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퍼플리언 Oct 27. 2024

[인사조직1] 희대의 라이벌전! 그 승자를 바꾼 OOO

‘강자’ 리더를 꺾은 ‘약자’ 리더의 비결

# 인재경영, 용인술



 

 역사 속에는 라이벌들이 많이 등장하는데요. 그 중에서도 중국 역사 속 희대의 라이벌로 손꼽히는 이들이 있습니다. 이들 중 한 사람은 뛰어났고, 다른 사람은 그렇지 못했죠. 바로 역사 상 가장 치열했던 라이벌 유방과 항우, 그리고 또 다른 라이벌 조조와 제갈량의 이야기입니다.


<유방과 항우>

- 건달 출신, 천하제일 장수 꺾고 황제되다


유방은 여러 면에서 부족하고 게으른 사람이었습니다. 심지어 스무살이 될 때까지도 동네에서 빈둥거리며 건달 생활을 했죠. 반면 항우는 자타가 인정하는 천하제일 장수였습니다. 용맹스럽고 전쟁에도 능했죠. 하지만 최후 승자는...? 반전의 인물, 유방이었습니다. 그는 항우를 물리치고, 무려 400년이나 넘게 존속된 대제국 한나라를 세웁니다. 유방은 서민 출신이고 항우는 명문 귀족 출신이라는 점은 이 드라마를 더 극적으로 만들죠.


<조조와 제갈량>

- 컴플렉스 덩어리, '동양의 다빈치'를 꺾고 천하를 평정하다


 제갈량은 '동양의 다빈치'라 할만큼 천재적 인물이었습니다. 명석한 두뇌를 가졌고, 인문학, 자연과학, 공학까지 다양한 학문에 두루 능했죠. 심지어 외모까지 수려했다고 전해집니다. 반면 조조는 컴플렉스 덩어리였습니다. 특출난 능력이 있지도 않았고, 키도 작고 볼품 없는 외모를 지녔다고 하죠. 이들은 천하를 놓고 무려 7년을 겨뤘는데요. 그런데 최후 천하를 평정한 것은 제갈량이 아닌 바로 조조였습니다.


 이 라이벌전에는 반전의 스토리가 있었습니다. 한참이나 열세였던 인물들이 상황을 반전시키고 모두 최후 승리를 얻었다는 것인데요. 무엇이 이들의 운명을 뒤바꿨던 걸까요? 라이벌 보다 뒤쳐졌던 이들의 승리 비결은 무엇이었을까요? 유방은 이렇게 자평합니다.


"내가 항우보다 유일하게 나은 능력이 하나 있다면

사람을 제대로 뽑아 현장을 맡기고 기다릴 줄 아는 능력이다.

이것이 내가 황제가 됐고 항우가 황제가 될 수 없었던 이유다."

- 유방 -

나는 전략을 세워 천리 밖 승부를 결정짓는 일은 '장량'만 못하며,
나라 살림을 하고 군에 식량을 공급하는 것은 '소하'만 못하며,
100만 대군을 이끌고 적을 물리치는 것은 '한신'만 못하지만,
이 세 명의 인걸을 모두 내 휘하에 두고 쓸 수 있었다.
이것이 내가 천하를 얻은 까닭이다.

 

 유방은 스스로 부족한 부분을 인정하고 이를 인재를 통해 메웠습니다. 자신보다 뛰어난 다른 사람의 역량을 내 능력처럼 사용할 수 있었죠.


 반면 항우는 아래와 같이 자평했습니다. 


"내가 군사를 일으킨지 8년 동안 70여차례 싸우면서 단 한번도 패한적이 없다. 모든 싸움에 이겨서 천하를 얻었으나 여기서 곤경에 빠졌다. 이것은 하늘이 나를 버려서이지, 내가 싸움을 잘못한 것은 아니다."


 항우는 자신의 능력을 과신했습니다. 늘 남들은 자신 보다 못하다고 여겼죠. 때로 이견이 있으면 가혹한 벌을 내리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주변에서는 모두 입을 닫아 버리게 됩니다. 그에게 인재는 많았지만 정작 이를 활용하지 못하게 됐죠.


 조조와 제갈량의 경우도 이들과 같았습니다. 조조는 인재 귀한 줄을 알았습니다. 그의 휘하에는 뛰어난 인재들이 모였고, 그는 이들의 역량을 적극 활용했습니다. 반면 제갈량은 뭐든 직접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었죠. 뛰어난 부하가 있어도 이들을 일을 맡기지도, 그 역량을 활용하지도 못했습니다.


 결국 이 라이벌전의 승패를 가른 것은 다름 아닌 '용인술(用人術)'이었습니다. 개인 역량과 전력 면에서 떨어지더라도, 사람을 잘 써서 승자가 될 수 있었습니다. 리더 본인의 역량은 대단히 중요합니다. 하지만 리더에게 사람을 쓰는 용인술은 이보다 더 중요하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우리 주변에도 혼자만 너무 잘난 리더보다는, 조금은 부족하더라도 사람을 잘 쓰는 리더가 결국 성공하는 케이스들이 많습니다.



