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가 남편 A의 부정행위를 의심하게 되어 A의 차량에 녹음장치를 부착한 후, A가 B와 성행위를 한 것에 대하여 대화하는 내용을 녹음하였는데, B가 '이는 통신비밀보호법을 위반한 위법한 행위'라며 X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였습니다.
이혼소송이나 상간자 소송에서 자주 등장하는 증거가 바로 몰래 녹음한 녹취파일과 녹취록입니다.
한편 통신비밀보호법에 따르면 공개되지 않은 타인간의 대화는 녹음이 금지되어 있지요.
심지어 그 처벌 수위도 징역 1년 이상 10년 이하로 상당히 쎄게 처벌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통신비밀보호법
제3조(통신 및 대화비밀의 보호) ①누구든지 이 법과 형사소송법 또는 군사법원법의 규정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간의 대화를 녹음 또는 청취하지 못한다.
제16조(벌칙) ①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는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과 5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한다.
1. 제3조의 규정에 위반하여 우편물의 검열 또는 전기통신의 감청을 하거나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간의 대화를 녹음 또는 청취한 자
따라서 아무리 증거를 수집하기 위함이었든, 알고보니 진짜 불륜이 맞았든, 상관없이 X가 A와 B의 대화를 몰래 녹음한 것은 불법에 해당합니다.
그러므로 불법행위에 의한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하게 된 것이지요.
이 사건은 X가 B를 상대로 상간녀 소송을 진행하게 되자, B가 X를 상대로 반소를 제기하면서 나온 판결입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B의 손해배상 청구에 대해 다음과 같이 판시하였습니다.
통신비밀보호법 제3조 제1항은 누구든지 이 법과 형사소송법 또는 군사법원법의 규정에 따르지 아니하고는 우편물의 검열, 전기통신의 감청 또는 통신사실확인자료의 제공을 하거나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 또는 청취하지 못하고, 제14조 제1항은 누구든지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하거나 전자 장비 또는 기계적 수단을 이용하여 청취할 수 없고, 제16조 제1항에서는 위 각 규정을 위반한 자에 대하여 10년 이하의 징역과 5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위 인정 사실에 의하면, X는 A의 부정행위에 대한 증거를 수집한다는 목적으로 2회에 걸쳐 B와 A 사이의 공개되지 않는 대화내용을 녹음하여 위와 같은 통신비밀보호법을 위반하였으므로, 이는 B에 대하여 불법행위를 구성하고, X는 그로 인하여 B가 입은 정신적 고통을 금전으로 위자할 의무가 있다.
나아가 X가 B에게 지급해야 할 위자료의 액수에 관하여 보건대, X와 B의 관계, X가 B와 A 사이의 공개되지 않는 대화내용을 녹음하게 된 경위나 방법, 원고의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횟수, B와 A 사이에 대화내용의 형성 경위나 그 내용 등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B의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는 500,000원으로 인정함이 상당하다.
서울중앙지법 2016. 11. 30. 선고 2016가단5072798, 5231719 판결
결국 X가 A의 부정행위에 대한 증거를 수집한다는 목적으로 2회에 걸쳐 A와 B 사이의 공개되지 않은 대화 내용을 녹음한 것은 통신비밀보호법을 위반한 것이므로, 이는 B에 대한 불법행위를 구성하고, 따라서 X는 B가 입은 정신적 고통을 위자료로 지급하여야 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한 것입니다.
이 판결을 보고 "아니, 상간녀의 청구를 받아들여줬단 말인가?!?"라며 격양되실 분들도 계실 것 같아서 추가로 말씀드리자면,
X가 B를 상대로 한 상간녀 소송에서 B는 X에게 3,000만 원의 위자료가 인정되었고, B의 반소에서는 50만 원이 인정되었습니다.
조금은 납득이 되시지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