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민한 애 둘 엄마. 달리기를 시작해서 지속할 수 있었던 팁
달리기를 시작한지 어느덧 만 2년 반이 넘어가고 있다. 살면서 뭐하나 진득하게 해본적 없는 내가 그 힘든 달리기를 꾸준히 하게되다니. 게다가 풀코스 마라톤을 세번이나 뛴 사람이 되다니! 어떤 운동이든 습관화를 시킨다는게 쉽겠냐만은, 숨차고 땀범벅이 되는 달리기는 정녕 싫은 운동중 하나였다. 그래도 이 나이에 마음먹은 것은 해 내야겠다라는 각오와 함께 시작을 했고, 지속해 나가고 있다. 이 과정중에 도움이 되었던 것들, 미리 알았으면 좋았을 것들을 정리해보았다.
첫번째, 시작이다. 달리기를 하고 싶은가? 어디서 누구에게 영감을 받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쉽고 즐겁기만 할거라는 얘기는 아닐것이다. 그렇다. 힘들다. 달리는 행위 자체도 힘들지만 무언가 새로운 일을 시작한다는 것이 에너지가 참 많이 들어가는 일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사람들은 필요이상의 에너지를 다른 사람의 의견을 묻는데에 사용한다. 좋은 답변이 나올까? 대부분은 아니다. 왜냐하면 우리 주변에는 뛰지 않는 사람들이 더 많기 때문이다. 몸 다 망가진다. 관절 나간다. 늙어서 고생한다. 대표적인 조언들이다. 나쁘기만 한 운동도 없고 무한정 좋기만 한 운동도 없다. 내 몸에 맞는 제대로 된 방법을 찾아서 시작 한다면 몸을 움직이는 일이 어떻게 안 좋을 수 있다는 것인가. '달리기 시작하는 방법.' '부상없이 달리는 법,' '초보러너 주의할 점' 등 검색도 해보고 그중에서 도움이 될만한 긍정적인 글과 기사를 읽는 것을 추천한다. 이런말이 있다. 하려고 하는 일에는 방법이 보이고 하기 싫은 일에는 핑계가 보인다.
두번째, 누구와 함께 뛸것인가. 주변에 여자분들을 보면 운동과 사교활동을 겸하는 것을 좋아하는 듯 하다. 친구와 함께 시간과 장소를 정한 후 만나서, 같은 마음으로 한시간을 열심히 뛰고 이것을 주 3회 반복한다. 친구가 누구냐에 따라서 다를 수도 있겠지만, 이런일은 거의 일어나지 않을것이다. 운동 습관이 없는 사람들끼리는 함께라는게 큰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 친구는 종종 컨디션이 좋지 않거나 더 중요한 일을 해결해야 되기에 달리기는 뒷전이 되고, 그로인해 내 의욕마저 상실되는 효과를 보게된다. 나도 학교다닐때 까지는 친구와 뭐든지 함께하고, 주변에 동료가 없을때는 심심하며 우울하기까지했다. 하지만 살아보니 뭔가 집중해야 하는 순간이 오거나 잘하고 싶은 일이 생기면 결국 혼자서 그 시간에 몰입하는 편이 훨씬 효과적이라는 것을 알게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원군이 필요하다면 훈련 체계가 잘 잡혀있는 러닝클럽에 나가보거나, 나보다는 그 분야에서 훨씬 뛰어난 친구를 따라다니며 운동을 하는게 성공확률을 높이는 방법이다.
