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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납작만두 Mar 22. 2022

봄 잠바

백수의 가성비 쇼핑

 오래간만에 옷을 좀 살까? 핸드폰을 켜고 무신사를 뒤지고 뒤져서 마음에 드는 옷을 골라뒀지만 가격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옷을 사고 싶은데 가격이랑 디자인까지 내 마음에 맞추려니 쉽지 않았다. 옷에 대한 고민을 안고 언니랑 장 보려고 집을 나섰을 때 집 근처 홈플러스 패션관에서 대폭 할인한다고 길거리 거리마다 포스터를 붙여 놓은 걸 보게 되었다. 가야지 가야지 했지만 중간에 강아지가 아프고 시간이 없어서 포기하려다가 겨우 시간 내서 갔다. 행사는 시작한 지 4일이 지났었다. 이미 예쁜 옷들은 다 빠졌을 거라는 말… 그래도 여전히 많은 옷들을 보고 혹시 내 스타일 옷이 아직 있지 않을까 기대하며 들어갔다. 아디다스, 나이키… 등등 많았는데 기억은 안 난다. 아디다스 바지를 하나 살까 싶어서 바지를 봤다.


“헐 이거 완전 내 스타일!”


 아니, 근데 왜 이렇게 길어? 옆에서 본 언니가 웃었다. 내가 입으면 명치까지 올려도 질질 끌 것 같은 길이었다. 포기하고 고개를 돌리니 바로 옆에 스포츠 브라가 있었다. 스포츠 브라 하나 사려했는데 잘됐다 싶어 다가갔다. 근데. 오, 이걸… 누가 입을 수 있는데? 중학생? 아무리 생각해도 저거 입고 운동했다가는 숨 막혀서 기절하지 않을까... 빠르게 포기했다. 더 안으로 들어가니 신발을 만원에 팔고 있었다. 괜찮은 디자인에 괜찮은 가격이었지만 사이즈가 없었다. 아기들 신발이나 구경하면서 너무 귀엽다를 남발하고 있을 때 

 

“오, 여기 다 5000원인가?”


 언니가 한 곳을 보고 말했다. 거긴 재킷을 잔뜩 걸어 두고 팔고 있는 곳이었다. 크게 5000원이라 쓰여 있었다. 언니는 걸린 재킷들을 하나 씩 살펴보며 말했다. 여기서 하나 건지면 개이득 아닌가? 5000원인데. 나도 맞장구치면서 재킷들을 살펴봤다. 음… 근데 역시 이런 곳에서는… 디자인이…. 하고 있을 때,


“어, 이거 괜찮다.”


 언니가 짙은 회색의 재킷을 하나 집었다. 진짜 괜찮았다. 오… 괜찮아 보여 입어 봐. 언니를 부추겼다. 입어보니 더 괜찮았다. 언니한테 너무 찰떡이었다. 언니가 건진 재킷을 입고 나한테 괜찮아? 괜찮아? 물어볼 때 쌍 엄지를 보여주며 오, 좋아, 좋아. 하고 있었더니 우리 옆으로 아저씨가 지나가면서 이상하게 바라보셨다. 뭐야, 싶을 순 있지만. 거긴 남자 재킷을 파는 곳이었다. 그곳에는 언니와 나를 제외하고는 반대편에서 외국인들이 우리와 함께 쇼핑을 즐기고 있었다. 아무래도 남자 옷을 입어보고 좋다. 좋네. 개이득이다. 하고 있는 우리의 모습이 괜히 좀 이상했나 보다.


 언니가 고른 재킷을 보니 갑자기 의욕이 샘솟았다. 나도 하나 건질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이 생겨 하나하나 뒤졌다. 그렇게 열심히 행거에서 꺼내서 확인하고, 사이즈 찾아보고 색깔 보고 다 봤지만 내가 원하는 스타일은 찾을 수 없었다. 아니 잠깐, 저기다. 반대편에서 같이 쇼핑하던 외국인들이 가고 나니 숨겨진 남은 재킷들이 보였다. 홀린 듯 다가갔다. 그리고 하나하나 재킷의 팔을 쓰다듬었다. 부드러운 촉감이 말해준다. '나 데려가….'라고. 바로 집어 보니 적당히 밝은 회색에 사이즈도 딱이었다. 입고 있던 겉옷을 언니한테 냅다 맡기고 헐레벌떡 입어보니. 이건  딱 내 거다. 작년에 친구 결혼식 가겠다고 맞춘 50만 정장 재킷보다 마음에 들었다. 퀄리티에 가성비까지 갖춘 옷이었다. 이게 5천 원이라니. 득템을 수 없이 외치며 계산하고 빠져나왔다. 

 그대로 나와서 다른 곳에서 티를 하나 봤는데 재킷을 5000원 주고 샀는데 티가 3만 원이었다. 디자인은 만족스럽지만, 가격이… 흠……. 예쁘니깐 봐준다.


재킷 입고 나갈 수 있을 만큼 날이 따뜻해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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