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화과 채소
아이들의 십자화과 채소 입문기
우리집 아이들은 십자화과 채소(양배추, 브로콜리, 콜리플라워, 케일, 청경채, 배추, 방울양배추, 브로콜리니등)를 다른 채소에 비해서 유난히 좋아한다.
누구나 선호하는 채소가 있듯이 이것도 우연일 수 있지만, 내가 우리집의 요리를 담당하는 사람으로서 어느정도 노력한 부분이 있기에 나눠보려고 한다.
첫 만남은 이유식, 달큰한 양배추
아이들이 처음 접한 십자화과 채소는 양배추였다. 찜통에 부드럽게 쪄서 곱게 갈아 이유식으로 주었더니 의외로 너무 잘 먹었다. 다른 어느 재료보다 폭발적인 반응을 보여줬다. 양배추 특유의 자연적인 달큰함이 아이 입맛을 열어 준 셈이다.
만 1.5 세 정도가 되기 전까지는 대부분 부드럽게 재료 본연의 맛을 살려서 간단히 요리해 주었다. 브로콜리, 콜리플라워, 방울양배추로 점차 확장했고, 향이 강한 채소들은 조금 뒤에 천천히 입문시켰다.
아이들이 성장하며 다양한 음식들을 맛보게 되자, 점차 아이들의 입맛과 원하는 것이 바뀌는 걸 느끼게 되었다.
아이들은 ‘부드러움' 그 이상을 원하게된다.
식감을 살린다.
미국 유치원 급식에서 나오는 채소는, 대부분 부드럽다 못해 입에 넣자마자 쉽게 뭉개진다. 푹 삶은 완두콩, 당근, 브로콜리, 그린빈(줄기콩)등이 단골 채소다.
내가 먹어봐도 '음..... 그냥 그렇네...' 아이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정말 안 좋아한다! 손도 안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브로콜리는 딱2분만 스팀해 샐러드에 넣거나, 소금 후추 만 뿌려 오븐에 살짝 구워 아삭하게 먹는다.
-콜리플라워는 오븐/에어프라이어로 겉은 쫄깃, 속은 촉촉하게 굽는다.
-양배추나 방울양배추는 생으로 가늘게 썰어 주었을 때 가장 좋아한다. 가끔 아삭한 식감이 남아있게 구워주기도 한다.
-케일은 잘게 썰어서 식초/레몬 그리고 소금을 살짝 넣어 손으로 주물러 주면 한결 부드러워지기 때문에 아이들도 쉽게 먹을 수 있다.
간을 한다.
여기서 간이라고 하는 것은 소금 간 뿐만 아니라, 산미와 오일을 포함한다.
건강해도 밍밍하면 손이 안 간다. 소금 한 꼬집, 레몬즙이나 천연 식초 한스푼, 올리브 오일 또는 들기름같은 건강한 지방 한 바퀴가 재료의 풍미를 끌어올린다.
아이들은 짠음식을 좋아하지 않는다. 간이 조화로운 음식을 좋아한다.
허브와 향신료를 사용한다.
마늘가루, 훈제 파프리카, 오레가노&타임 같은 향신료와 허브는 입문용으로 좋다. 소량부터 시작해서 다양하게 사용해본다.
-평범한 양배추 볶음에 커민/큐민과 오레가노를 넣으면 지중해의 향기를 느낄 수 있고
-채친 당근과 병아리 콩에 올리브오일, 레몬즙, 소금과 함께 약간의 코린앤더가루&큐민을 섞어주면 중동의 향기를 흠뻑 느낄 수 있다.
-천연치즈를 갈아서 뿌려주면 감칠맛이 좋아진다.
늘 비슷할 수 있는 재료에 신선함을 더해준다. 아이들은 새로운 것에 의외로 좋은 반응을 보여줄 때가 참 많기 때문이다.
한 번의 거절로 포기하지 않는다!
같은 재료도 조리법이 바뀌면 전혀 다른 음식이 된다.
스팀→로스트,
큰 토막→슬라이스 또는 채치기,
무침→샐러드(간을 하는 방법 바꾸기)
“한입만 더먹자”가 아니라 방법을 바꿔 보자.
십자화과 채소의 장점
파이토케미컬 풍부—세포 보호와 건강한 대사에 도움
비타민 C·K, 엽산, 식이섬유—면역, 깨끗한 혈액, 소화에 이롭다
칼슘·마그네슘 등 성장기 필수 미네랄 공급
요리는 결국 관찰과 시도의 반복이다.
부모가 먼저 한 걸음 바꾸면, 아이도 어느새 그 방향으로 따라온다.
채소가 싫은 게 아니라 지루한 방식의 채소 요리가 싫었던 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