셋째, 일단 하기로 마음을 먹었다면 우선순위로 올려야한다. 우리는 살면서 시간없어서 못한다는 말을 참 많이한다. 정말 시간이 없는걸까? 내아이 밥주는건 시간이 없어도 해야한다. 설거지는 바쁘다는 이유로 며칠동안 쌓아놓을 수 없다. 중요한 회사일도 빠르게 처리를 해줘야 다른 사람에게 피해가 가지 않는다. 우리의 하루는 해결해야 할 일들로 가득하다. 나도 매일 아이들을 챙기고, 세끼 밥하고, 도시락싸고, 집 정리하고 또 내가 벌여놓은 일들도 시간에 맞춰서 해결해야한다. 근근이 살아나간다는 기분으로 하루를 마무리 한다는 생각이 들 때도 참 많다. 운동따위가 비집고 들어올 공간은 어디에도 없어 보인다. 특히 나처럼 아이들을 키우는 엄마들은 늘상 피곤해 하며, 아이들이 어린이집이나 학교에 가 있는 시간에는 휴식을 하거나 밀린 집안일을 하는게 보통이다. 예전에 알고 지내던 미국인 친구가 있었다. 그친구의 아이는 그당시 1살에서 2살 사이 정도였던걸로 기억한다. 하루에 단 3시간정도 아이를 놀이방에 보냈었다. 내가 가장 인상적이였던 것은 (그 당시에는 조금 충격이었다) 그 친구가 그 시간에 운동을 하러 가는 것! "넌 안힘드니? 그시간에 쉬는게 낫지 않아?" 라고 물어봤더니 본인은 그게 휴식이란다. 정신의 안정을 찾는다고한다. 아이가 학교에 가있는 동안이 우리 엄마들에게는 가장 확실하게 확보할 수 있는 자유시간이다. 그 시간을 나 자신을 위해 가장 먼저 내어준다는 것은 참 기분 좋은 일이다. 이런식의 능동적인 행위 하나를 마무리 하면, 운동 자체도 몸에 좋지만 내 의지로 나를 위해 하기로 한 일을 끝냈다는데에 큰 성취감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그 기분은 오늘 하루 내 앞에 펼쳐질 일들에 긍정적인 에너지를 더해준다. 하루중에 본인이 방해받을 확률이 가장 적은 시간을 찾아서 운동을 최 우선으로 끝낸다. 이렇게 하면 모든 사람이 시간 없어서 운동 못 한다는 얘기는 할 수 없을 것이다.
마지막은 너무 잘 하려고 하지 않는게 정신건강에 좋다는 것이다. 누구든 달리기를 시작하면 목표가 생기게 마련인데 나역시 시작함과 동시에 10k 레이스 등록, 얼마후에는 반년 뒤에 있을 하프 마라톤 대회 등록등 끊임없이 목표를 잡았다. 준비없이 가서 힘들게 뛰고 분위기만 즐기는 것은 내 성격상 맞지도 않고, 제일 중요한 시간과 돈이 아깝기 때문에 어찌어찌 준비를 하게 된다. 준비하는 과정중 초반에 많이 한 일이 (여전히 많이한다) 러닝하는 사람들 소셜미디어 계정 구경하기였다. 한국사람들은 나를 포함해서 유난히 공개적으로 본인의 훈련양을 숫자로 정확하게 남긴다. 나는 이것에 대해서 좋은점도 있고 약간의 부작용도 있다고 늘 생각한다. 좋은 점이라면 나 스스로 자극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공개적인 약속이라(약속이라고 생각한다) 지속하기가 쉬워진다는점? 하다가 안하면 좀 창피할 것 같은 기분이다. 단점은 끝없이 남과 나를 비교하게 될 수있는 환경이라는 것이다. 1-2년 이런식으로 나와 다른이들을 동시에 관찰하게 되면 개개인의 발자취를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 같은 시간 안에서 누군가는 기록면으로 폭발적인 성장을 이루기도 하고 누군가는 제자리 걸음을 하는 것 처럼 보이기도 한다(그 실상은 아무도 모른다. 내면에서는 엄청난 변화와 성장을 겪고 있을 수도 있다). 남들이 이만큼 훈련하면 나도 해야 할것 같고, 그렇지 못하면 마치 내가 세상에서 가장 게으른 사람이 된것같은 자괴감에 빠지기도 한다.
나는 가끔 아이들이 아프면 밤에 잠을 못 잘때도 있다. 롱런을 뛰고와서 잘 못 쉬는 날도 있다. 아이들을 낳고 호르몬의 변화때매 자주 속이 예민하다. 주말과 휴가는 쉬는시간이 아니다. 이 모든 것들은 내 훈련에 영향을 미친다. 계획대로 안되면 처음에는 짜증도 나고 자책하기도 했지만 주변에서 벌어지는 이러한 모든 일들이 내가 받아들여야 할 일이다! 약간만 속도를 늦추고 멀리서 바라본다면 그렇게 조바심이 날 상황도 아니라는 것이다. 처음의 의도를 잊지말자. 나는 건강하고 행복하기 위해서 달리기를 시작했다.
달리기를 꾸준히 하면서 체력은 물론이거니와 나의 정신도 무척 강화되었고 동시에 유연해졌다. 최소 주 3회 러닝의 약속은 꼭 지켜왔다. 최소량을 정해 놓는것, 나름의 규율을 갖는 것은 중요하다. 질적으로도 큰 성장을 하면 좋겠지만 내 환경을 감안하면 뭐든 타이밍이 있다 생각하고 서두르지 않을 것이다. 그저 지난 2년간의 꾸준함 자체가 가장 큰 성장이었다고 생각한다.
달리기가 모두를 위한 운동이 아닐 수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운동에 흥미가 생겨서 한번 시도해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며 긍정적이고 열린 마음으로 도전해보길 바란다.