이 다가옵니다. 아시겠지만 MZ 세대는 밀레니얼 세대(1980년~1990년대 초반)와 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로 ‘요즘 애들’로 군림해 왔죠. 이 세대는 꼭 선과악의 대립은 아니지만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와 같이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로 양면성을 동시에 보이는데요.
- 럭셔리한 소비를 즐기면서도,
짠 내 나는 소비를 한다.
- 철저히 개인적인 것 같으면서도,
환경 등의 사회적 가치를 중시한다.
- 혼자 있는 걸 좋아하면서도,
끊임없이 연결되길 바란다.
- 디지털 세대이면서도,
아날로그에 열광한다.
이러한 양면성에 대한 대한 용어까지 생겨났습니다. 양면성(ambivalent)과 소비자(consumer)를 합친 앰비슈머(ambisumer)인데요. 가격 + 가치를 함께 중시한다는 것이죠. 즉, 가격을 중시하지만, 가치가 있다면 아끼지 않는 다는 것인데요. 가격 관련해서 생긴 용어이지만, 이 양면적 소비는 꼭 가격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고, 위와 같이 다양한 면에서 양면성을 보이고 있습니다.
‘MZ는 이제 그만!’
정작 MZ 세대는 거부했지만, 소비 권력인 이들을 알고, 마음을 사기 위해 기업은부단히도 연구하고 노력했습니다. 그런데 이제 밀 요즘 애들에서 레니얼 세대는 퇴출되는 수순을 밟는가 봅니다. ‘찐 요즘 애들’ 알파세대(2010년 이후 생)가 소비 시장으로 오고 있는 건데요. 이 알파세대와 Z세대를 합쳐서 잘파 세대라고 하죠. 2025년까지 이 Z세대는 22억 명, 알파세대는 20억 명으로 전망된다고 합니다. 막강한 소비 잠재력을 가지고 있어, 기업들은 벌써 이들을 주목하고 겨냥하고 있습니다.
알파세대는 기존 MZ세대와 완전히 다르지는 않는데요. 다음과 같이 MZ세대가 보이던 기존의 속성들이 강화된 모습을 보입니다. MZ세대가 보인 양면성도 그대로, 혹은 더 심하게 가져갈 것으로 보입니다.
· ‘디지털 네이티브’에서 나아가 ‘디지털 온리’로
· 소비자인 동시에 창조자(크리에이터)로
· ‘더 가볍게, 더 재미있게, 더 의미있게’
기업들은 이들의 이중적이고 양면적인 특성들을 억지로 이해하려고 하기 보다는, 그 근원을 들여다보는 것이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이는 기존 필요 위주의 소비에서, 다 넓은 범위로 소비 스펙트럼이 넓어진 데서 기인한 것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은데요. 매슬로우의 욕구 피라미드에서 보자면, 상위 단계의 욕구에도 소비가 점차 적극적으로 확대해서 관여하게 되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또한 이 여러 욕구들을 ‘동시에’ 추구합니다. 그러다 보니 이중적인 특징들이 함께 보이는 거죠.
이에 따라 파생되는 아래와 같은 특성들도 생각해 볼 수 있겠습니다.
첫째, 동시에 여러 욕구들을, 가능한 많이 충족시켜야 하기 때문에, 불필요한 노력 낭비, 시간 낭비를 꺼립니다.
둘째, 기존에는 소비와는 별개로 이루어졌던 고차원적인 욕구 관련 행동들도 소비로 해결하고자 합니다. 그러다 보니, 더 ‘의미’와 ‘가치’들이 소비의 영역으로 적극적으로 들어오게 되었다고 볼 수 있죠.
셋째, 상위 단계의 욕구들은 행동을 수반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경험’이라는 것이 더욱 소비 세계에 관여하게 됩니다.
이렇듯 이제는 소비 과정 자체가 욕구를 해결하는 행위가 되었죠. 이전에는 제품, 서비스를 사서 이것을 도구로 욕구를 해결했다면, 이제는 ‘소비 과정 = 욕구 해결 행위’ 인 것입니다. 가령 소비 행위와 기부 행위가 별개였다면, 지금의 세대들에게는 소비를 하면서 기부를 할 수 있기를 원하는 것입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반가워할 일이겠지요. 소비의 스펙트럼이 넓어진 것이니까요! 기업이 소비자의 욕구를 해결하고 그 대가를 받는 존재라고 봤을 때 기업에게 기회는 더 커졌습니다.
MZ는
소비로 놀고,
소비로 자존감을 높이고
소비로 자아실현까지 한다!
그럼 잘파 세대 이후에는 또 어떤 소비 권력자들이 오게 될까요? 세계적인 미래학자 제러미 리프킨은 저서 <한계비용 제로사회>에서 한계비용, 즉 생산과 유통에 들어가는 비용이 0이 되는 미래가 될 것이라 예언하는데요. 기술로 인한 폭발적 생산성으로 비용 제로의 유토피아가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테크가 만드는 유토피아인데요. 여기서 미래 사회는 소유 보다는 더 공유의 세계로 넘어갈 것이라고 합니다. 이미 유튜브로 동영상을 듣고, 위키피디아에서 지식을 얻게 되면서 음악 산업, 출판 시장에도 큰 변화가 있었죠. 자본주의가 종말하며 패러다임이 완전히 뒤바뀔 수 있다고 하는데요. 이 미래사회에서 소비 권력자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특징을 가질지 아직은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더 ‘테크’와 친하고, 더 광범위하게 협력하고, 풍요 속에서 더 의미와 가치를 추구하는 존재이지 않을까 예상해 볼 수 있겠네요. 그나저나 미래는 정말 ‘테크 유토피아’가 될 수 있을까요?
새로운 소비권력과 기업이 '테크 유토피아'로 만드는
'Co-Creater(공동 창조자)'가 될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