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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샹송 Jul 17. 2024

다시 독립

시골독립기

복잡한 도시의 방한칸은 내 작은 안식처였고, 좁고 부족한 게 많아도 하루 일과를 마치고 돌아갈 곳이 있어 마음은 급하면서도 여유가 있었다. 바라는 것이야 많았다. 이층 구조의 복층, 방과 거실이 분리된 구조, 작은 베란다나 옥상이 딸린 곳을 꿈꿔보기도 했다. 방 한 칸이라도 이사 안 다니고 월세를 내지 않아도 되는 내 집을 가지는 것이 가장 바라는 소원이었다.


어떻게 빚내서라도 집을 마련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면 참으로 막막했다. 십여 년 넘게 도시를 전전하며 살았다. 나는 텅 빈 지하철과 버스, 복잡한 길거리, 수많은 음식점과 카페를 채우는 일종의 부속품이었는지 모른다. 처음에는 내가 그것들을 필요로 했지만 서서히 장악당한 것이다.


답한 마음이 들면 탁 트이고 조용한 시골을 떠올렸다. 마당에 좋아하는 꽃이랑 나무를 심어 정원을 만들고 작은 텃밭 가꾸면서 살면 좋겠다, 생활비가 도시만큼 많이 들지는 않겠지, 한 달에 최소 얼마면 될까, 소비를 대폭 줄이고 돈을 있는 대로 모아 시골로 갈까, 하며 위안을 삼았다.


도시도 도시 나름대로의 매력이 있었고 스무 살에 처음 독립을 한 후로 잘 적응하며 지냈다. 중간중간 친구들과도 살아봤지만 재미는 있어도 역시 혼자 사는 것이 편하고 좋았다. 두 번째 독립은 언니집에서 꽤 오래 살다 서른이 되어서 했다. 직장을 먼 곳에 구했기에 독립을 한 것이다. 생각해 보면 변화를 싫어하면서도 역마살 사람처럼 한 곳에 정착하지 못해 많이 떠돌아다녔다.


그러다 돌아온 고향. 부모님 집은 나의 집이 아니기에 대충 끼워서 맞춰 살아간다. 싫고 불편한 점이 있으면 내가 떠나는 게 맞는 거지 불만을 표할 수는 없다. 그럭저럭 만족하며 살았다. 독립엄마가 읍내에 방을 구해서 나가 살면 어떻겠냐고 제안을 한 후부터 진지하게 생각하게 되었다. 월세든 전세든 많은 돈이 드는 것이 마음에 걸렸기에 비어있는 할아버지의 집을 대안으로 떠올렸다. 우연찮게 시골에서의 독립이란 꿈을 이룬 셈이 되었다.


하지만 이게 독립의 끝이 아니길 바란다. 언젠가는 온전한 나의 힘으로 나의 공간을 가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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