항우와 조조가 만든 '드림팀'


 그럼 항우와 조조의 용인술은 구체적으로 어떤 모습이었을까요?


 이들은 '용인여기, 각취소장(用人如器 各取所長)'을 기본 원칙으로 '드림팀'을 만들었습니다. 이는 '사람을 쓰는 것은 그릇을 쓰는 것과 같아서 각기 그 장점을 취한다'는 뜻입니다. 즉, 인재들이 가진 고유의 장점들을 꿰뚫어 보고, 이를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개인의 비교우의의 강점을 극대화 시켜서 활용할 수 있습니다 이로써 그들의 드림팀을 완성할 수 있죠.


 우선 유방은 스스로 지도력과 슬기로운 꾀가 부족하고, 군대를 통제하기도 버거운 사람이라고 했죠. 하지만 그 약점을 보완해 줄 강점을 지닌 인재들을 찾아 이를 채웠습니다. 꼼꼼한 성격의 소하를 찾아서 내정과 군수 물자를 담당하는 자리에 앉혔습니다. 또 야심만만한 한신 같은 장군에게는 100만 군대를 맡겼죠. 또 천부적인 책략가 기질이 있는 장량에게는 전략을 세우게 했습니다. 


 조조 또한 오직 능력 만으로 등용시키는 '유재시거' 원칙을 썼습니다. 오직 한 가지 재주만 있어도 과감히 기용했습니다. 신분, 형식은 따지지 않고 오직 실력 위주로 뽑았죠. 심지어 필요하면 적장에서까지 스카우트했습니다. 그에게는 각양각색의 재주를 가진 인재들이 몰려 들었고 이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해 그 강점을 활용하였습니다.


 꼭 완성된 강점만 고집하지 않아도 됩니다. 서양의 메디치가문에서는 '완성형 재능'이 아니라도 미리 진가를 꿰뚫어 보고 그 잠재력을 키워줬습니다. 메디치 가문은 유명한 브루넬레스키를 제쳐 두고, 무명의 신예 미켈로초를 가문의 건축 책임자로 기용했습니다. 그런가 하면, 또 공원에서 조각을 하고 있던 미켈란젤로의 재능을 알아보고 가문의 양자로 들여 양성시킵니다. 이후 이들은 우리가 알다시피 르네상스의 거장이 됐죠.



최신의 인사 트렌드: 'Good'에서 'Right'으로


좋은 인재는 없다, 맞는 인재만 있을 뿐

Not Good People, but Right People


 그럼 강점을 가진 인재란 누구일까요? 최근의 인사채용 트렌드를 한 단어로 압축하면 '적합한 인재(Right People)'입니다. 인재의 키워드가 'Good(좋음)' 또는 '훌륭함(Great)'에서 'Right(적합합)'으로 점점 더 옮겨가고 있습니다. 기존 천편일률적으로 획득한 고스펙이 고성과로 이어지지 않는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또 '좋음, 훌륭함' 이라는 것이 조직의 특성에 따라 매우 다르게 정의되기도 한 탓이기도 합니다. 각 조직은 이제 적합한 인재를 찾고 있습니다.


 여기서 '적합함'의 기준은 구체적으로 뭘까요? 바로 조직의 '목적'입니다. 각 조직의 목적을 이루기에 필요한 비교 우위의 강점을 지닌 인재가 필요한 것이죠. 유방, 조조와 같이 '드림팀'을 이루기 위해서는 우선 조직의 목적하는 바부터 확인해야 할 것입니다. 유방이 천하를 통일하기 위해 군사학의 최고봉 소하, 전설적 전략가 한신, 천부적 외교관 장량이 필요했듯 필요한 비교 우위의 다양한 강점들로 다양하게 팀을 구성해야 합니다.



재빠른 원숭이도 물 속에서는 물고기를 이길 수 없는 법!


 각 사람에게는 특유의 강점이 있는 반면 , 동시에 단점 또한 존재합니다. 그럼 약점은 어떻게 다루면 될까요?


 "재빠른 원숭이도 나무가 아닌 물속에 들어가면 물고기나 자라를 이길 수 없습니다.

천리마도 험준한 산을 넘는 데는 여우나 너구리를 이기지 못합니다.

옛 노나라의 명장 조말은 검을 휘두르면 대군도 당해내지 못했다고 하나,

괭이와 호미를 잡으면 농부 하나를 당해내지 못합니다.

누구든 장점을 버리고 단점을 취하게 하면

요순 같은 성인 조차도 필부에 미치지 못하는 바가 있습니다."


