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동화를 꿈꾸다.

by 샹송

아침이면 창밖에서 참새가 지저귀는 계절이 돌아왔습니다. 작은 대나무 가지에 앉아 짹짹이는 것이 어떻게 들으면 병아리가 삐악 대는 소리처럼도 들립니다. 참새들을 자주 보긴 해도 가까이에서 볼 일은 흔치 않는데, 이번에 커튼을 제치자 참새 한 마리가 얼굴이 잘 보일 정도의 거리에 앉아 있었습니다. 지저귈 때 부리가 어떻게 움직여 소리를 내는지 자세히 보였습니다. 움직임은 그 소리에 맞게 앙증맞았습니다. 더 보고 싶었지만 절 눈치채고는 금세 포로로 날아가버렸습니다.


제가 산책을 하면서 자주 놀랄 때가 있는데요. 바로 꿩 때문입니다. 그 새는 늘 저를 놀라게 합니다. 그들의 존재를 먼저 알아챈 적은 한 번도 없었습니다. 가만있으면 모를 텐데, 꼭 저들이 먼저 수선스럽게 날아올라 존재를 알립니다. 꿩이 날아오를 때는 굉장히 소란스럽습니다. '푸드덕' 하는 큰 날개 소리와 흉내 내기 어려운, 언뜻 닭의 꼬꼬댁 거리는 소리 같기도 한 울음소리를 길게 내며 생각보다 높이 또 멀리 달아납니다.

어디선가 꿩이 나올지도 모르니까 마음을 먹고 있자 해도 막상 꿩이 날아오르면 놀라고 맙니다. 매번은 아니지만 밋밋한 색깔의 꿩이 먼저 날아오르면 그 뒤를 따라 화려한 꿩이 날아오를 때가 있어, 두 번 놀랄 때도 있습니다. 먼저 날아오르는 것이 까투리라고 불리는 암컷이고 나중에 날아오르는 것이 장끼라고 부르는 수컷이랍니다.


놀라긴 해도 위협을 느끼는 것은 아닙니다. 그들에게 제가 언제나 방해꾼이 되니까요. 아무리 조심스럽게 다가서려 해도 경계대상일 뿐이겠지요.


아무리 저를 자연에 대고 익숙해지려고 또 친숙해지려고 해도 거리를 좁히는 것이 어렵습니다. 언제쯤이면 새들도 또 다람쥐도 절 보면 도망가지 않고 곁에 있어줄까요. 동화 속의 한 장면을 자주 꿈꿔봅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오랜 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