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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wain Mar 31. 2023

더운 죽에 파리 날아들듯(上)

hwain 단편선 (5)

 흉흉한 소문이 돌았다. 사람들이 갑자기 사라진다는 소문.


 처음에는 모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음모론처럼 시작되었다가 SNS로 퍼지더니, 종편 채널의 뉴스에서 다뤄지면서 전국을 압도하기 시작했다. 이윽고 정부기관도 슬그머니 움직이기 시작했다.


 뉴스에서 명명한 사건의 이름은 '증발 사건'. 어제까지만 해도 멀쩡히 돌아다니던 사람이 증발하듯 일순간 실종된다는 것이었다. 증발 사건은 사회적 약자나 소외계층민 사이에서 더욱 빈번하게 일어났다. 사회의 관심이 닿지 않는 아웃사이더들의 증발은 알아차리기도 힘들었을뿐더러 실종 신고조차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사건은 더욱 오리무중이었다.


 증발된 사람들을 찾기 위해 경찰서와 소방서에는 발길이 끊이질 않았고, 주민센터에서는 소외계층에 대한 대대적인 조사로 식은땀이 흥건했다.


 "뭐 좀 나오냐?" 김 경장이 주머니에 손을 넣으며 최 경사에게 물었다. 둘은 임용 동기다.


 "이 새끼가 서에서는 반말하지 말라니까.."


 "뭐 좀 나오덥니까?" 김 경장은 여전히 빈정거렸다.


 "뭐, 쥐뿔도 안 나오네. 애들이랑 CCTV 싹 다 뒤졌는데도 이 정도면 진짜 증발이라는 말이 맞아. 얘들 혹시 땅굴이라도 판 건가?"


 "어제 뉴스 보니까 전국적으로 만 명 가까이 없어졌다더만.."


 "브리핑 자료 공유된 거 못 봤어? 1만 2천 명이래잖아. 그러니까 네가 아직 경장인 거야. 이 땡보 새끼야." 최 경사가 주머니에 손을 꽂은 김 경장의 팔을 잡아 빼며 말했다.


 "허허 참 말씀 지나치시네. 오늘 제수씨 생일인 거 까먹은 건 아니지? 너 이번에도 그냥 넘어가면 나까지 위험해져. 얼른 들어가 봐. 여긴 나한테 맡기고."


 "아오, 그걸 내가 몰라서 퇴근 안 하겠어? 서장님이 저렇게 눈을 부릅뜨고 계신데 어떻게 나가냐. 그리고 넌 원래 오늘 당직이었잖아. 똥폼 잡기는.."


 "하여간, 말을 참 싸가지 없게 잘해."


 사실 최 경사는 김 경장의 말대로 와이프의 생일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 이번에도 놓치면 벌써 다섯 번째라 몇 주 전부터 이번엔 절대 잊지 않겠다며 달력에 굵은 동그라미까지 박아 놓은 그였지만 담당 지역에서 일어난 대량 증발 사건으로 서에 난리가 나자, 머릿속이 텅 비어 버린 것이다.

 

 "그래 일단 전화부터 하자. 아직 늦진 않았어. 근데 내가 잊고 싶어서 잊었나. 일이 바쁜데 어떡하라고 나보고." 최 경사는 궁시렁거리며 휴대폰 화면을 열었다.


 연결음은 갔지만, 와이프는 그의 전화를 받지 않았다. 이번이 벌써 3번째 전화기도 하고, 평소 화가 나면 휴대폰을 쇼파에 집어던져 버리는 그녀의 습성을 알고 있던 그였기에, 곧 그녀가 삐졌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리고 서장의 옆을 끝까지 지켰다.


 다음날 아침 여벌의 옷을 챙기러 집에 들어갔을 때, 최 경사는 지난밤 본인의 선택이 얼마나 최악이었는지 깨닫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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