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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침 노을 May 16. 2022

이름이란 무엇인가

jtbc에서 방영된 <싱어게인>은 무명가수가 유명가수가 되는 서사를 담았다. 무명, 이름 없는 그들; 그들에게 없는 것은 이름만이 아니다. 무명은 인터넷의 핵심으로 자리 잡는 익명성을 의미한다. 익명성은 우리에게 자유를 준다. 하지만, 자유에 따른 책임은 지지 않는다. 진정한 개인만이 자유에 따른 책임을 질 수 있는 법, 고로 익명성의 개인은 진정한 개인으로 보기 어렵다. 이름 있는 자는 유명한 자다. 유명은 돈을 벌게 한다. 이름과 돈의 등가 교환, 최후의 승자는 버티는 자이다. 자신의 이름에 가해지는 온갖 모욕과 비판, 폄훼와 질투에 대항해서 삶을 살아가는, 시장을 살아가는, 이름보다 앞선 본질보다 앞선 실존보다 앞선 생존을 지키는 자들이 버티는 자이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은 정체성에 대해 말한다. '유바바'는 이름을 얻는 대신 일자리를 준다. 이름과 돈의 등가 교환이 여실히 드러난다. 치히로는 센이 된다. 센으로서 일하는 치히로는 초반의 패닉에서 벗어나 이곳에 적응한다. 허나, 적응과 동화는 다른 법. 센은 치히로-정체성을 간직하면서, 이름에 가해지는 공격을 버틴다. 이 과정이 치히로를 현실로 되돌아가게 한다. 현실에는 이름이 존재하니까 말이다. 

하쿠가 제니바의 도장을 훔친 것은 무명인 자가 유명에 맞서는 행위이다. 인간은 평등한가? 조지 오웰의 <1984>에서 빅브라더는 부재하는 주체이다. 세상에 없는 자의 영향력은 실존하는 자의 삶을 압도한다. 없는 것은 있는 것보다 강하다. 평등은 빅브라더이다. 없지만, 있는 것. 정확히는 없지만 있어야 하는 것, 그것이 평등이다. 그것이 없다면, 인간은 아포칼립스로 향할 것이다. 저승 세계에 평등은 없다. 이름 가진 자가 모든 것을 갖는다. 그에 대한 반혁, 평등이 없는 사회에 대한 저항은 얼굴도 없는 자인 가오나시에 의해 수행된다. 가오나시는 이름 가진 자가 지배하는 세계를 파괴한다. 와중에 치히로만은 가오나시를 이해한다. 그에게 허황된 것을 벗어버리라고 경단을 먹인 그녀의 모습, 그것은 포스트-아포칼립스 사회에 새로운 목적을 제시하는 모습이다. 작가는 그녀가 평범한 여고생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이를 근거로, 치히로는 평등을 의미하는 존재하지 않는 누군가(치히로는 저승에 없어야 될 사람인 것을 상기하자)이다. 가오나시의 구토, 그것은 이름 없는 자는 아무것도 가질 수 없다는 것을 말한다. 슬픈가? 아니, 구토한 자는 가벼운 몸을 갖게 된다. 자신을 진정으로 필요로 하는 곳으로 가기 위한 자는 가벼워야 한다.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 말하는 가벼움은 무엇인가? 가벼운 자만이 자유로울 수 있다. 자유로운 자만이 진정한 현실을 체험할 수 있다. 허무함 이전에 존재하는 것은 짜릿함이다. 가벼움에서 나오는 짜릿함, 이름 있는 자에게 있는 것은 온갖 수식어에 의한 무거움이다. 그들은 자유를 얻기 위해 새로운 이름을 찾는다. 부케를 찾는 여정은 새로운 이름에 대한 열망의 표현이다. 


그래서, 이름이란 무엇인가? 사르트르는 인간만은 실존이 본질에 앞선다고 말한다. 궁금증은 여기서 생긴다. 실존은 무엇인가? 실존은 이름에 앞서는가? 아무개를 아무개로 부를 수 있는 것은 이름의 독재 하에서 가능하다. 실존은 아무개인가? 아무개를 구성하는 아무개의 삶의 이력과 행위인가? 아무개의 삶의 이력과 행위는 아무개와 구별될 수 있는가? 이에 대한 답은 죄를 미워하되, 인간은 미워하지 말라는 명제의 진위를 파악한 이후에 가능하다. 


베르그손은 인간이 추상화화 일반화를 통해, 대상을 있는 그대로 보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있는 그대로 본다는 것은 이름을 보는 것인가? 이름 앞에 있는 대상을 보는 것인가? 홍길동을 홍길동이라고 부르지 않는다면, 홍길동은 실존하는 것인가? 실존하는 대상에 이름 붙이는 것인가? 혹, 이름 붙여진 자만 실존하는 대상이 되는 것인가?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한 홍길동에게 아버지는 실재하는 누군가인가? 


이름; 누가 만든 것인가? 언제부터 이름이 생겼는가? 이름에 대한 논의는 기호, 언어, 상징, 인간, 역사, 공간에 대한 탐구를 수반해야 한다. 이름에 대한 정확한 답은 제시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름에 대한 명확한 주장이 제시될 수 있다는 시한부 희망을 걸면서 무명의 필자는 자유를 찾아 떠나겠다. 


당신의 이름은 존재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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