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생활한다면 잊지 말자 주숙등기
전화가 한통 걸려 왔다.
중국인이 뭐라고 빨리 말하는데 '경찰'이라는 단어가 나오고 그러길래 코로나 시대다 보니 코로나 때문에 검사이야기하는가 싶었다. 간혹 오는 전화길래 별일 아닐꺼같아서 무시하고 있었는데 집에서 전화가 왔다. 경찰이 집에 왔다는 것이다. 그래서 여권을 보여 달라고 하는데 보여주면 되느냐고 하길래 중국인 동료에게 통화를 대신 부탁해서 하니 임의로 집에 살고 있는 사람과 여권을 체크하는데 그냥 여권만 보여주면 된다고 별일 아니라고 하길래 그런가 했다.
다시 전화가 왔다. 당신은 어디에 있느냐고. 여권 들고 어디 어디 경찰서로 와서 확인을 받으라고 한다. 무슨 소리인가 싶은데 중국동료가 해 주는 말은 임의 점검 하는 거니까 그냥 경찰서 가서 여권 가져가서 보여주고만 오면 된다길래 무슨 이런 귀찮은 일이 있느냐면서 궁시렁 거리면서 지원팀 인원과 함께 경찰서를 방문하였다.
한국 사람들은 대부분 경찰서 가는 것은 운전면허 재발급 때나 가지 갈 일이 잘 없고 또 가고 싶어 하지도 않는다. 죄지은 게 없어도 왠지 조금 무섭고 움츠려드는 느낌이랄까. 그런데 경찰관과 지원팀과 말하는 게 어째 돌아가는 분위기가 수상했다.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하라 하고 갑자기 범죄자 사진(?)도 찍고 지문도 찍으라고 하길래 이게 먼일인가 좀 제대로 설명 좀 해줘.....
중국에는 다른 외국과는 다른 주숙등기라는 제도가 존재하는데 외국인임시거주 등록이라고 외국인이 중국에 체류하기 위해서는 내가 현재 어디에 체류하고 있는지 숙박신고를 해야 하는데 일반적으로 호텔에 묵을 때는 호텔에서 직접 진행을 해주기 때문에 문제없는데 그 외의 장소는 반드시 해야 한다. 입국 후 24시간 이내 신고 해야 하는데 대부분의 호텔에 숙박을 하는 관광객들은 크게 신경 쓸 일은 없다.
주재원을 오면서 처음에는 신분이 출장자 신분에서 중국 내 비자를 획득하고 나면 이 비자를 근거로 거류증이라는 것을 받아야 한다. 회사에서 대부분 알아서 해 주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는데 문제는 다른 데서 생겼다.
호텔 생활을 하다가 비자와 거류증이 나온 다음에는 주재원 신분으로 정식 변환이 되기 때문에 집을 계약하기 전 동기들과 함께 회사기숙사라고 해야 할지 회사에서 임대한 건물에서 지내야 했다. 그러면서 집을 계약하면 자연스럽게 퇴실하는 형태였다.
집 계약에 있어서도 회사에서 계약을 진행하기 때문에 기다리기만 하면 됐다. 그러고 가족들이 들어오고 다 함께 살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기숙사에서 아파트로 들어가는 나는 주숙등기를 하지 않았고 신규로 입국하는 가족들만 거류증을 받고 나서 계약한 집에 주숙등기를 한 것이었다. 신입 사원의 실수이기도 하고 상황을 보면 시점상 헷갈릴 수도 있었겠구나 싶었다.
다만 그 결과는 우울했다.
추가로 확인할 것이 있다면서 지하로 데리고 갔다. 지하로 가는 쇠창살 철문이 일단 여기는 발을 들이면 안 될 것 같은 느낌이었지만 회사 지원팀도 함께 있고 해서 용기 내서 들어갔다. 지하는 좌우로 방이 있는 전형적인 옛날 건물 구조로 70-80년대를 배경으로 한 암울했던 현대사를 보여주는 바로 그런 구조였다. 불빛도 어두웠고 시멘트 마감도 제대로 되지 않아서 경찰서 특유의 긴장감이 더 배가 되는 느낌이었다.
조서(?)를 하는 방은 나무의자가 있었는데 손목과 발목에 쇠로 된 걸쇠가 있는 예전 고문(?) 스타일의 의자였다. 이곳에서도 십년전 혹은 그전에나 사용했을 지금은사용하지 않는 것 같은데 도대체 저걸 왜 두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주눅 들게 하기는 딱이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묻고 회사 지원팀에서 대답을 하고 신분이 확실하니 더 문제 삼지 않는 듯했고 약간의 벌금으로 정리되는 것 같았다.
그런데 옆방으로 오라고 한 다음 지장을 찍게 하고 다음으로 범죄자 사진(?)을 찍는 게 아닌가. 그리고 홍채도 찍으려 하기에 함께 있던 직원도 이건 왜 그러는 거냐고 한참을 설명하니 원래 하는 거라고 너무나 사무적인 태도로 자신의 일을 계속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멘탈 다 털리고 경찰서를 나오는데 한숨이 절로 나왔다. 회사 신입 직원의 실수 이런 것은 크게 생각되지도 않았다. 벌금도 회사에서 지불해 주니 아무 문제도 없었고. 그냥 머랄까 중국은 쉽지 않다? 뭔가 이해를 하려 해서는 안된다?
여러 복잡한 마음이었지만 무엇보다도 팩트는 중국에서는 정말 경찰서는 안 가는 게 좋다.
주숙등기에 대해서 심각하게 생각하지도 않았던 건 사실이고 반성하고 있는데 랜덤체크에서 걸리고 마침 그게 여러 이사하는 상황과 걸려서 혼선이 있어 운나쁘게 걸린 것 같은데 온라인이나 심지어는 생활하는 한국인들도 주숙등기 그건 안 해도 안 걸려. 그거 신경 안 써도 돼.라는 식의 책임지지도 못할 이야기를 하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는 1980년도도 아닌 지금을 살고 있는 경험담을 이야기해 주면 양념을 너무 쳐서 이야기한다고 하는데 지금 2024년으로부터 불과 3년 전 일이었다.
중국에서 살아가야 한다면 중국의 법을 따르자.
슬프고 답답하지만, 단순하고도 명확한 사실을 배우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