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블리크 Oct 26. 2022

카투사 훈련소 1부

카투사 훈련소 (KTA)

배출일

KTA 로고


  6주간의 논산훈련소 생활이 막을 내렸다. 기다리던 KTA(KATUSA Training Academy)로 이동한다. 오전부터 9중대 전부가 바빴다. 비카투사 인원인 4소대 인원들도 후반기 교육을 받으러 가야 해서 우리와 함께 각자의 생활관을 정리했다. 4소대 인원들은 우리보다 먼저 배출되었고 가는 걸 보며 잠깐 인사를 나눴다. 우리보다 1시간 먼저 출발했다. 그동안 얼굴을 보며 지내서 그런지 서로서로 좋은 데 가라고 인사를 하며 배웅을 했다.

  도플백에 정리한 짐들을 챙겼다. 받은 게 별로 없었던 거 같은데 정리하다 보니 금세 도플 백이 꽉 찼다. 내 몸만 해진 가방을 등에 매고 생활관 밖에서 대기했다. 대기하는 동안 도시락을 받았다. 우리가 점심을 못 먹는다고 하니 부대 쪽에서 준비해줬다고 들었다. 도시락을 받고 얼마 지나지 않아 카투사 버스가 도착했다. 군용 버스가 올 거라 예상했지만 그냥 도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관광버스가 왔다.

SL(Squad Leader)이 되면 붙이는 패치


  KTA 지휘관이 훈련병들을 가나다 순으로 호명했다. 논산 때처럼 또 3소대에 배정 받았다. 친한 인원들은 대부분 4소대에 배정받았다. 새로운 3소대에는 아는 얼굴들이 없었다. 버스를 탑승하기 전에 미군 지휘관이 영어 구사자를 구했다. 나가면 안 될 거 같았는데 아무도 손을 안 들어서 출발을 못할 것 같았다. 미군 지휘관이 영어권 국가가 아니어도 좋으니 손을 들라고 해서 그냥 손을 들었다. 그렇게  SL(Squad Leader)이 되었다. 얼떨결에 분대장 훈련병이 된 셈이다.

캠프 험프리스(Humphreys) 부대 로고


  겨우 버스에 올라서 인솔자의 명령에 따라 서류를 작성했다. 1030부터는 아까 받았던 도시락을 먹었다. 별 기대를 안했던 도시락인데 너무 맛있었다. 버스는 금방 도시락 냄새로 가득해져서 조금 힘들었다. 평택의 험프리스(Humphreys)에는 1120쯤 도착했다. 도착해서 가장 먼저 한 건 이발이었다. 이발기에 있는 틀을 빼고 쌩으로 머리를 밀었다. 인솔자의 말을 들으니 대충 0.8mm가 될 거라고 했다. 다들 동자스님 보다 더 하얀 머리가 되었다.

  강당으로 돌아와서 미군 피복류들을 받았다. 각 소대 인원들이 순서대로 돌아가며 옷을 받았다. 보급품들은 되도록 크게 받는걸 추천한다. 대부분 몸이 커져서 나온다. 근육이든 살이든 말이다. 미군 보급품을 받고 정리하는데만 해도 몇 시간은 가볍게 소모되었다. 아무래도 약 200명가량 되는 인원들이 받으니까 뭘 하든 오래 걸린다. 방금 보급받은 미군 의류대를 들고 KTA 숙소에 두고 왔다. 한국군에서 가져온 의류대는 1층에 뒀다.

Chili with Beans MRE


  돌아와서 미군의 제식을 배웠다. 뒤로 돌아, 좌우로 나란히 등을 영어로 배웠다. 인솔자의 억양이 각양각색이라 뭐라 하는지 대충 가늠만 할뿐이였다. 정신이 너무 없었다. 해외에서 오래 살다온 분대장 훈련병들을 붙잡고 무슨 뜻인지, 발음은 어떻게 하는지, 문장은 무엇인지 물어보며 배웠다. 제식 훈련을 하고 나니 어느새 시간은 저녁이 되었다. 강당에서 그대로 MRE(Meal Ready to Eat)를 먹었다. 1번인 Chili with Beans를 먹었는데 정말 별로였다.

  20분 간의 짧은 저녁식사를 마치고 약 2시간 반 동안 카투사 조교들한테 성교육 수업을 들었다. SHARP(Sexual Harassment/ Assault Response and Prevention)란 내용을 들었다. 국내에선 성군기 교육이라 하면 쉬울것 같다. 카투사 인원들이 첫날이라 조교들한테 잘 보이고 싶었는지 계속해서 질문을 했다. 너무 피곤한데 애들이 질문을 많이 해서 꽤 오랫동안 성심성의 것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숙소로 돌아오니 2050이였다. 씻으려고 샤워실로 들어가고 얼마 가지 않아 밖에서 'Turn the light off'라는 말이 떨어져서 씻다가 나와서 방 불을 끄고 다시 화장실로 들어갔다. 오늘 짧게 잘린 머리를 만지며 눈물을 흘릴 뻔했다. 살다 살다 머리가 짧아서 샴푸칠이 안 되는 경험은 처음이었다. 또 찬물밖에 안 나와서 씻으면서 계속 점프를 했다. 더 나아가 배수도 잘 안되어서 발목까지 물이 차오른 상태로 샤워를 했다. 씻는 게 씻는 것 같지 않았다. 난방도 잘 안되어서 체육복을 있는 대로 입은 채로 누웠다. 내일 새벽 4시 기상이다. 잘할 수 있을까.

이전 07화 논산편 4부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