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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성사진사 Aug 02. 2023

2. 모든 건 연쇄적이다

소설 - 가느다란 실

2.


'띠리리리 띠리리리’


”으으!“


요란한 벨소리에 신음을 내며 눈을 떴다. 정신이 바로 돌아오지는 않는다. 엉덩이며 몸 곳곳을 살피는데 말짱하다. 사방을 둘러보니 도서관이다. 아마도 엎드려서 잤던 거 같다. 꿈이었다니 다행이긴 한데 너무 생생하다. 이게 무슨 일인가 싶어서 어벙벙하다. 얼른 휴대폰을 꺼내서 종료 버튼부터 눌러서 껐다. 한참을 울렸는지 도서관에 앉은 사람들이 전부 나를 쳐다보고 있다. 순간 현실로 돌아온 게 느껴져 민망하다. 얼마나 잤던 걸까. 여전히 힐끔힐끔 쳐다보는 시선이 느껴진다.

가방을 들고일어났다. 집에 가는 게 낫겠다.


‘툭’


언제 가져왔는지 책 한 권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바든피아프의 죽음> 처음 보는 책이다. 내가 이런 책을 골랐나?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들고 나와서 회수대에 올려놓았다. 현관 밖을 나서니 마음이 안정된다. 크게 한숨을 들이켠다. 그리고는 고개를 돌려 도서관 안쪽을 살핀다. 너무 생생한 좀 전의 꿈이 떠올라 눈이 마주쳤던 그 여자가 있는지 궁금했다. 내가 앉았던 자리에서는 보였을 텐데 밖에서는 그쪽 방향이 보이지 않는다. 마음이 불편해서 다시 들어가 보고 싶은 마음은 없다. 1층 계단으로 내려오며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 누구에게 온 전화인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으응???“


꿈에서 봤던 그 번호다. 도서관이 폭발하느니 하고 얘기했던 그 번호다.


'띠리리리 띠리리리’


다시 전화가 왔다. 그 번호다. 진동으로 바꾸지 않아서 소리가 도서관 복도를 크게 울린다. 손에 땀이 나기 시작한다. 진짜 대출권유 번호인데 내가 무의식 중에 외웠던 것이 꿈에서 나왔던 게 아닐까. 별생각이 다 든다. 통화 버튼을 눌렀다. 아무 소리도 나지 않는다.


”여보세요... 누구신가요? “


도서관이 너무 조용해 얼른 밖으로 나오며 말을 꺼냈다.


"저기 혹시 이두용..씨인가요?“


똑같은 목소리 똑같은 말이다.


”당신 누구야? 이거 어떻게 한 거야? 지금 장난치는 거야? “


순간 너무 화가 나서 소리를 질렀다.


”무슨 얘기예요. 혹시 이두용 씨가 맞나요? 난 지금 처음 전화를 한 건데... 잘 들으세요. 지금 도서관에서 폭탄이 터져요. 어서 자리를 피하세요. “


여자 얘기를 듣다가 내가 먼저 전화를 끊어버렸다. 그리고 도서관으로 달려 들어갔다.


”여러분 여기 폭탄이 터집니다. 어서 대피하세요. 어서요!! “


크게 소리를 지르며 1층에서부터 사람들에게 손짓했다. 조용히 앉아 있던 사람들이 고개를 들더니 웅성웅성한다. 몇 명은 무슨 소란인가 싶어 실제로 밖으로 빠른 걸음으로 나간다. 얼굴을 찌푸리며 나를 노려보는 사람도 있다.


‘아! 그 여자!’


지난 꿈(?)에서 눈이 마주쳤던 그 여자가 생각나 도서관 2층으로 달려간다.


”여러분 지금 도서관에 폭탄이 터집니다. 어서 도망치세요. 진짜 다 죽습니다. “


큰소리를 치면서 2층으로 올라갔다. 사람들이 모인 공간의 문을 열고도 빨리 도망치라고 소리를 질렀다. 사람들이 일제히 나를 쳐다본다. 그 여자다. 여자가 있었다. 놀란듯한 표정으로 나와 눈이 마주쳤다. 그녀에게 재빨리 다가갔다.


‘쾅!! 콰광!’


바로 내 오른쪽 책이 꼽혀있는 벽 안쪽에서 화염과 함께 큰 소리가 나며 폭발이 일어났다. 순식간에 몸이 불에 타며 찢기는 기분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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