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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찍한 옹알이 같으니라고

초초보맘의 육아일기_2

by 지수연

똘이의 옹알이가 부쩍 늘었다.

디… 뎨… 두… 다… 떼떼? 떼떼떼!

장난감을 갖고 놀다가 책을 들춰보다가 입에서 옹알옹알 혼잣말을 내뱉는데 나는 그 모습을 넋 나간 채로 쳐다봤다. 너무 깜찍해서.

설거지를 하다가 바닥을 닦다가 다 먹은 이유식 식기를 치우다가 똘이를 물끄러미 바라보면 똘이는 종종 천사처럼 활짝 웃었고, 나도 같이 웃으며 똘이의 아기어에 동참해 주었다.

왠지 소통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혹시 나도 두두빼빼 하면 똘이가 띠띠뚜뚜라고 대답하고 우린 불어도 영어도 일어도 외계어도 아닌, 아기어로 소통을 하고 그 순간만큼은 지구가 아닌 어떤 외딴 행성에 우리 둘만 있는 느낌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그러나 내가 두두빼빼라고 말을 걸었을 때 똘이는 갸우뚱하며 나를 보더니 다시 자기가 하던 일(장난감을 갖고 놀거나 책을 들추는 일)에 몰두했다.

똘이는 모르겠지. 꽤나 긴 문장을 아기어로 옹알거렸을 때 바닥을 닦던 내가, 감정이 너무 벅차오른 나머지 눈물을 글썽였다는 사실을.

똘이가 뭐라고 하는 건지 너무 궁금하다.

평소 졸리거나 심심해서 짜증이 날 때의 에에에에!! 의 옹알이는 어떤 말을 하는지 파악이 가능한데 해석불가능한 아기어로 혼잣말을 할 때면 나는 상상력을 발휘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오후에 의사소통의 기회가 생겼다.

혼자 신나게 놀던 똘이가 내게 다가와 에! 라고 외쳤고 나도 에! 라고 답하니 똘이가 에~~? 라고 했던 것.

그렇게 우리의 대화는 시작되었다.

똘이: 에!

나: 에!

똘이: 에에!

나: 에에!

똘이: 에~~?

나: 에~~~?

똘이: (웃으며) 에에에에~~ 에에에?


똘이는 뭐가 웃긴지 갑자기 웃기 시작했고, 나도 덩달아 웃었다.

똘이는 내게 대체 무슨 얘기를 하고 싶었던 걸까.

에!(이봐 엄마!) 에에!(놀자 놀자!) 에에!(놀자고!) 에에~?(이 저질체력 늙은이야?)

엄마 아빠를 부르고 우리가 대화란 걸 주고받을 때 똘이와 나의 세계는 얼마나 확장될까?

그 깜찍한 순간들을 감히 상상할 수 없다. 똘이가 순수하고 엉뚱한 말을 시작할 때 즈음 물어봐야겠다.

그때 그 말들은 어떤 의미였냐고. 엄마는 너무 궁금해서 네가 말을 하는 순간까지 계속 기다려왔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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