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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카투사 일기 0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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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블리크 Oct 26. 2022

카투사 훈련소 2부

카투사 훈련소 (KTA)

KTA 1주 차

날이 너무 추워서 새벽 3시에 깼다. 바닥에 떨어진 이불을 다시 덮고 잤다. 분대장 훈련병이라서 남들보다 10분 정도 빨리 기상했다. 4시 30분에 분대원들을 깨우고 먼저 집합 장소로 향했다. 인원 점검이 끝나고 바로 강당에서 PT를 시작했다. 논산 훈련소 때와 달리 모든 자세들이 영어로 나왔기 때문에 정신없이 했다. 잘 안 들려서 뭘 해야 하나 싶기도 했는데 눈치껏 옆에 있는 훈련병들을 참고하면서 운동을 했다.

겨울인데도 온몸에 땀이 삐질삐질 흘렀다. 확실히 미군 체조가 국군보단 빡센 동작들이 많아서 그런 듯했다. 아침을 먹기 위해 숙소에서 군복으로 갈아입고 다시 내려왔다. 처음으로 디팩(dining-FACility)으로 향했다. 처음으로 미군의 제식과 군가를 부르며 향했다. 논산에서 맨날 왼발이라고 하는 제식이 있었는데 미군에도 똑같은 게 있었다. Left라고 했는데 언어만 다를 뿐 음정이 똑같았기에 금방 알 수 있었다.

군가 전우

생에 최초로 먹은 디팩은 소문과는 달리 맛이 없어서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 개인적으로 논산 훈련소의 밥이 나한테 더 잘 맞았다. 논산과 달리 신선한 과일들을 먹을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군대에서 오래간만에 신선한 과일을 먹었다. 다시 KTA로 돌아오면서 제식을 하는데 3 소대장이 한국말로 <전우>를 부르라고 명령을 했다. 전우를 부르며 논산 훈련소에서의 기억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식사를 마치고 곧바로 강당에 들어가지 못했다. KTA 건물에 카투사 인원들만 있는 것이 아니라 미군들도 훈련과 교육을 받아서 수료하는 인원들이 있었다. 생각보다 긴 대기시간을 가졌다. 미군 군복이 얇아서 그런지 너무 추웠다. 내가 예민한가 싶었지만 모든 인원들이 오들오들 떨며 시간을 보냈다. 수료식을 마친 미군들이 나오고 우리가 들어갔다. 강당에 들어가서 또 교육을 받았다. 피복류에 관한 얘기들이 주류였고 3 소대장이 관물대에 개인물품 정리법을 알려줬다. 어느덧 점심시간이 되었다.

점심을 먹고 잠깐 휴식시간을 숙소에서 가졌다. 누워서 졸다가 집합 시간에 맞춰 강당으로 향했다. 강당에서 선임기수들의 안내에 따라 서류를 작성했다. KTA에 있는 카투사 기간병들이 우릴 놀리려는지 엄청 MSG를 쳐가며 겁을 줬다. 우리와 같은 경험을 했을 텐데 왜 저렇게 까지 하나 이해하기 어려웠다. 끝나고 나니 시간은 오후 4시였는데 저녁을 먹으러 디팩을 또 찾았다. 저녁식사 이후엔 자유시간을 가졌다. 방에서 또 팔 굽혀 펴기를 연습했다.

KTA 훈련소

오늘의 PT는 어제와는 다른 동작들을 했다. 더 난이도가 있었다. 최대한 동작들을 열심히 하려고 했으나 어려웠다. 어제와 같은 일정으로 진행되었다. 아침을 먹고 강당으로 집합했다. 갑자기 영어 시험을 봐야 한다며 시험장에 도착했다. 문제는 1시간 동안 풀었다. 몇 문제를 제외하곤 풀만했다. 듣기 평가와 필기 평가로 진행 되었다. 이후 점심을 먹었다.

점심을 먹고 돌아와서 운동을 했다. 30 and 60 seconds 란 동작이 가장 어려웠다. 30초 전력 질주 후 60초 걷기인데 30초가 이렇게 길게 느껴지는 건 처음이었다. 운동을 마치고 숙소에서 샤워를 하고 환복을 했다. 저녁을 디팩에서 먹고 돌아왔다. KTA 생활 삼일차에 전화를 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다. 분대장 훈련병(SL)이었기 때문에 남들과 달리 10분 동안 전화를 할 수 있었다. 어머니와 일부 친구들과 전화를 했다.

KTA에서 처음으로 불침번을 섰다. 미군이 Fire Guard를 해야 한다고 그래서 처음엔 뭔 소린가 했다. 소방수를 하라는 의미로 이해했다. 아무쪼록, 불행 중 다행인 건지 사람들만 깨우면 되는 막번이라 할만했다. 사람들을 방마다 가서 깨워야 하는 게 은근히 귀찮긴 했다. 복도에서 "KTA wake up"이라고 소리 지르면서 다녔다. 일요일이었기에 PT는 생략하고 곧장 아침을 먹으러 갔다.

숙소로 돌아와 팔꿈치를 연습하고 방을 정리했다. 점심 전까진 자유시간이라서 쉴 사람들은 쉬고 공부나 운동할 사람들은 각자 시간을 보냈다. 어느덧 점심 먹을 시간이 되어서 점심을 먹고 돌아와서 종교행사에 참여했다. 논산 훈련소 때와는 달리 종교가 기독교밖에 없어서 선택권이 없었다.

교회가 멀리 떨어져 있을 줄 알았지만 KTA 강당에 신부님이 오셔서 종교행사를 진행하셨다. 교회에서 카투사와 관련된 이런저런 정보들을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 미군의 정신적 토대가 기독교를 기반으로 만들어졌단 점이 흥미롭게 다가왔다. 행사 막바지엔 찐빵과 매실차를 줘서 먹었는데 너무 맛있었다.

행사를 마치고 또 저녁 먹기 전까지 자유시간이 생겼다. 시간이 날 때마다 잘 늘지 않는 팔 굽혀 펴기를 연습했다. 저녁을 먹은 이후 20시 전까지 자유시간이 주어졌다. 원하는 인원들은 강당에서 운동을 할 수 있게 배려해줬다. 논산훈련소 때 친하게 지내던 동기들과 함께 캐멀백을 매고 운동을 했다. 벌써 KTA에서의 첫 주말이 저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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