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도망
부록에서는 이야기를 마무리 짓기 전에 알아두면 좋을 이야기들을 담았다. 98퍼센트 완성된 당신의 삶에 나머지 2퍼센트를 채워줄 이야기다. 특히 위기의 상황에서 꺼내보면 도움이 될 만한 쓸모 있는 내용들을 담았다.
우리는 무언가에 쫓겨본 경험이 있다. 사람에 쫓기기도, 시간이나 돈에 쫓기기도 해 봤고, 때로는 스스로 만들어낸 이상에 쫓기기도 한다. 우리를 쫓는 것들의 모습은 다양하지만, 그로부터 도망치는 우리의 기분은 '두려움'이라는 감정으로 쉽게 한정된다. 두려움은 점차 그 얼굴을 우울감이나 분노로 바꾸어 우리를 괴롭힌다. 인생을 살다 보면 언제든 마주할 이 두려움을 완전히 없앨 방법이 없다면 잠시라도 잊을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하다. 그래서 준비한 알아두면 쓸모 있는 좋은 이야기 그 첫 번째, '즐거운 도망'이다.
도망이 즐겁다니. 무슨 얄팍한 정신 승리를 말하려는 건가 의심이 들겠지만, 아무리 정신을 세뇌시켜봤자 도망치는 것이 즐거울 수 없다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도망이라는 행동 자체가 나를 쫓아오는 대상에 맞서 싸우거나 견뎌낼 의지를 포기할 때 나타나는 행동이기 때문이다. 도망치기로 마음을 먹은 순간 씁쓸한 패배감과 우울감이 두려움과 함께 밀려와 우리의 마음을 괴롭힌다.
도망에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정신적인 도망과 물리적인 도망. 정신적인 도망은 다른 말로 '긍정적인 해석'이다. 지난 이야기에서 다뤘던 *걸러서 듣기와 비슷하다. 우리를 매섭게 쫓아오는 것들을 외면하거나 무시할 수 있도록 상황을 긍정적으로 해석하는 것이다. 물리적인 도망은 우리를 추격해오는 대상으로부터 멀리 떨어지기 위해 '장소를 이동하는 것'을 말한다. 이 도망의 방법은 주로 사람처럼 형체가 있는 물리적인 대상으로부터 멀어지기 위해 사용되는 방법이지만, 돈이나 시간, 이상 등과 같이 추상적인 대상으로부터 도망치기에는 부가적인 설명이 필요하다. 과연 이 두 가지 방법 중에서 즐거운 도망이 성립되려면 어떤 방법의 도망을 선택해야 할까?
나를 추격해오는 것들을 머릿속으로 아무리 무시하고, 모면하려 해 봤자 되돌아오는 건 나도 모르는 새에 이미 눈덩이처럼 불어난 고통뿐이다. 도망을 선택한 이유가 우릴 향해 매섭게 달려드는 고통으로부터 멀어지기 위함인데 정신적인 도망은 고통이 몸집을 키울 시간만 벌어줄 뿐 우리를 보호하는 데 큰 도움을 주지 못한다. 결국 즐거운 도망의 핵심은 정신적인 도망이 아닌 물리적인 도망에 있다.
그렇다면 단순히 당신이 있던 장소를 박차고 나가는 이 행동이 어떻게 고통으로부터 당신을 지켜줄 수 있을까?
물리적인 도망이 즐거운 도망이 되기 위한 전제조건은 나만의 공간을 선정하는 것에 있다. 그 공간을 개인적으로 소유할 수 있으면 더욱 좋겠지만, 나만의 공간이 어딘지 정확히 알고 있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나만의 공간은 당신의 뒤를 쫓으며 괴롭히는 외부의 자극이나 두려움으로부터 잠시 멀어질 수 있는 일종의 '대피소'다. 그곳은 당신이 자주 가는 카페가 될 수도, 당신이 좋아하는 공원의 벤치가 될 수도 있고, 회사의 탕비실이나 옥상, 심지어 화장실이 될 수도 있다. 당신이 잠시라도 심리적 안정감을 느낄 수 있다면 어디라도 좋다. 그곳은 당신만이 알고 있는 든든한 대피소이자, 즐거운 도망의 도착지다.
나만의 대피소에서 마시는 따뜻한 커피 한 잔, 태우는 담배 한 개비. 너무도 익숙해 이젠 일상 속의 작디작은 부스러기에 불과해 보이는 이 시간은 당신이 가장 당신다운 방법으로 자신을 안정시키고, 놀란 심장을 차분히 진정시킬 수 있는 시간이다.
당신이 가장 좋아하는 공원 벤치에 앉기 위해 도망치고, 회사에서 볕이 가장 잘 드는 테라스로 도망치는 그 과정에서 당신의 마음은 이미 차분해졌을지도 모른다. 스스로 정한 지구 상 가장 안전하고, 믿을 수 있는 방공호로 뛰어드는 즐거운 도망. 어쩌면 언제, 어디서나 다양한 고통들에 노출될지도 모를 우리 인생에게 반드시 필요한 '꿀팁'이 아닐까.
*Chapter 5: 예방주사-말듣쓰 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