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의 마음
중고물품을 잘 사고 판다. 어린 시절의 가난이 아끼고 나눠 쓰는 습관으로 자리잡은 게 크다. 하지만 누군가가 깨끗하게 사용한 물건을 저렴하게 사거나 소중히 아끼던 내 물건을 좋은 사람을 만나서 팔 때의 느낌이 있다. 마치 모르는 사람에게 선물을 받거나 주는 기분이다.
모든 물건에는 매겨진 값어치를 웃도는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받은 선물이 그렇고, 부모에게 물려받은 물건이 그렇다. 어릴 때부터 의미를 부여하고 가지고 다니던 인형이나 소지품도 다르지 않다.
액세서리에서 작은 전자제품, 혹은 큰 가구에 이르기까지 처음 그 제품을 구입하기 위해 고르고 골랐을 마음과 그것을 받았을 때의 설렘, 그 물건과 함께 했을 누군가의 크고 작은 이야기가 있을 것이다. 나는 중고로 물품을 사게 되면 그런 모든 추억을 함께 산다고 믿는다.
비슷한 시기에 나온 제품도 사용한 사람의 성향이나 사용 빈도수, 제품에 대한 중요도에 따라 같은 중고지만 물품의 상태나 성능, 가치가 다르다.
물건을 함부로 다루는 사람도 있고, 소중히 다루는 사람도 있다. 그걸 그 사람의 인격에 빗대는 건 위험하다. 내가 일상에서는 게으르지만 맡은 일에는 과한 책임감을 가지는 것과 비슷하다. 한 사람을 일면만 보고 싸잡는 건 한심하다. 심지어 고작 몇 분 마주하고 중고물품을 거래하면서 이 사람의 성격이나 성향을 안다는 건 모순이다.
인생을 살면서 단 한 번 접점조차 없던 정말 모르는 사람을... 우연을 만들어 잠시 만나서 이 사람의 이야기가 담긴 소중한 제품을 선물 받는다거나 내 소중한 제품을 선물하는 기분이 그저 좋다.
가지고 있는 모든 제품을 아끼며 사용한다. 무엇이든 그 물건이 놓일 자리를 꼼꼼하게 고르고, 한 번 정해진 자리는 어김없이 사용 후 그 자리에 둔다. 남의 회사를 방문해서 낯선 공간에서 회의를 할 때도 테이블 위에 노트와 필기도구를 올려놓으면 가지런히 줄을 맞춘다. 누군가는 그걸 강박증이라고 하는데 정확하게 '아니다'
내게 주어진 물건들은 오롯하게 제 쓸모를 하게 만들고 싶다. 그러다가 생명을 다했을 때 그게 뭐든 '잘 썼다'고 칭찬할 수 있게. 혹시 내게 쓸모가 없어져 다른 사람에게 중고로 기회를 넘길 때 '원래의 가치'는 그대로 가지고 있도록. 그게 전부다.
내게 큰 단점이 있는데, 이런 마음가짐 때문에 추억을 핑계로 쓸모를 잃은 물건도 잘 버리지 못한다. 집착일 수 있는 이 마음부터 버릴 수 있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