 채근담에 나온 말입니다. 맹상군이 식객을 쫓아내고자 하자, 노중련이 찾아와 이와 같이 말했다고 합니다. 인재를 대할 때 약점에 집중하기 보다는 강점을 이용하는 데 에너지를 더 집중해야 합니다. 약점은 여러 방식으로 보완할 수 있는데요. <초격차>에서 권오현 전 삼성전자 회장은 우선 자기 분야에서 강점을 개발하며, 직급이 올라가며 약점을 보완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또 용납이 안되는 약점에 대해서는 최소한의 기준 등을 설정해 볼 수도 있습니다. 또 한편으로 팀을 다양하게 구성하여 각 인재의 약점을 다른 사람의 강점으로 채울 수도 있죠



용인술의 화룡정점, '신뢰'


"사람을 쓸 때는 그 장점만 보고(용인소장, 用人所長),

일단 사람을 쓰면 의심하지 않는다(용인불의, 用人不疑)"


 유방은 혼자서는 대업을 이룰 수 없다고 판단하고 인재들에게 많은 권한을 나누어 줍니다. 일을 맡긴 이후에는 그 영역을 침범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이들이 마음껏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고 충분히 기다려 주었습니다. 


 반면 항우는 동료나 부하를 믿지 못하고 자신의 힘만을 과신했습니다. 유방은 항우를 제압한 후 "항우는 단 한 사람의 인재인 범증마저 쓰지 못했다"고 평했습니다. 


 특히 제갈량 또한 부하들에게 일을 믿고 맡기지를 못하는 성격이었습니다. 적군이었던 사마의가 이를 보고 "제갈량이 과로로 죽을 것"이라고 했다고 전해집니다. 사마의 예상대로 제갈량은 이후 병으로 쓰러집니다. 독단적인 제갈량의 밑에서 제대로 성장한 부하가 없었습니다. 제갈량을 이을 인재는 없었고 결국 곧 이웃 나라에 정복 당하고 맙니다.


 '신뢰'는 리더에게 가장 익숙하면서도 어려운 것인지 모릅니다. 특히 잘난 리더일수록 믿고 맡기기 어려워 하는 경우도 많죠. 리더 입장에서는 '믿고 맡겼다가 잘못되기라도 하면?'이라는 의구심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그러나 신뢰 리더십은 무조건적으로 믿어주자는 것이 아닙니다. 믿고 맡기는 것은 수수방관하고 내버려 두는 것과는 다르죠. 조직이 뜻한 바 대로 제대로 굴러가기 위해서는 강력한 안전 장치가 전제되어야 합니다.


 첫째, 우선 채용의 단계에서 철저한 사전 검증이 있어야 합니다. 조조는 인재 채용 시 지식, 판단력, 그리고 마지막 실무 단계까지 포함하여 무려 7단계로 검증을 거쳤습니다. 심지어 술도 먹이고 뇌물도 주어 시험했다고 합니다. 그렇게 얻은 인재인 만큼 기용 후에는 철저히 믿었습니다. 심지어 조조는 자신이 뽑은 인재가 적과 내통했다는 살생부는 펼쳐보지도 않고 불태워 버렸을 정도였다고 하죠.


 둘째, 신뢰는 명확한 가이드라인과 충분한 공감이 전제로 해야 합니다. 신뢰 리더십은 방치하는 것과는 전혀 다릅니다. 즉, 일의 목적과 의도, 의미와 이유, 중요도와 우선 순위를 명확히 해줘야 합니다. 명확한 방향 제시와 끊임 없는 소통으로 혼란이나 불필요한 에너지 소모를 없앨 수 있죠.



너도 좋고 나도 좋은 신뢰의 경제학


 신뢰는 인도적 차원에서 해야 되는 것은 아닙니다. 믿고 맡겨 줘야 직원들이 능력을 최대로 발휘하고 이것이 성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죠.


 사기열전에는 제나라 노비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요. 원래 제나라에서는 노비를 천대했지만 조한이라는 자는 노비 귀한 줄을 알았다고 합니다. 그는 교활하더라도 상술이 좋고 재주가 있는 노비라면 발탁하여 물건을 사고 파는 일 등을 맡겼습니다. 조한은 노비에게 전폭적 신뢰를 줬고, 노비는 신명나게 일하여 이에 보답했습니다. 노비들은 "평민이 나을지, 조한의 노비가 나을지" 농담까지 했다고 합니다. 이후 조한 밑으로는 수레가 몇백 대가 되고 천하에 가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가 되었습니다. 결국 조한은 거대한 부를 쌓았고, 그의 노비 또한 큰 재산을 모을 수 있었습니다.



용인술 대가들의 공통점?


 리더들의 용인술의 모습은 정말 각양각색입니다. 불 같은 리더, 너그러운 리더, 강력한 리더, 부드러운 리더 등등... 하지만 역사 속 성공한 리더들은 인재가 귀한 것을 알고 이들을 곁에 두며 재능을 충분히 활용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인재들이 가진 특출난 강점을 헤아리고 이를 최대한 발휘하도록 믿어주는 것, 용인술의 요체는 여기에 놓여 있다고 할 것입니다.



인재들이 마음껏 강점을 발휘하게 하라.
용인술의 요체는 여기에 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