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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늘근엄마골골여행 Apr 23. 2024

지베르니를 가려는데 빈센트가 내 발목을 잡다

파리에서만 숙소를 39박 40일.

파리를 못 가 본 나는 나의 로망을 위해 파리 미술관 도장 깨기를 진행 중이었다.

가까운 곳의 유혹 몽생미셸이나 벨기에, 고성 투어 등의 하루코스 관광이 나를 유혹했지만 체력도 돈도 없고 나이도 많은 나에겐 매력적인 화가들의 자취가 더 궁금했기에 지베르니를 가기로 결정을 한다.

1년 전 계획 할 때는 혼자 하루종일 느껴야지 하려다가 파리에서 3시간 거리에 교통도 언어도 자신 없어서 포기.

지베르니만 가고 싶었지만 마이리얼트립에서는  루앙이나 오베르쉬아즈를 들려야 가성비가 좋은 여행이 되기에 그렇게 코스를 짰나 보다.

오래전 <마이리얼트립> 창단 멤버가 TV 나와서 말하는 걸 듣고 참 멋진 친구들이다 생각을 했는데 이렇게 성공을 하다니... 난 뭐 했나 싶다. 지금은  지역 여행사 같이 변형되었지만 <유로 자전거> 보단 싸기에 이곳을 선택했다.

어차피 여행사를 통하면 가이드는 믿을 수 없고 교통과 안전 비용이기에 싼 것을 선택했다.  

세 번째 호텔투어 만나는 장소'트로카데로역' 가까운 곳으로 선택했고 그만큼 나에겐 1년 전부터 중요한 하루였다.

기다리던 모네의 <지베르니>를 간다.

밤새 잠을 못 잤다. 어디 떠나려니 잠 안 오는 병이 도졌나 보다.

8시 45분 만남인데도 혼자라서 늦잠 잘까 봐 걱정돼서 뜬 눈으로 굴뚝 뷰를 보고 비 안 오기를 기원하며

깜박깜박 졸았다.

거의 밤을 새운 후에 성질 급한 나는 화장실 걱정 때문에 모닝커피도 패스하고 바로 약속장소에서  8시부터 서성이며 40을 기다린다.

지인들  나에게 질려하는 이유가 인천 공항도 세 시간 전... 제주도 갈 때도 두 시간 전에 가니까 가기 전에 지친다며 항상 말린다.

시간 강박이 있는 난 호텔을 옮길 때도 체크아웃시간에 못 일어날까 봐 못 잤다.

모이는 장소 역 근처 카페는 벌써부터 문을 연다.

지역 가는 모든 차량이 몇몇 곳에서 모이긴 해서 지하철역 근처라서 그것 때문에 카페가 여나.. 싶었지만 파리는 커피를 마시는 사람이 많은지 일찍 문을 연다.

부지런한 한국도 8시에 커피집을 열지는 않는데 희한한 파리의 풍경이다.

커피 좋아하는 난 한 잔이 너무 하고 싶지만 늙은 방광은 허락하지 않는다.

늙으면 불편한 게 너무 많다.

하나 둘 일행이 보이고...

불편한 낡은 차량을 타고 첨으로 한국인 일행과 한국말하면서 가니까 기분이 너무 좋아 고향에 온 기분이었다.

신혼부부, 혼자 젊은 여성, 둘이 온 젊은 여성, 딸과 온 내 나이 또래 엄마... 몇 명이서 도란도란 한국말로 수다하며 GO GO... 한국말 하니 신난다.


굳이 반 고흐 형제 무덤은 맘 아파 보고 싶지 않았지만

이 패키지의 하루 일정이 <루앙-오베르 쉬아즈- 지베르니> 


1. 모네의 <루앙>

모네의 루앙성당에 가는 것이었는 데 성당은 수리 중이었고 내부관람도 안되었기에  좀 실망.

미리 왜 공지를 안 하는 것일까? 생각했는데 사실 성당 안을 보는 것보다 외부 관람이 중요하긴 했다.

모네가 그린 작은 성당 구경하러 여기를 왜 넣었을까 의아했는데...

어마하게 큰 성당이었다.

루앙성당의 규모는 커서 주변 한 바퀴도 꽤 시간이 걸렸고

성당 앞 누워서 하늘을 볼 수 있는 벤치도 인상적이었다.

성당 내부는 더 대단할 것 같다.

또 올 수는 없겠지만 루앙은 성당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영화 세트장 같은 중세스런 마을 분위기와 깜짝 놀랄만한 명품도 이 시골에?라는 생각과

예쁘다! 예쁘다! 쇼핑도 하고 싶을 정도로 뭔가 많았다.

어마어마한 외국 관광객들을 보면서 나만 몰랐네...라는 생각이 든다.   

잔다르크성당을 10분 자유시간에 들어가 봤는데... 놀랍도록 현대적이고 트렌디했다.

