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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르게이홍 Nov 22. 2024

기다림의 미학?

인내심 따윈 이제 개나 줄래도 없는걸


11월 8일 낮에 친구가 한국에 도착왔다.


1년에 한번은 꼭 오는 친구는 작년 대법원 판결 확정 이후 다죽어가는 날 보러 당일입국, 당일출국을 감행했었다. 소송 중에는 반 미친자같이 살았고 공항에서 픽업해야지! 하는 생각까지도 머리가 굴러가지 않았지만 이제는 미지급 양육비로 얼룩져 있긴하지만 그래도 여유란 것이 조금 생겨서 엇! 내가 한번도 데릴러 간적이 없네!!! 하고 나갔다. 


오랫만에 간 인천공항 

여기 오면 늘 마음이 설렌다. 기다리는 사람들도 설레고, 도착해서 나오는 사람들도 설레고..

다만 너무 일찍와서 책 두권을 다 읽어도 시간이 남아 나중엔 엉덩이가 아팠는데 이조차도 저~쪽 F구역에 가면 소파가 있어서 거기도 좀 앉아있고 돌아다녔다. 




나는 늘 여기에서 도착하는 사람이었는데 기다리는 사람이 되어 있다보니 이것도 나름의 즐거움이 있다.

책 한참 읽다가 슬쩍 도착안내판 올려다 보고 시간 얼마 안지났네? 엇? 벌써 30분 지났네? 이러면서 기다리고

아주 오랫만에 별 다른 생각 없이 몇시간을 있었다. 


친구가 와서 부업일로 같이 돌아다니기도 바쁘고 해서 휴가를 냈다. 그리고 이 기간 중엔 전자소송은 들여다 보지 않기로 했다. (물론 결국 좀 들여다보고 보정을 하긴 했지만 ㅋㅋㅋㅋ )



늘 말일에 양육비가 왔나 기다리고, 월초에 그저 늦는거겠지 하고 기다리고

소장부본을 발송했다는 메세지가 뜨면 송달을 기다리고..  그렇게 기다리기만 하며 몇달을 보낸다. 



새로운 주소에 어제부로 바로 양육비이행명령, 담보제공명령 소장이 출발했다.

집행관님 힘내주세요!! 부디 면대면으로 만나서 꼭 서류를 전해주세요 ㅠㅠ

오늘은 출근해서 전자소송에 20번은 들어간 것 같다.


채권압류및 추심명령 13곳 중 마지막 2곳의 제3채무자진술서가 도착했기 때문이다. 

근데 어제부터 계~~~~~속 스캔중이다.

작정하고 빼돌렸을테니  99프로의 확률로 0원이 있을테지만 그래도 기다려지는걸?



송달완료 vs 제3채무자진술허 둘중 뭘 먼저 보고싶니 하면

무조건 송달완료지만... 와 진짜 미치도록 기다려진다.


인내심이 바닥나고 있다. 공항에서 반가운 친구를 기다리는 마음으로 "송달완료" 글자를 기다려보고 있다. 집행관님 힘내줘요...!!! 






+ 오늘 승진에서 탈락했다. 그냥 기분이 나쁘다 ㅋㅋㅋ 

한 부서에서 이렇게 오래 있었는데도 승진 못한다는건 내가 일을 못한다는것 또는 회사는 내가 하는 일을 탐탁치않게 여긴다는 것으로 보면 되는건가 싶다.  

소송기간 동안도 짧은 병가 외엔 쭉 다녔고. 성과도 좋았는데 왜지..... 개인사를 알아서 그런가 싶고.. 되게 바보같은 생각인데 의기소침해지고 뭔가 자격지심생기고 그런 하루다. 언제부터 승진에 목을 메었다고 이거에 기분이 상하는지 모르겠지만 모든게 다 이혼때문인것 같고 기분이 너무 별로다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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