잔다르크의 모략에 의한 슬픈 화형식이 일어난 장소라는 것도 의외의 역사투어.

여긴 모네의 루앙이 아니라 잔다르크의 도시였네...

이런 외곽에도 볼거리가 정신없이 많다.

세상은 넓고 볼거리는 정말 많구나.


2. 반고흐의 마지막 70일 <오베르 쉬아즈>

오베르쉬아즈 가는 길에 제주도 보다 넓은 유채꽃밭이 펼쳐진다.

가이드가 내려줘서 흥분하여 사진 찍었다.

나는 흥분한 사람들을 찍는 게 더 재밌었다.

풍경 안의 행복한 사람의 표정은 정말 아름답다.

지금도 아주아주 작고 조용한 마을... 오베르쉬아즈

70일 기거하고 죽었던 빈센트이인자로 밀린 마을 박이 부자 가도 있었단다.

빈센트의 그림 속 교회는 정말 싱크로율 100%...

들어가 보고 싶었지만... 이 또한 하루지만 패키지의 폐해였기에 지나쳐간다.

귀신 나올 거 같은 마을 분위기는 영화세트장 같다.

여기 정말 멋지다.

패션 화보 찍으면 엄청 멋지겠다.

곳곳이 빈센트의 마지막을 표식하고 있다.

한평 남짓한 그의 여관방, 그의 카페, 이젤 폈던 장소... 모든 게 관광명소가 되어버린 빈센트의 혜택 받은 작은 마을.

빈센트 사망 몇 달 후 따라간 동생.

동생 테오 부인의 부탁으로 빈센트 옆으로 와서 나란히 눕게 된 테오.

여행이 끝난 후 지금 빈센트와 동생 테오의 무덤이 있던 그 까마귀 밀밭에 가이드 님이 이어폰으로 들려준

Don McLean의 <VINCENT> 스테리 스테리 나잇... 만  기억이 난다.

오는 왜 바로 형을 따라갔을까...

날씨도 도와줘서 바람 부는 스산한 날씨에 테리스테리 나잇~ 을 들으며 비 오는 흐린 하늘과 빈센트 반고흐의 마지막을 보낸 동네에서 그의 절박했던 예술혼을 느끼니 코끝이 찡하다.

둘을 한 곳에 묻히게 힘쓴 테오의 아내 또한 대단하다.

빈센트가 유명해진 이유는 테오의 아내가 형제의  편지를 모아서 출간하고 전시회에 힘쓴 결과라는데..

피카소도 그렇고 마지막 여인의 훌륭한 처세에 따라 그들의 사후도 좌우된다.

그러기에 정말 배우자는 잘 만나야 한다는 사실~

생전 영화를 못 누리며 죽은 형제... 그 후손은 좀 누리시려나... 궁금하다.


3. 지베르니

 <물의 정원>에 연꽃이 안 피어서 조금 실망했지만 충분히 가볼 만한 가치는 있다.

사실 많은 종류의 꽃을 많이 보는 일은 흔치 않으니까... 정원에 진심인 이들의 문화를 다시 한번 느낀다...

지베르니는 시골스런 오베르쉬아즈와는 완전 다른 분위기이다.

내 생각엔 파리 외곽이라 다 시골이겠거니 생각했지만 고급 동네 같은 가꿔진 도로나 건물 분위기가 있다.

집 주변엔 지베르니 모네의 집 주차장 외엔 없는 오직 모네만을 위한 공간들...

모네의 기념품 파는 작은 가게들은 마을 몇 군데 있다.

부자였던 모네의 침실이나 너무나 예쁜 부엌공간~ 마지막 삶을 보고 있자니 뭔가 부럽다.

그의 그림은 화려한 파리에서 활개치고 있고 본인은 교외에서 고즈넉한 자기의 조용한 삶을 이어가는...

그의 작업실이나 거실들... 썼던 물건들... 넓은 창으로 보이는 정원의 아름다움...

연꽃이 다 피지는 않았지만 일본식 정원이라는 분위기와 다양한 식물원 꽃들... 그리고 많은 가드너.  

모네의 그림들이 마구 걸려있는 작업실도 멋지다.

제일 큰 비중을 차지하는 기념품숍에는 그다지 혹하는 물건이 없어서 놀랐지만.

원하는 바를 다 이루고 떠난이는 평온히 눈 감았을 듯하다.

나도 이런 집 하나 사서 죽을 때까지 가꾸고 그림 그리고... 음... 그러기엔 난 천재가 아니다.

한 화가의 수련 그림이 이런 소박한 정원을 한국에서까지 찾아오게 하는 문화예술적인 힘에 놀란다.


화장실 걱정에 하루종일 물도 참다가 저녁에 호텔 근처 펍에서 양고기를 허겁지겁 먹고 호텔로 들어오니 또 큰 비가 쏟아진다.

바토무슈를 탄다는 신혼부부와 젊은이가 걱정이 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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